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청, 농성촌 시위단체에 철거 공문 발송자진철거 불응 시 강제철거 방침..서울시, 경찰 합의 경찰, 철거 후에도 기동대 상주..천막 재설치 차단
  • ▲ 서울 중구청이 덕수궁 대한문 옆 '농성촌'에 대한 철거방침을 밝히면서, 박원순 시장의 미온적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함께 살자, 농성촌' 입촌 기자회견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 서울 중구청이 덕수궁 대한문 옆 '농성촌'에 대한 철거방침을 밝히면서, 박원순 시장의 미온적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12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함께 살자, 농성촌' 입촌 기자회견 모습(자료사진).ⓒ 연합뉴스


    쌍용자동차 사태로 만들어진 덕수궁 대한문 옆 농성촌의 철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 중구청은 14일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비롯해 농성천막들을 철거한다는 내용의 계고장을 발송했다. 중구청의 이같은 결정은 서울시 및 경찰과의 사전 협의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역시 더 이상의 불법도로점용은 용인하기 곤란하다며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구청은 14일 서울시, 남대문경찰서 관계자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를 열고 농성촌 철거방침을 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대한문 옆 농성촌이 도로교통법 상 불법시설로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철거에 착수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다만, 쌍용차 노조원 등의 반발로 인한 물리적 충돌 위험성 등을 고려해 가급적 자진철거를 유도하기로 했다.

    대한문 농성촌은 지난 4월 쌍용자동차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 천막 1개동이 설치되면서 조성됐다.

    그러나 현재는 쌍용차 해고근로자뿐만 아니라 정리해고된 비정규직 근로자, 용산사고 유가족, 제주 강정마을 시위단체 등이 몰려들어 ‘농성촌’을 이루고 있다.

    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이 대한문 농성촌을 불법시설로 보는 근거는 도로교통법으로, 시위단체들의 천막설치와 농성은 ‘불법 도로점용’에 해당한다.

    인도나 도로를 점거한 불법 시위에 적용되는 집시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쌍용차 노조 등이 이미 집회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단속권한을 갖고 있는 중구청은 시위단체들에게 보낸 철거 예고 공문을 통해 자진철거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하고 불응하는 경우 변상금 부과와 함께 강체철거에 들어간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4~5월 3회에 걸쳐 농성천막을 철거했지만 그 뒤에도 집회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철거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물리적 충돌을 고려해 자진철거를 최대한 유도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의 협조를 받을 계획”
     - 중구청 관계자

    당초 농성촌 강제철거에 소극적이었던 서울시도 최근 새로 합류한 시위단체들이 천막을 새로 설치하면서 입장을 바꿨다.

    현재 이곳에는 3동의 천막이 설치돼 있으나 농성촌 입주 단체들은 추가로 한 동을 더 설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는 농성천막들이 도로교통법 상 불법점유시설이기 때문에 철거가 불가피하다며 철거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시는 강제철거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자진철거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제철거는 최후의 수단일 뿐. 되도록 강제철거를 하는 일이 없도록 입장을 조율할 것”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
      - 서울시 관계자

    시가 시위단체들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사실상 불법을 눈감아 왔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나왔다.

    “단속권한은 어디까지나 중구청에 있다. 시가 강체철거를 적극적으로 막은 것이 아니다”
      - 서울시 관계자

    경찰은 농성촌 철거방침을 적극 반기는 분위기다.

    “천막을 철거하고 싶어도 단속을 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이 없었다. 중구청이 철거에 나선다면 적극 지원할 것”
      - 남대문경찰서 관계자

    특히 경찰은 강제철거의 경우 시위단체와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현장에 경찰 기동대를 파견할 계획이다.

    나아가 철거가 마무리된 뒤에도 기동대를 현장에 상주시켜 시위단체들이 다시 천막을 설치하는 것을 막겠다고 밝혔다.

    시와 구청, 경찰이 철거방침을 굳힌 가운데 쌍용차 노조는 현재의 농성촌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집시법에 따라 적법하게 집회신고를 했고, 천막도 집회용품으로 신고돼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 노조 등이 합법적 점거를 주장하면서 자진철거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물리적 충돌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사태를 악화시킨 장본인이 박원순 시장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박 시장이 사실상 불법 농성촌 조성을 방치하면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대한문 농성촌 철거방침에 대한 박 시장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유럽 출장 중인 박 시장은 19일 귀국할 예정이다.

    대한문 농성장 철거방침에 박 시장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