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자유민주주의 표현은 전문가 의견수렴 결과..KAIST 지경부 이관? "안돼!"
  • ▲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사진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사진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17대 국회에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첫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그의 관심은 ‘교육’이었다. 교과부장관으로 발탁됐을 때 출발은 누구보다 화려했다. MB교육개혁의 아이콘. 스포트라이트가 그를 비췄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립대 구조조정은 교수사회가 집단적 반발을 해왔고, 학업성취도 평가는 ‘일제고사’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으로 불리며 ‘학생 줄 세우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임기 중반 이후에는 학교폭력과 학생 자살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반값등록금 논란 역시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교육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길은 싸늘했고, 그는 자주 고개를 떨궈야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방을 누볐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의 얼굴을 맞댔다.

    교육 수장이 소통에 나서면서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학교폭력의 그늘이 옅어지고 있다는 반가운 조사결과도 나오고 있다.

    어느덧 그는 재임 2년을 넘긴 ‘장수 장관’이 됐다. 훗날 현 정부 교육분야에 대한 평가는 오롯이 그에 대한 평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공과(功過)를 떠나 현 정부 ‘교육’의 상징이 된 그와 함께, 지난 4년 반 MB 교육의 ‘빛과 그림자’를 되짚어 본다.

    1961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장관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17대 국회의원(구 한나라당 비례대표)을 거쳐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으로 교육과학분야 정책을 조율했다.

    2009년 1월 교과부 1차관으로 자리를 옮겨 2010년 8월 제3대 교과부장관에 임명됐다.

    이주호 장관이 <인보길 초대석>에 자리를 함께 했다.

    <이>=이주호 교과부장관, <인>=인보길 대표.

  • ▲ 본지 인보길 대표(오른쪽)가 이주호 교과부장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본지 인보길 대표(오른쪽)가 이주호 교과부장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인> 현 정부가 출범한지도 4년 반이 지났다. 현 정부의 정책 중 교육만큼 평가가 엇갈리는 분야도 없다. MB 교육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주역으로서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이> 현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은 ‘자율과 책임’, ‘창의와 인성’이다. 이런 틀 속에서 여러 가지 개혁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어려움도 많고 시련도 컸지만 핵심정책들이 조금씩 현장에 뿌리를 내리는 변화된 모습을 지켜보면서 소기의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인>
    교과부 차관을 거쳐 교과부 장관에 오른 지도 만 2년이 다 됐다. 장관 취임당시 목표치와 비교해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웃으면서) 스스로에게 객관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 것 같다.

    다만 과거에 미뤄지던 여러 개혁 정책들을 일관되고 과감하게 추진했다는 점에서 그다지 나쁜 점수는 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인>
    취임 후 교육분야는 잠시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특히 학교폭력은 전 사회적인 관심사 임에도 교과부의 대책이 겉돈다는 지적이 있다. 단적으로 묻겠다. 학교폭력 없앨 수 있나?

    <이> 학교현장에서부터 없앨 수 있다는 강한 의지와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학교폭력 근절은 먼 나라 얘기다.

    그동안 범정부적으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했으나 근본적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사소한 괴롭힘도 폭력’이라는 인식하에 학교폭력을 뿌리 뽑고자 올해 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추진 중에 있다.

    대책이 겉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찰청의 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경험’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더 중요한 것은 지난해에 비해 학교폭력이 ‘감소했다’는 응답이 61.2%를 기록한 반면 ‘증가했다’는 응답은 13.6%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런 결과는 학교폭력 대책이 현장에서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하반기에는 인성교육 강화에 남은 모든 힘을 기울일 생각이다. 인성교육이 빠진 학교폭력 대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 본지 인보길 대표(오른쪽)가 이주호 교과부장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인>
    해마다 3월이면 교직경력 5년 미만의 저경력 교사들 중에는 선배교사를 붙잡고 울음을 터트리는 이들이 나온다. 학교폭력 못지않게 교실붕괴와 교권침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교권침해 현상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는 교직에 대한 헌신,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교권침해를 막기 위해 우리가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이른바 ‘교권보호법’ 제정이다.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을 개정해 교권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교사를 폭행하는 경우 가중 처벌하는 것은 물론 교권침해를 은폐하는 경우 처벌 등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담고 있다.

