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언론을 자처! <뉴데일리> 향해 "비열함이 극치를 이룸"이라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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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다른 직종이지만 의사와 기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신입 사원(?) 교육 방식.

    제 아무리 잘난 후배라도 일단 초년병 시절에는 선배들만 따라다니며 배운다.
    언론학 박사라도 예외는 없다.

    입은 닫고 눈과 귀로만 배우는 시절이다.
    학문은 학문이고 취재는 취재다.
    의사에게는 인턴․레지던트 시절이겠고, 기자에게는 수습․경찰기자 시절이 이 때다.

    길고 지루한, 흡사 군 생활 같은 시절이지만, 선배들은 수습시절에 기자 인생의 모든 실수를 미리 다 해버려야 한다며 ‘완벽’한 훈련을 요구한다.
    수습기자들은 진짜 기자가 된 뒤에는 실수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기서 배운다.

    왜 이런 고루한 방식의 교육을 거치나?
    그냥 사법고시처럼 두꺼운 책 달달 외우면 될 텐데.

    당시에는 이유라고 별 게 있겠나 싶었지만, 지나고 보면 꽤 중요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실수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와 기자, 두 직업의 공통점.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직업이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의사는 ‘메스’로, 기자는 ‘펜’으로..

     

  • ▲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 씨 ⓒ 자료사진
    ▲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 씨 ⓒ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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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명(?)한 작가 공지영 씨께서 말했다.

    “트위터의 생명인 빠른 속보의 특성상, 앞으로도 이런 오보가 일어날 가능성은 누구에게든 늘 존재한다.”


    4․11 총선 당시 “서울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4·11 총선 투표율이 정오 기준 78%에 육박한다”는 글을 그대로 리트윗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뒤 했던 '변명 아닌 변명'이었다.

    공 씨의 글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특정 지역을 무조건 ‘적’으로 매도하는 부정적 인식이 생겼다.
    공 씨는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고 작가로서의 자신의 신뢰도에도 금이 갔다.

    하지만, 공 씨의 변명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세상 살다보면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때도 있고, 버젓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공 씨는 언론이 아니라, 말 그대로 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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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번에는 대선을 앞두고 격이 다른 거물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 작가.

    아주 무서운 말씀을 하셨다.

    “언론이 침묵한다면 트위터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합니다.”
     -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작가 이외수가 트윗 추종자들 머릿수(떼)에 힘을 얻었는지, 이번에는 <1인 언론> 혹은 <1인 미디어>를 자처하고 나선 듯하다.

    150만이 넘는 팔로워를 가지신 분이니 웬만한 언론 이상의 파워를 지닌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150만 독자라는 얘기는 국내 1위 조선일보 부수와 맞먹는다.

    어라?

    그런데 이외수 씨는 공개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셨고, 멘토단에도 속하신 분 아니던가?

    역시나 위의 이 말과 함께 리트윗한 내용은 문 후보에 대한 이야기였다.
    연극인 1,000명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

    다음 날에도 그는 또 언론을 자처했다.

    9일 트위터를 통해 “침묵하는 언론을 대신해서”라는 말과 함께 역시 또 경기도 안산에 나타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교수의 유세장면을 찍은 사진을 리트윗했다.

    지난 1주일간의 그의 트위터에는 박근혜 후보에게 옹호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타임지에 실린 ‘독재자의 딸’이나 ‘이명박근혜의 언론장악’ 의혹을 제기한 글뿐이었다.

    최근 문 후보에 대한 의혹 기사가 다수의 언론에서 쏟아지는 데 반해 박 후보에 대한 비판 기사는 적은 것이 꽤나 불쾌한 기색이다.

  • ▲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 씨 ⓒ 자료사진

    이런 이외수 씨의 글은 언뜻 보기에도 약간은(?)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보도 행태인 듯 하지만, 그의 생각은 그게 아닌 것 같았다.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은 찌라시 언론들이지 청정 트위터가 아닙니다.”

    이외수 씨는 자칫 편향되게 보일 수도 있다며 그의 글을 걱정하는 팔로워의 말에 이렇게 단호하게 말했다.

    흡사 자신이 ‘정론지’이며 문 후보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쓰는 다른 진짜 언론들을 ‘찌라시’로 본다는 얘기인 셈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젊은이들이여. 들으라. 대통령이 말한다”는 표현을 자주 쓰며, 자신의 말에 권위를 싣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윗대통령' 행세에 재미가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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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를 내두를만한 자신감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아직 수습기간도 떼기 전의 수습기자 수준이다.
    급기야 그는 끝내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무한알티. 극우성향의 인터넷매체 ‘뉴데일리’가 이번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호화주택이라며 메인 페이지 톱기사로 항공사진을 올림. 하지만 이 사진은 문 후보의 자택이 아닌 ‘웅상아트센터’로 밝혀짐. 비열함이 극치를 이룸.”
      - 9일 오후 이외수 씨의 트위터


    <뉴데일리>가 9일 오후 톱기사로 올렸던 <호화저택 항공사진 文재인, 불법에 "그냥둬!"> 제하의 기사를 ‘오보’라고 보도한 사건이다.

