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등 기재부 반대 예산항목 겨냥 협조 당부 "국정 인수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이야기 오갔다"
  •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28일 회동의 화두는 단연 '민생'이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약 50분가량 이뤄진 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민생 예산 통과를 당부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 4월 총선부터 최근 대선까지 정책 공약의 '1순위'로 서민경제 회복을 꼽아왔다.

    또 당선 직후에도 각종 축하행사를 뒤로한 채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등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벌였다.
    앞선 대통령 당선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민생 예산 통과가 가장 시급하다는 게 박 당선인의 생각으로 대통령께 협조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소한의 예산을 민생예산으로 책정한 만큼 (원안대로) 통과가 돼야 국민들께 한 약속을 실천할 수 있다.
    민생 예산이 반드시 통과되는데 대통령과 정부의 협조를 바란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이뤄진 회담은 약 40분 동안 진행됐다.
    이 중에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공개된 주제는 '민생예산'이 유일하다.
    조 대변인은 "당선인이 가장 염두에 두고 강조한 게 민생예산 부분이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 긴밀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가 강조한 '민생예산'은 정부 측 기재부가 반대하고 있던 무상보육 등 예산항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0~2세 무상보육을 하위 70%에 한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박 당선인은 전면 무상보육을 공약했다.
    또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무상보육 예산 수정에 관해 기존 정부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재확인 한 데 따라, 민생 활성화를 위한 예산안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의 비공개 회담 주제로 '민생예산' 외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 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 당선자 측은 "국정을 인수하는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과 당선인으로서 폭넓은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고 했다.

    박 당선인이 MB정부의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지적한 부분에 대해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도 있다.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 들어 세종시 문제 등 핵심 현안을 제외하곤 비판을 자제해 왔었으나, 최근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최근에 공기업, 공공기관 이런 데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을 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도 큰 부담이 되는 거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당선자는 인수위 인선을 앞두고 인사(人事) 기준으로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잇따른 MB정권 공신들의 공기업행을 꼬집은 셈이다.

    지난 19일 대선을 앞두고 KOTRA(2명)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한국감정원의 감사로 전직 대통령실 비서관(3명)과 경호처 관리관(1명)이 옮겨갔다고 한다.

    이에 한 당 관계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허심탄회하게 인사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겠느냐. 박 당선인도 지금 대규모 인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조언을 구하는 형식으로라도 그 이야기를 언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