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숙, 박지원-이해찬 돕기 위해 수억원 지출 ‘진술 확보’
  • ▲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용히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용히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통합당 공천비리 사건의 전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4일 공천 명목으로 약 40억원을 수수한 친노(親盧) 성향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양경숙 편성본부장을 구속기소하면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한 것.

    양씨는 공천희망자들에게 받은 자금을 민주통합당 모바일 선거인단 관련 문자메시지 발송, 정치인 후원금 및 선물 구입비에 상당 부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지원>

    검찰에 따르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양씨를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해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양씨는 이에 따라 아르바이트생 등을 동원해 상당한 경비를 들여 모바일 선거인을 다수 모집했고 그 현황을 수시로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양씨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는 3,849건에 이르고 전화통화는 53통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자와 전화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집중됐다.

    양씨는 지난 1월 박 원내대표 명의로 24회에 걸쳐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 11만6,259건을 발송했고 이는 박지원 원내대표에게도 동시에 전송됐다. 양씨는 이 과정에서 경비로 수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공천희망자들에게 비례대표 후보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믿고 돈을 받은 뒤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공천 청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공천희망자들은 지난 3월15일 박 원내대표를 만나 저녁식사를 하면서 자신들의 공천을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이해찬>

    양씨는 이어 지난 6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직전 이해찬 후보 캠프를 돕던 인터넷언론 박모 편집위원으로부터 긴급지원 요청을 받고 해외에서 급히 귀국했다.

    양씨는 이후 이해찬 후보를 지지하는 4만여명의 모바일 선거인단을 모집하는데 수억원을 지출했다고 진술했다.

    민주통합당 김현 대변인은 즉각 반발했다.

    “양씨가 유럽여행 중 5월29일 일시 귀국했다가 이틀 후에 다시 출국했는데 하루 만에 많은 선거인단을 모집했다는 것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양씨의 진술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민주당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중수부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현 대변인은 “검찰은 육하원칙에 맞춰서 야당대표와의 연관성을 밝히는 게 최소한의 의무이며 정신 차리고 민망한 짓을 그만두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양씨가 공천 명복으로 받은 6억여원을 자금세탁해 현금화한 사실을 밝혀내고 정치권 유입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양씨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위해 모바일 투표 선거인 모집을 지원하고 비용을 사용한 행위와 관련, 해당 자료를 서울중앙지검 공안부로 인계해 정당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게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