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19일 출마 선언…다급해진 대선 '발걸음'朴, 安 지지 업은 文과 대결 '최악의 시나리오'
  •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사진)가 지난 16일 경선승리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사진)가 지난 16일 경선승리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압박하고 있다. ⓒ 정상윤 기자

    "안철수가 대세인 줄 알았는데…사실은 문재인이었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공보단 관계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단순히 '컨벤션효과'(전당대회 직후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으로 치부하기에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많다.

    민주당 지역경선 13연승을 기록하는 파죽지세로 이미 경선 막바지에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는 컨벤션효과가 상당부분 반영됐다.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무난하게 대선 후보로 선출되리라는 관측이 컸던 탓이다.

    문 후보는 야권의 강력한 대선주자인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우위를 보이고 있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맞수'로 급부상한 상황이다. 야권에는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이 펼쳐진 형국이다.

    ◈ 文 상승세…安과 대결 구도에서 크게 앞서

    문 후보의 상승세는 안 원장 행보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지금껏 대권 출마 선언에 여유를 보인 안 원장보다 문 후보가 박 후보와 대결에 더 적합하다는 조사결과가 줄을 잇고 있다.

    문 후보가 대선후보로 낙점된 뒤 발표된 첫 야권단일후보 조사에서 문 후보는 41.9%를 얻어 안 원장(36.9%)을 5%p차로 제쳤다. 17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이같은 9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상승세는 두드러졌다. 전주보다 4.5%p 오르며 상승세를 보였고 반면에 안 원장은 3.1%p 하락했다.

  • ▲ 지난달 안 원장이 내놓은 저서 <안철수의 생각>  ⓒ 뉴데일리
    ▲ 지난달 안 원장이 내놓은 저서 <안철수의 생각> ⓒ 뉴데일리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야권단일화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가 안 원장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모노리서치가 발표한 '문재인-안철수 중 누가 야권 단일후보로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문 후보를 선택한 응답자가 48.6%로 안 원장을 선택한 응답자 31.8%보다 16.8%p 많았다.

    특히 문 후보는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민주당 중심의 단일화를 강조하며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했다.

    이는 안 원장에게 던지는 메시지로 읽힌다. 안 원장에게 국무총리 자리를 줄테니 대선후보직을 양보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이전에도 안 원장과의 공동정부론을 언급했었다.

    안 원장 측은 당장 마음이 급해졌다. 문 후보의 돌풍이 거세지자 당장 19일 대선 출마 입장을 발표한다.

    안 원장은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이후 수렴한 국민의 의견을 공개하면서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전망이다.

    ◈ 문재인으로 단일화? 朴, 최악의 시나리오

    문 후보의 상승세에 허를 찔린 박근혜 후보는 더 아프다. 지난 경선캠프 때부터 사실상 '네거티브 대응팀'이라는 이름으로 안 원장과의 대결을 준비해왔으나 정작 본선에서는 문 후보와 맞붙을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캠프 내부에서도 문 후보가 안 원장을 앞설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 후보 보다는 안 원장과의 대결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짰는데 대대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
    - 박근혜 캠프 관계자

    표면적으로는 문 후보를 두고 '반쪽짜리 후보'라며 맹공을 이어가고 있으나, 속내는 복잡하다. 박 후보 측은 문 후보가 안 원장의 지지를 엎고 대선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수를 최악의 시나리오로 평가해왔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사진) 측은 안 원장보다 문재인 후보와의 대결을 더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사진) 측은 안 원장보다 문재인 후보와의 대결을 더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 정상윤 기자

    제 1야당의 문재인 후보의 정치적 조직·기반·지원 등과 안철수 원장의 폭넓은 지지층이 결집할 경우 박 후보로서는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 후보의 측근인 김재원 의원이 "문 후보가 박 후보와 맞대결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야권의 기대감이 추석민심으로까지 이어지면 굉장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야권의 기대가 문재인 후보로 쏠리면서 안철수 원장의 지지율이 더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대선 정국이 일대일 구도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다."

    더욱이 문 후보와의 싸움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대결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친노를 중심으로 한 야권의 재결집을 일궈 안 원장과는 달리 검증 공세를 펼치기도 쉽지 않은 상대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장 문 후보의 기세를 꺾이 위한 맹공을 이어갔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문재인 때리기'를 방불케 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문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직 당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가 권력형 비리, 부패 본산이었던 것을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제1야당이 안 원장의 입만 바라보는 안타까운 처지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를 못내면 민주당은 '서포터즈 정당, 치어리더 정당'이라는 오명을 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