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결로 흔들 수 없는 共和가치...대한민국-북한인권-자유민주-세계시장 인정
  • 대한민국 정치판에 초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19일 안철수 후보(이하 안철수)의 등판과 20일 국립묘지 참배 행태이다.
     

  • 정치판은 그 동안 참담하기 짝이 없는 몰골이었다. 백골이 흙으로 돌아간 박정희 대통령(이하 박정희)을 관 밖으로 끌어내어 부관참시를 하겠다고 설치는 사람이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인 정치판.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박정희의 묘지에 참배할 수 있다”

    문재인 후보(이하 문재인)가 한 이야기. 박정희 죽은 지 33년이다. 현재의 정당정치판에 무슨 가해자가 있고 무슨 피해자가 있다는 말?

    1975년 인혁당 8명이 사형당한 일은, 당시 대한민국 시스템 전체가 최악의 위기에 있던 문맥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73년 오일 쇼크, 74년 육영수 여사 피살, 75년 월남 패망, 75년 오징어잡이 지도선 해경863호 피격(28명 순국), 76년 판문점 JSA에서 미군장교 2명 인민군 도끼에 피살….

    또한, 당시 스물 세 살 아가씨였던 박근혜 후보(이하 박근혜)가 ‘가해자’라고? 자던 개가 웃을 일이다. 박정희가 얼마나 겹겹 층층의 복합적 캐릭터인데 스물 세 살짜리 딸을 권력 실세로 만든다는 말인가? 게다가 박정희는 과보다 공이 절대적으로 큰 사람이다.

  • 문재인은 지난 17일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더없이 치졸하게 행동했다. 정치적 파트너인 이해찬을 따돌리고 간 것은 신의 없음의 극치이다. 이승만, 박정희의 묘는 둘러 보지도 않고 달랑 DJ 묘지만 간 것은 분열-선동의 극치이다. 상스럽고, 신의 없고, 분열-선동하고….
     
    현재 민통당을 사로잡고 있는 이 같은 풍조는 대한민국의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비(非)새누리, 반(反)새누리 성향의 사람들을 통합해 낼 수 있는 건전한 정당이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 

    그래서 나는, 안철수에 대해 “제발 출마해서 끝까지 완주해라. 대통령이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야권의 정당정치 체질 자체를 바꾸는 데에 기여해라!”라고 주장해 왔었다.

    그 안철수가 19일에 드디어 출마 선언을 해서 사실상의 ‘후보’가 되었다. 그리고 초대형 사고를 쳤다.

    첫째, 안철수는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것임을 밝혔다. 권력이 아니라 ‘정치 프로세스’의 변화가 궁극적 목표임을 밝혔다.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입니다”라는 한마디는 이번 대선을, 정당정치의 재창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선언이다.

  • 둘째, 경제에 있어선 이헌재, 외교-안보에 있어서는 윤영관을 심볼로 내세웠다. 이헌재는 골수 시장주의자이다. IMF 위기에 처한 DJ정부가, ‘서민 대중경제론’을 버리고 시장주의 방향으로 선회했을 때 이를 이끌었던 금융 관료 거물이다.

  • 한편 윤영관은 노무현 정부 초대 외교부장관으로서 이라크 파병에 적극 찬성했다가 사임 처리된 인물이다. 당시 이 같은 입장을 가졌던 사람들을 흔히, ‘한미동맹’을 중시한다는 이유로 ‘동맹파’로 부른다. 윤영관은 동맹파의 수장이었다.

    이헌재와 윤영관은 안철수가 우회전했다는 것을 상징한다.

    20일 안철수의 국립묘지 참배 행보는 이 같은 우회전을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이승만 박정희 묘역도 찾았다.  또한 박태준의 묘역을 찾았다. 참배 후에 그가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공직을 맡은 모든 분들이 현충원을 참배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역사를 배우려는 마음가짐, 공과 과를 계승하고 바로잡으려는 마음가짐이 그것”

    안철수의 이 같은 행태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세계시장체제를 소중히 여긴다는 씨그널이다.

  • 사실 이 같은 조짐은 그 전부터 있어 왔다. ‘탈북자 강제 북송’을 반대하면서 중국대사관 앞에서 220일째 철야농성을 하고 있는 현장(옥인 자생초 마당)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대선 후보 중에서는 안철수 뿐이다. 지난 3월 4일에 있던 일이다.

    대한민국, 북한인권, 자유민주, 세계시장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것이 기본이다. 여든 야든. 나는 이를 ‘대-북-자-세’라고 부른다.
     
    안철수는 그 동안 왼쪽 사람들과 놀았었다. 지금도 그의 주위에는 (비록 개개인의 성격으로 보면 선량하고 합리적인 성품이란 평이 있지만) 왼쪽 성향의 사람들이 많다. 왼쪽 깜박이가 깜박깜박 작동해 왔고 지금도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행보, 그가 연출하는 정치적 상징은 오른쪽이다. ‘대-북-자-세’를 소중히 여기는 행보요 상징이다.

