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사회의 축소판인 '청진역'

    서영석 기자 /뉴포커스

  • ▲ 북한 제2의 도시, 청진청년역.
    ▲ 북한 제2의 도시, 청진청년역.


    ▲<사진= 북한 제2의 도시, 청진청년역>


    가진 것 없는 순박한 시골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 절도, 매춘 행위가 북한의 청진 역에서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마지막 생계수단마저 청진 역에서 잃어버린 적지 않은 북한주민이 결국 꽃제비로 전락하거나 제 2의 범죄자가 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은 살기 위해 매춘의 유혹에 빠진다고도 한다.

    평양역이 아닌 북한 제2의 도시 청진 역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일반인들이 장사를 하기위해 이용하는 가장 큰 기차역이자  항구 도시이기 때문이다. 외국과의 빈번한 문물거래 탓에 물질적 이해타산에 일찍이 눈을 뜬 지역 주민이 세상 물정에 어두운 타 지역출신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상대적으로 평양역은 감시가 심하기도 하지만 평양주민은 법적 처벌이 곧 지방 추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청진 역에서 큰 보따리를 매고 내리는 여자들이 우선적인 희생양이라고 한다. 범죄단은 서너 명씩 조를 이루어 활동한다고 한다. 일단 짐을 가득 가진 사람에게 여성 조원이 접근하여 도와주겠다는 말로 경계를 늦춘 후 같은 편 남자가 짐을 들고 가버리면 나중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는 식으로 잡아 때며 짐을 강탈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짐을 강탈당한 피해자는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역전 부근에서 구걸하거나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또 다른 범죄자가 된다는 것이다.

    탈북자 강 모씨는 "청진 역에서 잠을 자다 신발을 잃어버리는 것은 보통이다. 기차 역 밖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짐은 물론이고 신발, 수건까지 다 도둑맞았다. 결국, 맨발로 3백리를 걸어갔는데 내 행색이 꽃제비와 다를 바 없었다.”고 했다.

    청진에서 살다 온 탈북자 이 모 씨는 “역전에서 어린 꽃제비가 불쌍하다고 함부로 동정을 베풀었다가는 나중에 다른 이에게 칼침을 맞을 수 있다. 어설픈 동정심이 재산과 목숨마저 위태롭게 한다. 절대로 가진 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들이 짐을 든 여자 이외에 가장 선호하는 대상은 순박한 황해도 주민이라고 한다. 외부와의 교류가 적고 평생을 농사만 짓는 황해도 주민을 어리석다는 의미의 “땡해도”라고 비하하여 부르며 그들의 순박함을 이용한 사기를 친다는 것이다.

    청진은 북한에서 제2의 도시이다. 그러나 외국 문물은 평양보다 먼저 받아들이는 곳이다. 마치 한국이 개항 초기 인천을 통해 서울로 신문물이 들어갔을 때처럼 청진은 다른 곳보다 가장 최신유행에 민감한 지역이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는 단속대상인 것이 청진에서는 그 수가 하도 많아 단속을 못 할 정도라고도 한다.

    그 나라 서민들이 사는 모습이 궁금하면 역전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불쌍한 자에게 도움을 주면 감사의 인사 대신 도리어 그가 가진 것을 더 빼앗으려 하는 사회, 순박한 주민을 대상으로 영악하게 배를 채우는 일부 가진 자들의 역전 모습이 마치 북한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탈북자신문 뉴포커스 www.newfocus.co.kr=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