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외치며 위장전입에 인사횡포 권위주의까지..자기 이념은 '권리' 남의 논리는 '권위'..언제까지?
  •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가 된 ‘인권’이라는 단어는 참 아이러니하다.

    누군가의 인권을 보장하면 다른 누군가의 인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차별 없는’, ‘평등’ 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완벽한 ‘평등’은 불가능하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가까이는 모두 함께 가난한 나라를 지향하는 ‘북한’이 그나마 가깝다는 게 이 괴리감의 표상이다.

    그래서인가?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만든 국가인권위원회는 항상 논란의 중심이었고, 이 조직의 수장인 인권위원장에 대한 의혹과 비판은 아주 대단했다. 관료주의나 권위주의를 탈피해야 하는 인권위 특성상 위원장 자리는 대개 검증이 덜 되어 있던 시민사회 출신이 차지한 탓이 컸다.

    “인권이란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소 혁신적인 인물이 필요하다.”

    이는 지난 10년에 걸친 좌파정권이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원한 시민사회 인사를 장관급 요직에 앉히기 위해 계속 써왔던 논리다.

    덕분에 본래 ‘반관반민(半官半民)’으로 약자를 돕겠다는 인권위 본래 취지를 무시하고 정부의 성향에 맞는 좌파 인사들이 이 자리에 앉아 국민을 선동하고 분열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 민주통합당은 지난 10년간 자신들이 해 온 변명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증되지도 않은 의혹으로 현 정권이 내세운 현병철 인권위원장을 깎아내리기 바쁘다.

     

    우선 좌파 정권 10년간 인권위의 수장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제1대 위원장 김창국, 요즘 뭐하나 봤더니?

    율사(사시 13회) 출신인 김 전 위원장은 좌파 시민단체의 거두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간사를 시작으로 참여연대의 공동대표, 희망제작소 이사장으로 벌인 시민운동이 주요 경력이다.

    초대 인권위 수장으로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김 전 위원장은 현재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후원회장을 맡아 ‘돈 줄’을 쥐고 있다. ‘좌우’ 없이 인권만을 위해 일하겠다던 사람이 화려하게 정치인으로 거듭난 셈이다.


  • 인권위원장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이었다. ‘정실인사’로 줄서기·줄대기 의혹을 받았고 워크숍을 간 위원들이 2인1실로 배정된 호텔방을 보고 버럭 화를 내는 등 ‘권위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민 인권보다는 자신들의 권위를 세우기 바빴다는 말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좌파 정권의 기조 그대로 ‘북한인권’에는 아예 눈을 감았다는 점이다.

    당시 일본의 산케이신문이 인권위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한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한국의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의 인권문제에 냉담한 이유가 내외에 문제로 되어 있는데, 그 배경에는 시민단체의 ‘압력’ 내지 ‘방해’가 있음이 밝혀졌다. 한국의 이른바 시민단체가 어떻게 친북적으로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는가를 말해주는 것으로서 세론을 놀라게 하고 있다.”

    “한국의 ‘시민단체’의 다수는 노무현정권의 주변에 위치하여, 정권 지지세력으로 되어 있다. 좌파 내지 친북파가 주도하고 있으며, 모든 정치문제에 개입하여 반미.반일에서도 선두에 서 왔다.”


    제2대 위원장 최영도, 위장전입으로 85일만에 ‘낙마’

  • 김 위원장과 사시 동기인 최영도 전 위원장도 역시 민변 회장에 참여연대 출신이다.

    그는 수십억원대의 땅투기 의혹으로 임기 3달만에 사실상 ‘낙마’했다.

    자신은 몰론 부인과 아들 등 가족이 위장전입해 농지를 매입했고 이를 통해 수많은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의혹이었다.

    결국 이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고 85일만에 사퇴를 선언한 것도 둘째와 셋째 아들의 재산형성 과정으로 논란이 번지면서 내린 결정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당시 최 위원장을 내정한 청와대는 이를 미리 파악하고서도 인사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에 곤욕을 치렀다.

    제3대 위원장 조영황, 인권위 부작용 ‘절정’

    참여연대 출신의 시민운동가가 연이어 인권위를 곤경에 빠뜨리자 노무현 정부는 이번에는 경실련 출신을 수장으로 앉혔다.

    조영황 전 위원장이다. 하지만 조 전 위원장 당시 인권위는 최대 위기에 봉착한다. 이미 정치에 너무 깊히 발을 담근 인권위의 부작용이 터져나왔고, 위원장은 이를 타개할 리더십이 부족했다.


  • 인권위가 진정되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하고 권력기관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2001년 11월 인권위 출범 이후 올 상반기까지 접수된 2만여건의 진정 중 인용률이 단 775건에 그쳤다. 각하와 진정이 92.6%를 넘었다.

