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계약 당시 보증금 가로챌 고의 있어도 협회 책임 세입자 부주의 이유로 면책 주장 할 수 없어
  • 공인중개사(자료사진).ⓒ 연합뉴스
    ▲ 공인중개사(자료사진).ⓒ 연합뉴스

    공인중개사가 세입자를 속여 보증금을 가로챘다면 협회가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협회 구성원의 귀책으로 제3자가 손해를 입는 경우 공제계약을 체결한 협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2일 조모씨 등 2명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낸 공제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조씨 등은 지난 2007년 8월 건물주로부터 건물관리와 임대에 관한 업무를 위임받은 공인중개사 최씨를 통해 서울 반포동의 한 다세대주택에 세를 얻었다. 임차조건은 보증금 5,000만원에 계약기간 2년이었다.

    그러나 최씨는 다른 임차인으로부터 받던 월세를 집주인에게 계속 지급하면서 조씨와의 임차계약 사실을 숨기고 보증금 5,000만원을 가로챘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조씨 등은 공제금 지급의무가 있는 협회를 상대로 집주인으로부터 받은 23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4,770만원에 대한 공제금 청구소송을 냈다.

    최씨는 같은 수법으로 2001년 12월부터 2008년 1월까지 무려 128차례에 걸쳐 임차인들이 건물주에게 전해달라며 최씨에게 건넨 보증금 56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징역 6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이에 앞서 최씨는 2007년 5월, 보상한도 1억원의 공제계약을 공인중개사협회와 체결했다.

    협회는 최씨를 건물주의 대리인으로 판단한 데 있어 원고에게도 부주의한 과실이 있고 최씨가 공제계약 체결 당시 보증금을 가로챌 고의가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항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인 세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공인중개사 최씨가 공제계약 체결 당시 보증금을 가로챌 의도가 있었어도 계약이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

    “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경우 공제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보상키로 한 약관에 따라 협회에 책임이 있다”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해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가 그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감해 달라는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