국민 치를 떠는 권력형 비리, 정치권 또 담합해 구태정치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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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뜬금없이 막장을 달리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 특사(특별사면)설이 솔솔 나오고 있다.
    MB 패밀리로 지칭되는 이상득-최시중-천신일 구명설이 대표적이다.
    친노 패밀리인 박연차-이광재도 함께 버무려 특사 명단을 만든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이 치를 떠는 정치꾼들의 담합이 있다는 구체적 정황도 흘러나온다.

    이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임기 내 특별사면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특사 시기와 폭에 대한 최종 방침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9일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는 기가 막힌 얘기까지 남겼다.

     

  • ▲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 머리를 숙이는 모습. ⓒ 자료사진
    ▲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 머리를 숙이는 모습. ⓒ 자료사진


    ◆ 누가 거론되나? 권력형 비리 범죄자들 뿐

     

    먼저 특사 명단 포함 여부에 관심이 쏠린 인물들을 살펴보자.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
    저축은행으로부터 6~7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심 재판 중이다.

    이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비리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 받았다.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기업체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이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전 KT&G복지재단 이사장.
    이 사람도 저축은행 로비와 관련해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기본이 억대 금품이 오간 권력형 비리 범죄다.
    측근 비리로 이 대통령이 몇 차례나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사안들이다.

    사실 이 대통령의 임기 말로 치달으면서 이들에 대한 특사설은 오래된 소문이었다.

    하지만 측근들의 혐의가 속속 사실로 드러난 지난해 말부터 구체적 정황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시중-천신일-김재홍 등이 줄줄이 상고를 포기했다.
    특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형이 확정돼야 한다는 것을 노린 셈이다.

    실제로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는 성탄 특사설을 솔솔 풍기며 여론의 동향을 감지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 ▲ 설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이상득 전 의원과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 연합뉴스
    ▲ 설 특별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이상득 전 의원과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 연합뉴스



    ◆ 반드시 하겠다? 분위기 띄우는 정치권

     

    지난해 크리스마스(성탄) 특사가 이들 비리를 저지른 측들이 감옥을 탈출할 첫 번째 기회였다.
    하지만 여론의 반대에 막혀 결국 실패했다.

    물론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공식 부인했고 ‘그럴 일은 없다’는 식으로 진화에 나섰다.

    이후 해가 바뀌고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가 구성됐다.
    정국 분위기가 유연해지면서 특사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일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번에는 더욱 무르익은 분위기에 일부 정치권도 여기에 바람을 잡고 나섰다는 점이다.

    “새 임금이 나오면 옥문을 열어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임 전 실장의 이 말을 시작으로 일부에서 특사의 정당성을 미화하기 시작한다.

     

    이런 정치적 사안에서는 야권도 겉으로만 반대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한통속인게 관례였다.

    “청와대에서 권력형 비리 인사들을 풀어 주기 위한 불장난을 벌이고 있는 모양인데 권력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고 또다시 권력을 앞세워 면죄부를 주겠다니 경악스럽다.”
        -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


    민주당도 박 대변인의 말처럼 겉으로는 규탄을 시작했지만, 당내 속사정은 다르다.

    특사 대상에 야권 인사를 다수 포함시켜 ‘야권 달래기’에 나설 것이란 이야기가 나돌면서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번져나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이끈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현재 뇌물공여와 조세포탈로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다.

    또 박연차 게이트로 도지사 직을 잃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BBK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지난달 만기 출소한 정봉주 전 의원.
    이들 두 사람의 복권도 담보된다면 ‘좋은게 좋은 거’라는 의견이 물 밑에서 거론되고 있다.

    특사 문제에 관해서는 야권의 비판이 ‘제 살 깎아먹기’라는 측면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인 2002년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을 사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을 특별사면했다.

    야권도 늘 정권을 내려놓을 시기가 되면 측근들을 사면해온 악습을 이어온 장본인들이었던 셈이다.

     

  • ▲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에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정봉주 전 의원의 복권 가능성도 거론된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에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정봉주 전 의원의 복권 가능성도 거론된다. ⓒ 연합뉴스

     


    ◆ 권력형 특사 악습, 막을 사람은 누구?

     

    만약 이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측근 비리에 대한 사면을 단행한다면?
    현행법상 막을 방법은 없다.

    사면법상 특사는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오직 대통령 특권으로 형의 전부나 일부를 소멸시킬 수 있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일반사면과는 차원이 다르다.
    법무부 산하 사면심사위원회가 심사하도록 돼 있지만 형식상 절차에 불과하다.

    야권의 반발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게 싸우고도 의원 연금법을 통과시킬 때는 한 몸이었던 정치인들이다.

    시선은 박근혜 당선인에게 향하고 있다.
    청와대도 당연히 눈치는 보고 있다.

    “사면을 한다면 추후 박 당선인과의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여지를 남겨 놨다.

    결정은 이 대통령이 하지만, 박 당선인이 극렬히 반대할 경우 어그러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박 당선인은 정치인이나 대기업 회장 등 권력형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약할 정도로 사면에는 부정적이다.

    대선 출마 당시에는 이런 말까지 했다.

    “법으로 선고를 받았는데 그게 지켜지지 않고 얼마 있으면 뒤집히는 것이 법치를 바로 세우는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 ▲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청와대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 자료사진
    ▲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청와대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 자료사진

    하지만 박 당선인이 이번 특별사면 논란에 대해 입을 열지는 미지수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특사 문제에 대해 “전혀 의견을 나눈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약 조 대변인의 말이 ‘박 당선인은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면, 이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국민들이 치를 떠는 구태정치의 악습 재현을 [방조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할 말 하는 사람을 대변인으로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죄 짓고 나서 권력으로 용서받는 정치꾼들의 더러운 운 악습을 끊어내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