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선 출마 선언.. "선의의 정책 경쟁하자" 뻔한 제안
  • ▲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원장이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원장이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드디어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1년 내내 '출마여부'를 고민하던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원장이 이제 '안철수 후보'로 직함을 바꿨다. 19일 오후 3시 구세군아트홀에서 출마선언을 하면서다.

    그의 '신비주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기자회견장은 취재진과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각종 매체가 앞다퉈 기자회견을 생중계로 방송하겠다고 나섰다.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권에는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할까말까' 오래 고민한 척한 '안철수 후보'였지만, 그가 출마할 것이라는데 이견을 단 사람들은 단 하나도 없었다. 정치인보다 더 파격적인 '정치 행보'를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안철수 원장은 자신의 대변인으로 유민영 청와대 전 춘추관장을 영입했다. '안철수 재단'을 만들기도 했다. 책도 내고 방송에도 출연했다. 서민들을 찾아다니면서 '훈훈한 이미지'도 연출했다. 각종 정치인들을 만나면서 '정치 인맥'을 쌓기도 했다.

  • ▲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원장이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이제 관심은 '단일화 여부'에 쏠리고 있다. 

    물론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에도 '애매모호'한 화법이다. 그간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안철수 원장이 응해왔던, 이도저도 아닌 '두루뭉술' 반응, 그 자체였다. 

    "첫째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둘째 국민이 그것에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서는 단일화 논의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대학원장직'과 '안랩 이사회의장직'도 사임한 그는, '독자 출마'를 할 것처럼 보이면서도 막판에 단일화를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안철수-문재인' 후보가 각자 완주를 할 경우, 박근혜 후보에 100%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 몸값은 올릴대로 올린 후, 결국 이번 대선 출마와 같은 방식으로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통합당을 흡수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젠 안철수 원장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 싸움'으로 봐야한다는 얘기다.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원장의 사정권 안에 들어 서게 됐다. 

  • ▲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원장이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그래서였을까. 안철수 원장은 박근혜 후보 뿐만이 아니라 문재인 후보와도 대립각을 세웠다.

    "박근혜 후보는 역사에 대해 여러 가지 말이 있는 걸로 아는데.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힘든 인간적인 고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는 본인이 가진 정확한 생각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의 '공(功)'은 위에서 아래로의 일종의 권위주의 타파다. 우리 사회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본다.

    재벌의 경제집중, 빈부격차 심화, 그건 '굉장히 큰 과(過)'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원장이 언급한 '권위주의 타파'는 최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친노(親盧) 세력의 기득권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읽힌다. 

    또한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문재인 후보를 몰아세웠다.   

    앞서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부를 '총체적으로 성공한 정부'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원장은 공과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며 문재인 후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노무현 대통령에 묻어가는 문재인, 당신은 틀렸어."

    안철수 원장은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 ▲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원장이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할 말은 다 하는' 안철수 원장은 출마 선언문에서 '정책 대결'를 하자고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께 제안합니다. 모두 한자리에 모여, 국민들을 증인으로 선의의 정책 경쟁을 할 것을 약속하면 어떻겠습니까?"

    "지금 대한민국은 낡은 체제와 미래가치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제 낡은 물줄기를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바꿔야 합니다."

    다른 두 후보가 '알아서' 피튀기는 혈전을 펼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그는 제대로 이용한 셈이다. 자신에 대한 의혹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그리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국민여러분 저와 함께 해주십시오. 그래야 정치가 바뀌고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의 삶이 바뀝니다."

    "변화의 열쇠는 바로 국민 여러분께 있습니다.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

    기성 정치와 구태 정치를 싫어한다는 안철수 원장. 어찌나 정치권을 연구하셨는지 그는 이미 '정치 9단' 반열에 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