    짧은 기자 경력 탓에 제대로 된 취재는 하지 못한 것 같았고, 한 언론매체의 기사를 그대로 인용해 문재인 후보를 깍아내리는 비열함으로 매도한 ‘이외수식 트윗 보도’였다.

    <뉴데일리>는 취재를 했고, <이외수 트위터>는 제대로 된 취재가 없었으니 당연히 결과는 그의 보도가 오보로 판명났다.

    http://www.newdaily.co.kr/news/article.html?no=133501 <기사 참조>

    결국 이외수 씨는 해당 트위터를 삭제하고 잘못된 내용이었다는 내용만 다시 남겼다. 그 흔한 ‘유감’ 표시도 없었고, 단지 <바로 잡습니다>는 말 뿐이었다.

    취재 행태는 수습기자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대응 방식은 '대통령'이란 그의 자부심을 무색케 하는 조치였다.

  • ▲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 씨 ⓒ 자료사진

    이외수 씨의 트위터 사고는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벌인 전면 세금급식 주민투표 당시에는 투표 거부 운동이라는 해괴망측한 일을 벌이는 민주당을 보면서 침묵하더니 이번 대선에서는 투표 시간을 연장하고 투표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 ▲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 씨 ⓒ 자료사진


    하지만 대통령 선거날은 이미 임시공휴일로 지정돼 있었다.

    누가 봐도 이외수 씨의 실수였지만, 그는 사실을 알아차리고도 “대선은 임시공휴일 맞답니다. 출근을 시키는 회사가 있어서 문제”라며 말을 돌려 황당함을 자아냈다.

    게다가 이를 비판하는 네티즌들을 알바(새누리당 아르바이트)로 몰아붙이는 행태까지 보였다.

    “그래 알바 똑똑이들아. 대선 투표일은 임시 공휴일 맞다. 내가 착각한 거야. 그런데 내 착각에 대해서는 노망이니 어쩌니 지랄들 하면서 투표 시간 연장 제의에 대해서는 왜 입 닥치고 있는 거냐. 내가 노망이면, 니들은 광견병 걸린 브라우니냐.”

  • ▲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 씨 ⓒ 자료사진

    √ ‘이외수 신문’ 오보 책임 누가질텐가?

    언론사들의 취재 현장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사실과 거짓 그리고 선동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팩트(fact)’를 찾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특히나 이런 거짓 유언비어가 판치는 정치판, 그것도 선거를 앞둔 현장은 팩트 찾는 전쟁이 벌어진다.

    이외수 씨의 ‘실수’를 탓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수십년을 이어온 언론사도 이런 전쟁통에서는 ‘실수’를 저지르는데 이제 막 기자가, 그것도 '대통령급 기자'가 되고자 하는 분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 실수에 대한 책임이다.

    작가 공지영 씨의 실수는 말 그대로 개인의 실수로 끝낼 수 있는 문제였다.
    타워팰리스 주민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만 않는다면.

    하지만 공지영 씨의 말만 믿고 언론이 ‘기사’로 썼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다.
    그런 보도가 있었다면 해당 언론사는 당연히 책임을 지게 된다.

    이 부분이 기사와 여타의 글의 분명한 차이점이다.

    하지만 이외수 씨는 언론을 자처하면서도 정작 책임을 지는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보도'를 했다가, 진짜 아니면 그냥 기사를 내려버리고, ‘제 할 일 다했다’는 식으로 나오는 일부 몰지각한 언론(진짜 찌라시)를 보고 그게 언론인 줄 알았나 보다.

    작가로서의 그의 사념과 사상은 존중하지만, 기본적인 취재 형식에 대한 이해도 없이 언론을 비난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언론을 믿지 못하겠다거나 폄하하는 그의 의견은 겸허히 받아들인다.
    말 그대로 ‘언론들의 잘못’이니까.

    하지만 언론을 믿지 못하겠다며 150만 팔로워를 내세워 자신이 진짜 언론인 척 하는 모습은 간단히 생각할 수 없다.

    심호흡 한번 크게 하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외수 작가님, 진짜 언론 기자가 되고 싶다면 수습부터 떼고 오시죠.

    아니면 트윗보다 소설이나 열심히 쓰시지요.

    '얼치기 언론 놀이' 그만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