    왼쪽 깜박이에 우회전!

    이것이 ‘철수 스타일’인가?
     
    반칙이라고?

    맞다. 엄청난 반칙이다.

    그러나 정치판 자체가 마비되어 주저앉고 있는 판에 반칙인들 무슨 문제가 있을까?

    앞으로 문재인 및 종친초(종북-친북-떼촛불) 진영은 조만간 안철수에 대해 ‘왕사꾸라’ 혹은 ‘꽃뱀’이라고 맹공격을 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라는 사기꾼에게 네다바이 당했어요! 엄청 요염한 꽃뱀에게 다 털렸어요!  안철수는 MB가 키운’ MB 아바타’입니다”

    이렇게 사납게 몰아치면서 사당동 딱지에서 포스코 이사회 의결 내용까지, 온갖 약점에 대해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가 워낙 큰 화두를 들고 고공비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공격은 안철수에게 타격을 입히지 못 한다. 지구 궤도를 도는 GPS 위성을 향해 고사포를 쏘는 짓에 지나지 않는다. 

    안철수의 화두는 ‘정당정치의 재건’이다.

    “안보를 가지고 국민을 사로잡는 새누리와, 분노-증오를 이용해서 국민을 분열-선동하는 민통당이 양분하고 있는 정치판 자체를 깨버리겠다”는 화두보다 더 큰 화두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非)새누리, 반(反)새누리 성향의 사람들이 지금의 양분 체제에 대해 느끼고 있는 깊은 환멸을 대변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네거티브로는 타격을 입히기 어렵다.
     
    혹자는 안철수 진영이 정치 투기꾼들을 집합시킨 급조 캠프이기 때문에 문제점이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치명적 오판이다.

    야권에는 친노종북전대협 세력에 치여서 빛을 보지 못했던 인재들이 많다. 특히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일수록 더 심하게 따돌림 당하고 겉돌았었다. 또한 지난 4.11 총선에서 한명숙-이해찬 체제는 양질의 경선 후보들을 대량으로 공천학살 했었다. 이들이 급속하게, 안철수 진영의 중앙 조직과 지역 조직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주문야안’(낮엔 문재인, 밤엔 안철수. 晝文夜安)하는 민통당 국회의원들이 이미 수 십 명을 넘어섰다. 민통당 사무총장을 지낸 박선숙 전의원이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것 역시 이 같은 사정에서 생긴 일이다. 민통당은 껍질만 남은 조직으로 주저앉고 있다. 그 껍질은 ‘당 상층부’라고 불린다.
     
    안철수 등판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2강1약 구도를 만들어 낸다. 

    이번 12.19 선거는 박근혜와 안철수 사이의 경쟁이 된다.

    문재인 및 민통당은?

    다 털려서 아무 존재감이 없는 집단으로 추락한다.
     
    이번 선거는 한국 정치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안철수가 지금과 같은 [왼 쪽 깜박이 우회전]을 계속하면서 끝까지 완주한다면, 대한민국은 매우 건강한 2당 시스템으로 진화하게 된다. 지금의 야권에서 미국의 민주당과 같은 ‘건강한 리버럴’ 정당이 나온다.

    안철수가 그 물고를 튼 것이다.
     
    안철수의 이 같은 행보는 박근혜-새누리를 엄청나게 자극하게 된다.  안철수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내세우면서 ‘대-북-자-세’에 바탕해서 야권 정당정치 자체를 재창출하겠다고 표방했기 때문에, 박근혜-새누리는 ‘주류제도권의 원칙과 가치’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가 되었다.

    주류제도권의 원칙과 가치가 정립되면 미국의 공화당과 같은 ‘건강한 보수’ 정당이 나온다.

    그리하여 보수-진보 편가르기가 아니라, 보수-리버럴 양당체제가 출현한다.
     
    안철수는 자연인이 아니다. 안철수는, 한국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은 ‘20년 묵은 변비’가 터져 나오는 일대 사건이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 정치의 한쪽 날개는, 종북에게 단단히 발목 잡혀 있었다.

    위대한 세계적 시인 김지하가 1991년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라는 명칼럼을 썼다고, 그를  ‘배신자, 변절자, 수꼴’로 낙인 찍어 생매장한 게 바로 종북이다.

    그들은 막강했다. ‘종북과의 동거’야말로 한국 정치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김정일의 죽음에서 최근의 통진당 분당 사태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종북은 스스로 주저앉았다. 그 덕분에 20년 동안의 변비가 풀려서 이제 터져나오는 것이다.

    이 터져나옴이 바로 ‘안철수’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야권에서 [건강한 리버럴 정당]이 생겨나고, 새누리가 [주류제도권의 원칙과 가치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거대한 경쟁적 진화과정이 시작됐다. 

    이제 비로소 한국의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흔들 수 없고 흔들어서도 안 되는 공화(共和) 가치=대/북/자/세]를 향해 거대한 점프를 시작했다.

     

  • 박성현 저술가/뉴데일리 논설위원.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지도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도 일체 청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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