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 마라톤 선수들 경기 후 신어보고.. “이건 뭔데 이리 편하지?” 구매 이어져中企 한계 극복 틈새시장인 ‘기능성’ 공략.. “신발은 아직 성장산업 브랜드 키우면 승산”
  • ▲ 우포스 슬리퍼의 개발 과정와 우수성을 설명하는 윤병찬 대표 ⓒ뉴데일리
    ▲ 우포스 슬리퍼의 개발 과정와 우수성을 설명하는 윤병찬 대표 ⓒ뉴데일리

    푹신푹신 해 보이는 소재에 부드러운 라인이 돋보이는 디자인. 사무실에서 막 돌아다니는 여느 슬리퍼는 아니다. 우포스는 신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발에 감기며 편안하다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기능성 슬리퍼다.

    핵심기술은 바로 ‘우폼’이라는 소재. 우폼은 자동차에서 충격을 완화할 때 사용하는 특수고무에서 발포해 만든 신소재다. 몸의 체중을 발 전체로 분산시키면서도 쿠션감을 줘 걸을 때 무릎과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한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3년전 프라임통상 윤병찬 대표이사와 협력회사이자 고객사인 WWE(White Water Enterprise)의 바이어가 자칫 묻힐 뻔한 소재를 운 좋게 찾아낸 것이다.

    “신발산업에 지난 30년간 종사하면서 미국 친구들과 협업을 해왔습니다. 우리가 소재를 개발하면 미국에서 디자인하고 한국에서 제조해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식의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날도 제조공장을 함께 둘러보다가 한쪽 구석에 쌓여 있던 신발을 발견한 것입니다. 제조공장 사장님이 개발했다가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던 소재였죠.

    미국 바이어가 신발을 살펴보고 신어보기도 하고 소재를 만지작거리더니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우리는 논의 끝에 제품으로 다시 만들어 보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신소재 ‘우폼’을 실험해 보니 슬리퍼나 신발에 주로 쓰이는 ‘EVA' 재질보다 충격흡수 측면에서 월등하다는 점을 찾아냈다. 무려 37%이상 충격을 흡수했던 것.
    그 뿐만 아니다. 기존 재질보다 복원력도 좋았다. 체중을 실어 밟았다가 다시 다리가 올라갈 때 바로 복원돼 발을 감쌌다.
    마모되는 시간도 EVA재질보다 훨씬 길었다. 내구성이 좋아 오랫동안 신발이 닳지 않고 처음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소재였다.

    거의 쓰레기통에 있던 기술을 미국바이어와 함께 시험을 거쳐 스펀지보다 충격 흡수를 잘 한다는 사실을 알고 ‘우폼’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윤병찬 사장은 신발은 무엇보다 몸을 편하게 해줘야 하는 중요한 상품이라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성을 살려 통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신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 외로 허리, 무릎, 발목의 통증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어 몸 전체 관절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신발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 ▲ 스폰지보다 충격흡수가 뒤어난 슬리퍼 '우포스'
    ▲ 스폰지보다 충격흡수가 뒤어난 슬리퍼 '우포스'


    ‘몸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발’... 이 점에 집중해 신발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발을 어느 정도 감싸야 하는지, 발바닥에 움푹 들어가 있는 받쳐 주는 슬리퍼의 아치부분은 어느 정도 올라와야 하는지 등을 고민했다.

    디자인은 전적으로 미국에서 진행했다. 미국 본사에 영국, 스페인, 독일 등지에서 온 디자이너들이 모였다.

