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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28일 회동의 화두는 단연 '민생'이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약 50분가량 이뤄진 이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민생 예산 통과를 당부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 4월 총선부터 최근 대선까지 정책 공약의 '1순위'로 서민경제 회복을 꼽아왔다.
또 당선 직후에도 각종 축하행사를 뒤로한 채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등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벌였다.
앞선 대통령 당선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은 "민생 예산 통과가 가장 시급하다는 게 박 당선인의 생각으로 대통령께 협조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소한의 예산을 민생예산으로 책정한 만큼 (원안대로) 통과가 돼야 국민들께 한 약속을 실천할 수 있다.
민생 예산이 반드시 통과되는데 대통령과 정부의 협조를 바란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이뤄진 회담은 약 40분 동안 진행됐다.
이 중에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공개된 주제는 '민생예산'이 유일하다.
조 대변인은 "당선인이 가장 염두에 두고 강조한 게 민생예산 부분이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 긴밀하게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박 당선자가 강조한 '민생예산'은 정부 측 기재부가 반대하고 있던 무상보육 등 예산항목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0~2세 무상보육을 하위 70%에 한해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박 당선인은 전면 무상보육을 공약했다.
또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무상보육 예산 수정에 관해 기존 정부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재확인 한 데 따라, 민생 활성화를 위한 예산안에 협조를 구한 것으로 해석된다.두 사람의 비공개 회담 주제로 '민생예산' 외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 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박 당선자 측은 "국정을 인수하는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대통령과 당선인으로서 폭넓은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고 했다.
박 당선인이 MB정부의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지적한 부분에 대해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도 있다.
박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 들어 세종시 문제 등 핵심 현안을 제외하곤 비판을 자제해 왔었으나, 최근 '낙하산 인사'를 비판하는 작심발언을 쏟아냈다."최근에 공기업, 공공기관 이런 데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을 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도 큰 부담이 되는 거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박 당선자는 인수위 인선을 앞두고 인사(人事) 기준으로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잇따른 MB정권 공신들의 공기업행을 꼬집은 셈이다.
지난 19일 대선을 앞두고 KOTRA(2명)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한국감정원의 감사로 전직 대통령실 비서관(3명)과 경호처 관리관(1명)이 옮겨갔다고 한다.
이에 한 당 관계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계속되면서 허심탄회하게 인사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겠느냐. 박 당선인도 지금 대규모 인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조언을 구하는 형식으로라도 그 이야기를 언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