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대중교통 법안’ 에 전국버스 총 파업!...대중교통 되면 1조2천억 더 들어
  • 21일 오후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택시 대중교통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에 버스 업계가 22일 자정부터 무기한 총 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안으로 대립하는 버스 업계와 택시 업계. 과연 누가 손해를 볼까.

  • ▲ 국회 법사위가 '택시 대중교통 법안'을 통과시키자 전국 버스업계는 22일 자정을 기해 전면 파업하겠다고 선언했다.[사진: KBS 뉴스 캡쳐]
    ▲ 국회 법사위가 '택시 대중교통 법안'을 통과시키자 전국 버스업계는 22일 자정을 기해 전면 파업하겠다고 선언했다.[사진: KBS 뉴스 캡쳐]


    걸핏하면 ‘서민’ 들고 나온 민주통합당의 서민 멸시 


    지난 7월 ‘택시 총 파업’이 벌어진 시기,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택시 살리기를 민주당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때부터 ‘택시업계 살리기 법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봇물 터지듯 나왔다. 그러나 ‘택시 편들기’에서는 민주당이 앞섰다.

    지난 9월 27일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만들기로 당론을 정했다. 이때 ‘택시 대중교통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민주당 관계자가 언론에 했던 말이다.


  • ▲ 지난 9월 27일 민주통합당이 배포한 '택시 대중교통 법안' 관련 보도자료.
    ▲ 지난 9월 27일 민주통합당이 배포한 '택시 대중교통 법안' 관련 보도자료.

    “택시의 경우 버스, 지하철과 함께 이미 대중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지만 법적으로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되지 않아 정부의 재정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재정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 금번 민주통합당이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법제화하도록 당론을 결정함에 따라 택시업계 종사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이때 민주당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택시는 25만5천여 대, 법인 1,752개, 종사자는 30만여 명. 그런데 이때 나온 내용 중 어디에도 ‘서민’을 위한 법안이라는 말은 없다. 즉 논란이 되고 있는 ‘택시 대중교통 법안’은 소비자나 서민이 아니라 '공급자'를 위한 법안이었다.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사람은 박기춘 민주당 의원(남양주 을)이다. 그는 현재 민주당의 원내 수석 부대표다. 법안을 함께 발의한 이석현, 노웅래 의원 등 4명도 모두 민주당이다.


    운송분담률이 버스와 지하철, 승용차의 4분의 1 불과한 택시


    21일 법사위 법안 통과에 택시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택시는 하루 1천만 명 이상을 밤낮으로 수송하는 국민교통수단이다. 이번 대중교통 법제화는 버스, 지하철 승객처럼 대중교통비 연말소득공제, 환승 할인과 같은 혜택을 택시 승객에도 제공해 택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것인 만큼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하루 1천만 명?
    거의 정확한 통계다.

    그렇다면 버스와 지하철은 어떨까?
    통계를 찾아봤다. 

    서울시 교통본부에 따르면 시내버스 이용자는 2010년 말 기준으로 하루 평균 571만 명이다.
    지하철은 하루 635만 명 이상이 이용
    한다.
    버스와 지하철이 수도권 지역에서 실어 나르는 승객은 교통카드 사용자만 하루 평균 1,357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보면 택시가 국민의 교통수단으로 상당히 각광을 받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체 그림을 보면 다르다. 

  • ▲ 통계청 블로그 기자단 이왕원 씨가 제작한 전국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 비교. 택시는 지역별로 운행되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 통계청 블로그 기자단 이왕원 씨가 제작한 전국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 비교. 택시는 지역별로 운행되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전국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과 ‘서울의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 그래프를 찾아볼 수 있었다.

    먼저 전국 통계를 보면 2010년 말 기준으로 승용차가 차지하는 수송분담률은 56.8%, 버스 24.6%, 철도 15.9%, 항공 2.5%, 해운 0.2%로 나타났다.

    서울만 따져볼 경우 수송분담률에서 지하철이 차지하는 비중은 35.2%, 버스는 27.8%로 나타났다. 세 번째는 택시가 아니라 승용차였다. 승용차는 25.9%로 택시 6.2%의 4배가 넘었다.

