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선거, 착한 거부' 할 땐 언제고...언제까지 자기네 입맛대로만?
  • 지난해 8월.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민주주의 역사상 치욕적인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투표 반대! 투표하러 가시면 안됩니다. 오세훈(서울시장)의 망령에서 벗어나십시오.”


    비장한 표정으로 이 같은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던 사람들. 민주주의 국가에서 도대체가 이해가 안되는 행동이었지만, 이들은 당당했다. 그들의 논리는 이랬다.

    “투표를 거부할 권리도 있는겁니다.”


    그래 거부할 수 있는 것도 권리지. 그런데 그건 혼자만의 판단 아닌가? 그렇다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 하지 말자는 말을 저렇게 당당하게 외쳐?

    뻔히 보이는 술수. 투표율이 개표요건(33.3%)만 넘으면 자신들의 원하는 결과가 결코 나오지 않는다는 필패 분석이 나오자 벌인 꼼수 중의 꼼수였다.

    그래놓고 자신들의 투표 거부 운동은 ‘합법적’이었고 투표를 제기한 오세훈 전 시장의 투표 독려 운동은 ‘불법’으로 매도했다.

    그랬었다. 결국 그들의 꼼수는 그대로 먹혀들었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시장을 결국 앉혔다.

  •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23일 밤 서울광장에서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행진을 하며 투표 불참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23일 밤 서울광장에서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행진을 하며 투표 불참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로부터 1년 뒤.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장을 바꾸고 있다.

    “투표 시간을 늘리자!”


    틀린 말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직접 민주주의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말이고, 선출될 인물이나 정책에 대표성이 더욱 뚜렷해지는 것이니. 물론 이 말은 지난 8.24 세금급식 투표에도 그대로 적용돼야 했던 말이긴 하다.

    대통령 선거일 '투표시간 연장'을 둘러싼 논쟁이 온라인상에서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투표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하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논의됐으나 논란 끝에 통과되지 못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0일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투표 시간 밤 10시까지 연장' 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이 시작돼 2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9천여 명이 서명했다.

    "대선 투표일을 임시 공휴일로 제정하든지, 투표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연장하자는 의견에 찬성하시면 알티를."
     -이외수 ‏@oisoo

  •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23일 밤 서울광장에서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행진을 하며 투표 불참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급기야 '트윗 대통령'이라 불리는 소설가 이외수 씨도 이같은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여론을 부채질했다. 이 글은 트위터에서 3천5백여회 이상이나 '리트윗(퍼트리기)'됐다.

     

  •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23일 밤 서울광장에서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행진을 하며 투표 불참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하지만 대통령 선거일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일부 누리꾼들이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외수 작가, 대선투표일이 임시공휴일 것도 모르고 "임시공휴일하든지, 투표시간 늘리든지"라고 트윗. 혹시 한번도 투표를 해본적이 없거나 아니면 평생 직장을 다녀본 적이 없는것 아냐? 출근하는 날과 공휴일을 굳이 구분할 까닭이 없는 인생...ㅋㅋ" 
     -장원재 다문화콘텐츠협회 회장(@yark991)

    "투표일을 임시공휴일로? (이미 임시공휴일) 저녁9까지로 연장? (이미 꼭두 새벽부터 해떨어질 때까지...) 어디 놀러갔다 오실려고? 노는 날이 아니라 투표하는 날입니다. 노는 건 휴일에 노세요."
      - @Ret*****eNow)

     
    ■ 이같은 지적도 있었지만 이외수 씨의 글을 옹호하는 글도 있었다. 임시 공휴일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유였다.

    "이외수씨 말대로 대선일은 임시공휴일이고 원칙대로라면 쉬는 날이다. 한데 워낙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 난 그만 깜박하고 ‘대선일을 임시공휴일로 만들자’ 호소하는 알티를 했다. 씁쓸하다."
     -허재현 ‏(@welovehani)

    "투표시간연장 반대하는 당은 이유를 밝혀주세요. RT @k*****08: "선거 투표 마감 시간. 일본 오후 8시, 아일랜드 10시, 러시아 8시, 영국 10시, 이탈리아 10시, 캘리포니아주 8시, 버지니아주 7시..."
     -조국 서울대 교수(‏@patriamea)

    "대선투표일이 임시공휴일이라는 것은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죠. 문제는 근무 유지하는 회사들과 휴일도 없는 비정규직 사람들입니다. 이 분들 경제활동 인구에 속해 노년층보다는 청장년층이 많아요. 새누리당이 왜 투표시간 연장에 반대하는지 아시겠죠?"
     -안철수를 사랑하는 모임 ‏(@ahnsarang)

     

    ■ 이런 가운데 논란을 주도했던 이외수 씨는 대선일이 임시공휴일인지도 몰랐다는 말로 입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대선은 임시공휴일 맞답니다. 출근을 시키는 회사가 있어서 문제랍니다. 투표 시간만 연장하면 투표율이 올라갈 텐데 반대하는 정당이 있는 모양입니다. 많은 분들이 투표에 참여할수록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 아닌가요. 그런데 왜 반대를 할까요."
     -이외수 ‏(@oisoo)

     

    "그래, 알바 똑똑이들아. 대선 투표일은 임시 공휴일 맞다. 내가 착각한 거야. 그런데 내 착각에 대해서는 노망이니 어쩌니 지랄들 하면서 투표시간 연장 제의에 대해서는 왜 입 닥치고 가만히 있는 거냐. 내가 노망이면, 니들은 광견병 걸린 브라우니냐."
     - -이외수 ‏(@oisoo)

  •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23일 밤 서울광장에서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 회원들이 행진을 하며 투표 불참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 8.24 주민투표 당시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지난해 서울시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 당시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투표율이 유효 투표율인 33%에 미치지 못하게 하려고 '나쁜 선거, 착한 거부'라는 해괴망측한 구호와 함께 '투표 거부 운동'을 벌였었다.

    결국 투표율은 25.7%에 그쳤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에는 조국 서울대 교수의 트위터에 한 트위터 이용자가 "서울 노친네들 설득하기 힘드네요. 그래서 아부랑 엄니한테 25일부터 27일까지 수안보 온천 예약해드렸습니다"라고 올렸다.

    이에 조국 교수는 "진짜 효자!!!"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랬던 이들이 이제와서 '투표시간 연장'을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투표율 늘리는 것? 좋다. 얼마든지!

    투표 시간 늘리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책은 내놓고 주장을 하는가? 부재자 투표라는 보완책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보긴 했나?

    그래놓도 그럴싸한 명분만 가지고 매번 자신들이 유리한 쪽만 주장하나? 언제까지? 의도가 불순한데?

    자신들의 입장에만 맞춰 투표일에 노년층은 효도여행 보내라는 사람들이 젊은층이 투표하도록 투표시간을 연장하자고? 그것도 공식적인 ‘빨간날’에?

    대한민국 국민이며, 자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우리 국민들은 모두 투표율이 높아지기를 당연히 바라고 있다.

  • ▲ 전면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앞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좌파들은 투표 거부 운동을 벌이면서도 오 시장의 투표 독려 호소는 '불법'으로 몰아붙였다. ⓒ 연합뉴스
    ▲ 전면 세금급식 주민투표를 앞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당시 좌파들은 투표 거부 운동을 벌이면서도 오 시장의 투표 독려 호소는 '불법'으로 몰아붙였다. ⓒ 연합뉴스

    관건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입맛에 안맞는다며 매번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요구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몰지각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그들의 습성을 이제 대다수 국민들은 알고 있다.

    ‘혁명’ 좋아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뒤집는 것도 절차가 있고 합법적인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