    정작 국민 인권 진정은 뒤로 하면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내세우며 ‘꿈같은 이야기’만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은 “진보진영의 주장만을 반영한 이상론”이라는 쓴소리를 뱉었다.

    권력을 두고 싸우는 정치세력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던 조 전 위원장은 결국 임기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제4대 위원장 안경환, ‘촛불 폭동’으로 정권 무너뜨리기?

    노무현 정부는 비교적 실험적이었던 경실련 출신 인권위원장으로 혼쭐이 나자 다시 참여연대 출신을 인권위원장에 앉힌다.

    안경환 전 위원장이다. 그는 참여연대 집행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거쳐, 아름다운재단 이사를 지냈다.

    그렇게 정치적이었던 인권위원회였지만, 안 전 위원장은 정권이 바뀌고도 자리를 지키며 2009년까지 끝끝내 임기를 거의 모두 채웠다.


  • 이 과정에서 안 전 위원장의 최대 ‘공로(?)’는 광우병 쇠고기 폭동이었다.
    사상 최대표차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시작부터 지지율 20%를 추락하게 만든 일등 공신이었다.

    거짓 정보에 솎은 국민들이 밤마다 쇠파이프와 몽둥이, 망치를 휘두르며 경찰에 염산까지 뿌려댔다. 심지어 예비군복을 입은 폭도들까지 등장하고 경찰관을 붙들어가 일종의 인민재판도 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해 시위 참가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런 말로 시민들을 더욱 부추겼고 정작 억울하게 폭행당해 병상에 누운 경찰관들의 징계를 외쳤다. 광우병 폭동 당시 500명 이상의 경찰이 다쳤고, 입원자도 300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들은 대부분 나이 어린 전·의경들이었다.

    ◆ 제5대 현병철 위원장, 이제는 ‘역차별’ 해소

    10년간의 정권은 바뀌었고 그나마도 임기 5년 중 2년은 전 정부가 ‘임명’한 인권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후 MB정부가 내세운 사람이 현병철 위원장이다. 현 위원장은 그동안 좌파 정부에서 연간 200억원이나 퍼부으며 ‘지나치게’ 강조했던 특정 세력의 ‘권리’로 침해당했던 나머지 사람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는 게 임무였다.

    전임 위원장들이 공무원·교사의 정치활동은 확대시키는 바람에 반대로 학생들의 정치 사고를 쇠뇌시킨다거나 국민들의 반(反)정부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점이 대표적이다.

    누구를 위한 ‘인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고귀한 단어만을 외치며 분단국가에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려 하면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기를 제공한 것도 포함된다.


  • 실제로 앞서 인권위원회가 주장한 집회·시위의 장소와 시간제한 폐지가 실현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생업을 망치는 참을 수 없는 곤욕을 치뤘다. 또 비정규직 고용 제한 등의 주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기득권 노조에 의해 착취 당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정작 북한 동포가 굶어 죽어가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학교에서 일기 검사를 하지 말라’, ‘성전환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라’는 등의 ‘딴 세상 소리’만 한 것도 사실이다.

    현 위원장이 좌파 세력들에게 미움 받는 대표적 사건은 이렇다

    1. PD 수첩 명예훼손에 대한 검찰 수사 의견표명
    2. 용산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법원 의견표명
    3. 야간시위 위헌법률심판제청 의견제출

    이것은 지난 인권위가 벌인 정책으로 일어난 ‘역차별’을 해소하자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 야권 현병철 낙마 위협은 정치공세

    야권은 현병철 위원장의 재임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이유는 따로 있다. 스스로 벌였던 ‘꼼수’대로 정권을 교체한 뒤 가장 눈엣가시가 바로 인권위원장이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둔 새누리당도 인권위원장이 누가 되든지 관심이 없다. 괜히 현 정권과 가까이 지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권이 주장하는 현 위원장의 사퇴 요구 이유는 그리 현명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좌파 정권 10년간 인권위원장 인사를 통해 자신들이 내세웠던 ‘변명’과 상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

    용산철거민 사태에 대한 인권위 회의에서 남긴 현 위원장의 이 말은 야권이 가장 열을 올려 공세를 취하는 부분이다.

    비슷한 말은 4대 안경환 전 위원장도 했었다. 안 전 위원장은 광우병 폭동 이후 한 언론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소수자 편든다고 좌파라고 한다면 당연히 좌파다.”

    인권이란 사실 절대적 가치보다는 상대적 가치에 가깝다. 한쪽의 권리를 존중하면 반대편의 권리는 조금 줄어들고 서로 조금씩 절충해 '가상의' 평등을 만드는 작업이기에 다소 일방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 말이다.

    현 위원장의 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야권은 자신들의 이념은 ‘권리’고 상대편의 논리는 ‘권위’로 폄하할건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