    교권보호법이 개정되면 교권침해 사례가 크게 줄어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생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새내기 선생님들을 위해서는 수석교사제도를 적극 활용해 컨설팅을 강화하고 관련 연수를 늘릴 예정이다.


    <인>
    좌파교육감들과의 관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의 곽노현 교육감과는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습이다. 학생인권조례 시행을 두고는 대법원까지 갔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 학생들이 자신의 인권뿐 아니라 타인의 권리와 공동체의 약속도 소중하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인권조례’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내용을 무리하게 선언하고 규정함으로써 학교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성애 등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 ▶학생 집회의 자유 ▶전면적 두발 자율화 등이다.

    법령이 개별학교에서 자율로 정하도록 한 학교규칙(학칙)을 조례를 통해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도 문제다.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다. 법은 교과부장관이 재의를 요청하면 교육감은 반드시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거부하고 재의를 요구하지 않았다. 조례제정 과정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기 때문에 대법원에 제소를 한 것이다.


    <인>
    교과서 편향성 논란이 여전하다. 예컨대 아직도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피카소의 그림(6.25 당시 황해도 신천사건을 그린 ‘한국에서의 학살’)이 그대로 실려 있어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많다.

    <이> 민감한 문제다. ‘한국사’는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역사에 대한 올바른 역사의식과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학생들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부끄럽게 여겨서는 절대로 안 된다.

    교과서 편향성을 우려하는 각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난해 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을 마련했다.

    역사교과서를 만들 때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일이 없도록 내용이나 표현상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을 미리 걸러내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광범위한 의견수렴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다른 과목과 달리 한국사에 관한한 검정업무를 교육과정평가원이 아닌 국사편찬위원회에 일임했다. 국사편찬위의 검증작업에 참여하는 위원들은 전국 각 시도교육청과 역사학계의 추천을 받아 위촉한다.

    검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키 위한 제도적 장치다.

  • ▲ 본지 인보길 대표(오른쪽)가 이주호 교과부장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인>
     교과부가 만들었다는 한국사 교과서 <집필기준>을 보면 대한민국 건국에 관한 역사인식에 원천적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을 ‘수립’이라고 했다. 고조선, 신라, 백제, 고려, 조선은 모두 건국인데 대한민국만 ‘수립’이다.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는 세력이 개입된 북한역사관의 반영 아닌가?

    특히 "좌우합작 남북협상을 중심으로 설명하라"는 대목은 해방이래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적화통일노선 중심으로 교과서를 만들라는 지침처럼 해석된다. 이 기준을 놔둔 채 왜곡을 시정하겠다는 말은 공염불 아닌가. 

    아직도 수정되지 않은 좌편향 교과서를 '필수'로 바꾼 것은 또 무엇 때문인가? 

    진정 학생들에게 국가정체성 교육을 하겠다면  선진국들처럼 이승만을 비롯한 ‘건국의 아버지들’, 그리고 산업혁명 등 국가의 자부심을 심어주는 교과서와 교육이 필수 아닌가?

    <이> 앞서 말한 것처럼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끄럽게 여기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가장 큰 기조는 교육의 방향을 입시에서 창의와 인성으로 바꾸는 것이다. 개인의 특성과 소질을 살려 모든 아이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도 이런 측면에서 이념이나 정쟁의 거품을 최대한 빼겠다는 것이 기본 철학이다. 전문가들의 공론화를 통한 보완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참고로 지난해 한국사 교과서의 ‘민주주의’ 표현을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는 것을 놓고 한바탕 논쟁이 불거졌다.

    역사학자들은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그대로 쓰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자유민주주의가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배경에는 각계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의견수렴 과정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법학적으로는 ‘국체(國體)’와 ‘정체(政體)’에 관한 법률이론이다. 때문에 헌법학자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인>
     국회의원이 된 시인 도종환의 시 삭제가 논란이 됐다. 장관의 지시였나? 그 결론에 동의하나? 현역 정치인의 작품이 교과서에 실려있는 것은 교육 정신 위배 아닌가?

    <이> 교과서에 대한 검증은 전문가들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이건 과학이건 관료체제에 의한 결정보다는 전문가들의 공론화를 통한 결론을 존중한다.

    이번 일도 교육과정평가원이 전문가 30명의 의견을 바탕으로 추진한 것으로 안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거쳐 최종결정이 이뤄졌다. 

