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슬픈 이야기가 또 어디 있을까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 /시집 '내딸을 백원에 팝니다'저자


  • 한국정착 탈북자 2만5천 시대, 목숨을 걸고 탈북한 그들에게 가슴 아픈 사연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청진 출신 탈북자는 자기 아이를 때릴 수밖에 없던 사연을 전했다. 당시 그 여인은 과수원에서 떨어진 언 배를 주워다가 가마에 쪄서 밥 대신 주린 배를 채웠다고 한다. 그마저도 배부른 명절이었다고 한다.  입에 아무 것도 넣지 못한 날에는 아이를 달래느라 별을 가리키며 온 밤 옛말을 들려주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평양에서 거주하는 친척이 출장차 들러 계란빵 30개를 놓고 갔다고 한다.

    먹고 싶어 눈이 반짝반짝해진 아이에게 먹지 마라 당부하고 장마당에 다녀온 사이, 여인은 30개 빵 귀퉁이가 조금씩 뜯어진 것을 발견했다. 온전하게 하나를 다 먹으면 먹지 말라고 했던 어머니에게 야단 맞을까봐 아이가 빵 귀퉁이를 조금씩 뜯어먹은 것이다. 그 작은 부스럼들을 손톱으로 뜯을 때 어린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을까. 그러나 여인은 화가 치밀어 아이의 온 몸이 멍들 만큼 마구 때리고 말았다.

    장마당에서 적어도 계란빵 하나에 죽 한그릇은 바꿀 수 있을테고 그러면 한 달 동안 먹고 살 수는 있겠다 싶어 행복했던 여인이어서 자기도 모르게 여린 몸에 주먹질을 해댄 것이다.

    과연 한국의 어머니들 중 자기 자녀가 빵을 먹었다고 피멍들게 때리는 이가 있을까?

    한국의 초등학생 중 자기 집에 있는 빵을 떨리는 손으로 절반도 아닌 조각으로 훔치는 애가 있을까?

    여인은 상품가치가 이미 훼손된 그 30개의 빵을 모조리 싸들고 나가 그대로 장마당에 팔았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가 왜 그때 땅에 주저앉아 발버둥치며 우는 아이의 작은 손에 빵 하나라도 남기지 않았을까? 하며 자꾸 후회하게 된다고 한다.

    이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2009년 한국에 입국했다. 주말에 동네 주민들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갔는데 초면인데도 빵을 공짜로 나누어주더란다. 아이가 그 빵을 들고 어머니 눈치를 보며 먹지 못하는 것을 보았을 땐 갑자기 오열이 북받쳤다고 한다. 북한에선 아픈 매가 됐던 빵이 한국에선 공짜라는 사실에 너무도 억이 막혀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에게도 먹일 수 없었던 빵, 그리고 상품가치가 훼손된 빵일지라도 남김없이 팔리는 북한 시장, 이것이 바로 외부 세계에 '세상에 부럼 없는 나라'라고 김정은정권이 선전하는 북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