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안철수-손학규 회동 놓고 정치권-언론사 해석 분분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난 것으로 확인된 이후 비문(非文·비문재인) 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일단 두 사람은 종북(從北) 세력과 거리를 두고 있으며 중도층을 주요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동시에 비노(非盧)-반노(反盧) 정서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퇴 직후 잠적했던 안철수 전 후보가 28일 캠프 인사들과 만나기 전에 손학규 전 대표와 조용히 회동을 가졌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아울러 안철수 전 후보와 만난 당일, 회동에 대한 내용을 손학규 전 대표가 문재인 후보 측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와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 안철수-손학규 : 문재인-손학규

    <조선일보>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는 26일 오전 청주에서 신생아 사진촬영을 하고 시장을 방문한 다음 광주로 향했다. 오후 4시에는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 후 5시50분쯤 김포행 비행기에 올랐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도 안철수 전 후보를 만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고 한다.

    문재인 후보는 6시40분쯤 김포공항에 내려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향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용섭 정책위의장으로부터 공약 관련 보고를 받으며 간단한 저녁을 들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시 여의도 식당에서 일부 언론사 측과 만나 술자리를 가졌다고 전했다.)

    문재인 후보 측은 이때까지도 안철수 전 후보와 연락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거듭 연락을 넣어도 안철수 전 후보 측에서 답이 없었다.

    이 시각, 안철수 전 후보는 서울 시내 모처에서 손학규 전 대표를 만나고 있었다. 손학규 전 대표 측에서 김영철 비서실장과 최원식 의원이 동행했고, 안철수 전 후보 쪽에서도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 등 2명이 배석했다고 한다.

    손학규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안철수 전 후보에게 만나자고 연락을 넣자 곧바로 답이 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7시쯤부터 40분 정도 만났고 식사는 하지 않았고 손학규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속이 많이 상했지만 정권 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같이 (문재인 후보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후 손 전 대표는 여의도로 넘어와 문재인 후보를 만났다. 문재인 후보는 이 자리에서 손학규 전 대표에게 지원 유세를 부탁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27일 광화문 유세에 나가겠다고 답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문재인 후보에게 안철수 전 후보 측과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학규 전 대표는 안철수 전 후보를 만나고 왔다는 사실을 문재인 후보에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손학규 전 대표 측 관계자가 전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문재인 후보를 만난 뒤 신학용 등 측근 의원 10여명과 자리를 함께했지만 이들에게도 안철수 전 후보와 만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안철수 전 후보가 만남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을 했거나 안철수 전 후보로부터 문재인 후보 지원에 대해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단일화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단일화 회동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 대선 이후? 非文-反文 연대 가동하나

    <조선일보>는 이들의 연쇄 만남은 ‘대선 이후’와 관련해 정치권에서 다양한 추측을 낳고 있다고 했다.

    안철수 전 후보와 손학규 전 대표가 대선 전까지 문재인 후보를 돕겠지만 대선 이후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에서는 두 사람이 대선 이후 손을 잡고 재기를 시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다.

    안철수 전 후보는 단일화 과정에서, 손학규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 진영과 갈등을 빚었고 문 후보에게 밀린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사람이 민주당 혁신, 정치 쇄신을 고리로 신당을 만들거나 민주당을 재창당하자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국일보>도 정치권이 안철수 전 후보 중심의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철수 전 후보가 대선 이후 손학규 전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의 반노-비노 세력을 규합해 신당 창당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한다면 안철수 전 후보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철수 전 후보의 측근들에 따르면 안철수 전 후보는 대선 이후 재보선 출마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전 후보는 23일 후보 사퇴 선언에 앞서 캠프 관계자들을 불러 “끝이 아니다. 내년에 재보선도 있지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