  • ▲ 본지 인보길 대표(오른쪽)가 이주호 교과부장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인>
    든든학자금(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은 MB교육분야 최고의 성과중 하나다. 하지만 대출조건이 까다로워 정작 필요한 이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말들이 있다. 조건을 완화할 수는 없는가?

    <이> 든든학자금 도입으로 대학생 및 학부모들의 학비부담을 줄이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대출금리 인하, 군복무기간 이자지원, 성적요건 완화로 든든학자금 이용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다만, 소득(7분위 이하) 및 나이(35세 이하)와 관련된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저소득층 지원에 우선해야 한다는 점과 향후 상환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
    서남표 총장의 퇴진 논란으로 KAIST가 다시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 일부에선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으로 KAIST를 교과부가 아닌 지식경제부 등 다른 부처 소속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정부부처는 저마다 고유한 업무가 있다.

    지식경제부가 산업기술 연구개발 및 정책 등을 관장한다면, 교과부는 기초과학 정책 및 연구개발, 과학기술 인력양성 등의 역할을 맡는다.

    KAIST의 설립 목적은 ▶고급과학기술인재 양성 ▶국가 중장기 연구개발 ▶국가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기초·응용연구 수행에 있으므로, 교과부 소속이 타당하다고 본다.

    교과부도 KAIST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알고 있다. 주무부처로서 KAIST가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


    <인>
    나로호 3차 발사가 10월로 확정됐다. 지난 5월에는 아리랑 3호 발사에 성공했으나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하는 아리랑 5호는 아직 발사하지 못하고 있다. 나로호와 위성발사 모두 러시아의 비협조가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이> 나로호 개발사업 착수 당시 발사체 개발 후발주자였던 우리나라는 다양한 나라와의 협력을 타진했다. 그 결과 긍정적인 의사를 보인 우주분야 최고선진국인 러시아를 파트너로 삼았다.

    현재까지 러시아는 한·러 기술협력 계약에 명시된 담당 업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나로호 3차 발사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말에는 직접 러시아 정부기관 및 연구소를 방문해 기술협력 실태를 점검했다.

    아리랑 5호 발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 3국 합작 민간회사인 Kosmotras사와 상업발사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로호와 같은 국가 간 협력사업과는 다르다.

    다만, Kosmotras사가 발사를 지연하는 사유가 러 정부와 관계된 측면이 있어, 외교적 차원에서 아리랑 5호의 조속한 발사를 위한 협조를 러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인>
    교육과학수석에서 차관을 거쳐 교과부장관으로 정권 시작과 함께 줄곧 교육과학 한길만 달려왔다. 역대 장관 중 누구보다 다뤄야 할 현안이 많았다.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 가장 고민했던 것이 ‘국가장학금’과 ‘누리과정’ 추진이었다.

    지난해 반값등록금 이슈 등 많은 대학생들이 등록금 부담 완화를 정부에 요구할 때,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고민이 정말 많았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등록금 부담 완화에 관심이 있었고, 든든학자금(ICL)을 주도적으로 도입했던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대학생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국가장학금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부터 '한정된 재정 속에서 학생들의 부담을 좀 더 줄여줄 수 있는 구조는 무엇일지'까지 많은 고민과 의견수렴 끝에 탄생한 것이 국가장학금 제도다.

    아직은 제도 시행 초기라서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앞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재원을 더욱 늘려 대학생들의 등록금 고민을 덜어주고 싶다.

    누리과정 도입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교과부와 복지부로 이원화돼 있던 유아교육과 보육 체계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전부터 있었지만 재원문제 등 부처 사이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려운 난제가 많았다.

    우리 부가 재원을 스스로 부담하겠다고 나서자 복지부도 이에 적극 화답하면서 누리과정이 탄생할 수 있었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중 하나가 높은 육아부담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들의 유아교육과 보육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게 돼 보람이 남다르다.


    <인>
    남은 임기 동안 ‘이것만큼은 꼭 하고 싶다’는 일이 있다면?

    <이> 학교폭력, 뿌리는 꼭 뽑아 놓고 가겠다. 6개월이나 남아있다.


    인터뷰어 = 인보길 본사 대표
    글 = 양원석, 김태민 기자
    사진 = 양호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