    “디자인에서도 보행 시 체중 이동을 도울 수 있도록 공학적인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굽 높이를 하나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너무 높으면 안정감이 없어 넘어질 수 있고 너무 낮으면 충격흡수에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우포스 디자인의 핵심은 쿠션감이다. 몸 전체에 전달되는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우포스를 신어본 사람들 중 관절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감동을 느낄 정도입니다. 하루 8시간 이상 서서 일하는 사람들도 큰 만족을 느낍니다. 발이 몸 전체를 받쳐주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신발을 신어야 허리와 하체가 전체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우포스의 진가를 알아본 것은 한국에 앞서 미국시장이었다. 우포스의 미국협력사 WWE(White Water Enterprise)에서 미국 내 마케팅을 추진하면서 충격 흡수 기능성을 적극적으로 알리자 1년새 10만개가 나갔다. 보통 슬리퍼보다 두 배가 넘는 고가인 40달러 가까이 하는 가격에도 미국사람들이 우포스를 찾은 것이다.

    특히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가두 홍보를 나선 것이 주효했다.

    종착지점에서 ‘우포스’ 홍보·판매 부스를 만들어 놓고 마라톤을 마친 선수들을 맞았다. 두 시간 넘게 달려온 서수들의 발은 편안한 휴식을 원했다. 마라톤 슈즈를 벗고 맨발로 걷고 싶지만 그건 더 큰 고통이 따른다. 선수들은 우포스를 신어보고는 '구름위에 선 것 같다'고 했다. 발이 시원하게 쉴 수 있게 되자 현장 구매로 이어졌다.

    당일 마라톤 부스에서만 400켤레를 넘게 판매했다.

    신발시장은 패션 시장과 스포츠용 신발로 크게 양분화되어 있다.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는 거대 기업의 영역을 피해 윤사장은 기능성 신발에 초점을 맞췄다.

    “중소 브랜드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어야 합니다. 저희는 기능성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재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기능성 신발에 디자인의 옷을 입히니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집니다.”

    지난 6월 한국에 ‘우포스’를 론칭한 윤사장은 올해 안에 싱가포르,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타이완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슬리퍼를 여름에 주로 신는데 동남아는 열대 지방이기 때문에 1년 내내 신을 수 있습니다.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우포스는 40달러 수준으로, 싼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부터 공략할 계획입니다.”

    디자인까지 지역별로 다시 맞춘다.

    “아시아 사람들의 발은 발등이 높고 볼이 넓은 편입니다. 반면 서양 사람들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갈치발이 많아요. 발볼이 좁고 발등도 낮습니다. 우포스는 발에 감기는 신발이기 때문에 나라별 발 모양 특색에 맞게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설계해 판매합니다.”

  • ▲ 미국 배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휴식을 취할 때 우포스 신발을 신고 있다.
    ▲ 미국 배구 국가대표 선수들은 휴식을 취할 때 우포스 신발을 신고 있다.

    미국시장과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2013년에는 30만 켤레를, 후년에는 아시아시장까지 공략해 50만 켤레를 유통시킨다는 것이 프라임통상의 목표.

    신발산업의 메카 부산에서 신발 사업을 30년간 해온 윤사장은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인건비 등에서 경쟁력을 잃고 동남아로 생산기지들이 넘어가면서 우리나라 브랜드를 키우지 못한 점을 가장 아쉬워한다.

    “처음 일본에서 신발제조 기술을 들여온 이래 1970년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신발은 수출 1위 품목으로 그 산업적 위상이 높았다. 안타까운 것은 일본에서 넘겨받은 기술로 제조하고 기술을 넓혀가면서 지나치게 OEM에만 집중했다는 점입니다. 

    우리 상표를 갖고 발전시켰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외국브랜드를 샀어야 했습니다. 대만사람들은 브랜드를 구입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세계적인 대형 신발 기업의 주주가 화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에선 신발을 사양산업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분명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고 봅니다. 신발은 아프리카 일부나라를 제외하면 전 세계 일상생활의 필수품이기 때문입니다. 신발을 사양산업으로 치부하지 말고 브랜드를 공략해 승산을 갖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이 우포스를 인수해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려고 한다면 어찌하겠냐는 질문에 윤사장은 '마케팅 능력이 있는 대한민국 기업이라면 대환영'이라고 했다.

    [부산=글.고희정, 사진.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