    즉 택시업계가 주장하는 ‘일일 1천만 명’이 엄청난 것 같아도 실제 우리 국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수단 중에서는 4위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 ▲ 통계청 블로그 기자단 이왕원 씨가 제작한 서울시의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 비교. 택시는 지역별로 운행되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 통계청 블로그 기자단 이왕원 씨가 제작한 서울시의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 비교. 택시는 지역별로 운행되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민주당, 택시 업계의 ‘탐욕’을 국민에게 부담지우는 이유는 ‘대선’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택시는 교통수단 중에서도 후순위다. 이렇게 된 데는 행정당국이 아무렇게나 택시 면허를 발급하고 택시 대수를 늘인 원인도 있지만 택시 스스로의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버스도 난폭운전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택시에 비해서는 덜하다. 이는 대중교통 이용자나 승용차 운전자들이 많이 공감한다.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남의 영업장 앞에 아무렇게나 주차하기, 손님 태운답시고 급차선 변경, 무리한 끼어들기, 다른 차량에까지 사고를 유발하는 과속운전과 난폭운전, 급출발과 급제동, 승차거부에다 자기 보다 어려 보이는 승객에게 다짜고짜 반말하기 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택시 업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열악한 근로환경, 유가 상승, 사납금 제도 등에 원인이 있다며 정부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억지를 부린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어떤 소비자도 택시 업계에 이런 ‘열악한 근로환경’이나 제도를 강요한 적이 없다. 대부분의 문제는 택시 업계 스스로 만든 문제다.

    택시회사 중 ‘세무조사’를 받고 무사할 곳이 몇이나 될까.
    전국 택시 중 60% 이상이 개인택시라는 점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런 억지를 부리는 택시 업계를 보는 시민들의 눈은 곱지 않다.

    단적인 예가 지난 6월 20일 택시업계의 총 파업이다.
    당시 만나는 이들마다 다음과 같이 말하며
    “택시 파업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운전하기 너무 편하다.”
    “오늘 운전하면서 경적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었다.”
    “어디서 어디까지 막히지 않고 왔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시민들에게 밉보인 택시업계의 편을 드는 이유는 뭘까.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선거다.

    정치권에서는 ‘택시 민심’을 매우 중시한다.
    택시 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시중 민심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거꾸로 보면 택시 기사를 자기네 편으로 만들면 선거 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이번 ‘택시 대중교통 법안’은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 지난 4월 여성운전자가 차선 변경하려는 데 위협운전을 하는 택시의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이 택시는 뺑소니까지 쳤다.[당시 보도화면 캡쳐]
    ▲ 지난 4월 여성운전자가 차선 변경하려는 데 위협운전을 하는 택시의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이 택시는 뺑소니까지 쳤다.[당시 보도화면 캡쳐]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허덕이는 민주당,
    "‘민생’은 개나 줘부렀어?"


    버스업계는 택시들이 ‘대중교통’으로 지정되는 것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22일 자정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버스 전용차선 택시 출입허용’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비슷한 이유로 이 문제에 반발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버스업계에 지원하는 금액은 연 1조2천억 원 가량.
    택시들에게는 LPG 가격 보전과 부가세 면세 등을 통해 7,600억 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여기에 택시가 대중교통으로 지정되면 최소한 1조2천억 원 이상이 더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교통연구원 측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지정할 경우 개인택시를 위한 공영 차고지 조성, 택시 정류장 개선사업에 약 100억 원, 법인택시 운전자 처우개선 보조금(1인당 월 30만원)이 약 3,900억 원, ‘대중교통’을 위해 지원해줘야 할 택시운행 연간 적자분이 3천억 원(2010년 기준 정부통계), 연말소득공제, 택시 환승할인 보조를 1회 당 500원 등으로 계산했을 때 연 약 1조2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이 돈은 누가 낼까?

    ‘대중교통’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나눠 맡는다.
    현재 광역지자체에서는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며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여기다 택시까지 ‘대중교통’으로 지정할 경우 국민들이 ‘택시 기사’를 먹여 살리는 꼴이 될 수 있다.
    즉 ‘택시 대중교통 법안’은 민주당이 늘 말하는 ‘서민’을 착취하는 법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정신이 팔여 '민생경제'를 개나 줘버린 걸까.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을 보면 과연 민주당이 늘 떠드는 ‘민생-서민 경제’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어진다.

    “… 농어촌 지역 중 버스가 하루 한 차례도 운행되지 않은 동, 리만 1,300여 개에 이른다. 운행노선 신설이나 연장을 요구하는 지역도 많다. 주민의 교통불편 해소를 위한 기본적인 요구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택시에 대한 (세금)지원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