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소외? 통일에 도움? 협력 원하면 'ONE KOREA' 원칙 선언하라
  • 일본의 소리에 답한다-참회없이 소통 없다

    허문도 /전 통일부 장관


  • 일본의 한 논객이 한국의 신문에 글을 실어 『한일관계가 갑자기 겨울로 접어 든 느낌』이라 했다. 근자에 와서 일제때의 징용과 배상문제, 일본의 핵무장 의향문제 등이 드러나 있는데다 한일군사정보 보호볍협정이 체결 직전에 한국 측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일본 측이 유감이라 한것을 두고 이르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한일관계의 몸통은 경제관계다. 2009년, 2010년, 2011년 3년간의 대일무역적자 평균은 한해 300억 달러를 조금 넘었다. 이 적자를 딛고 한국은 세계로 나가는 구조이지만, 만성화된 연 300억 달러 무역 적자를 방치한채 길들어 버린 정치•외교가 한일 양쪽에 있는 한, 크게 놀랄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동북아에서 韓日은 한통속인가

    한일간에 여름이 오든 겨울이 오든 마찬가지 일 것이다. 중국의 대국화로 시작된 동북아 질서의 재편에서 『한일은 소외』되고 있다고 위에 든 일본 논객은 말한다. 이를 게재한 신문은 『소외되는 한일』을 제목에 나란히 내어 걸었다. 엔간히 한국과 일본이 동북아에서 한통속이나 되는 듯한 인상을, 일본 논객의 그 논조에 낚인 듯이 한국 독자들에게 풍겨내고 있다.

    100년 전 하고는 다르다. 그때 한국은 무주공산 같은 존재로 『먼저 차지 하는게 임자』라는 유혹을 강렬하게 주변에 뿌렸다. 솓구쳐 오르는 충동대로 일본은 청일, 러일 두번의 침략전쟁 끝에 300년 선린의 의리를 짓밟고 깔고 앉았다.

    한국이 7번째 20-50 국가(2만달러 소득 인구 5천만)가 된 오늘은 처지가 달라졌다. 질서 재편기가 되고보면 갈등하는 나라들의 쌍방으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는 것이 반도 지정학의 일반 공식 일 것이다.

    역사청산도  안하고, 중국에 G2를 넘기기 까지, 한 30년 국제무대에서 배역은 마다하고 돈만 챙기던 나라가, 그 잘 나가던 시절 다 보내고, 탈아(脫亞)에서 귀아(歸亞)로 세레모니 한 번 못해 보고, 지금와서 한국의 국가 전략을 걱정하는가. 한중일 FTA에도 한일이 협력하면 중국에 대한 교섭력을 높일 수 있다 하는데, 그전에 한일 FTA가 왜 파투났나. 일차산업, 노동시장, 자기 것은 털끝 하나 건드리기 싫어해서 문도 못 연 게 일본 아닌가.

    위의 일본 논객은 『한국의 가치관에 따라 통일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은 일본이다』고 했다. 그리고는 북한과의 수교 과정을 거치게 될 일본과 긴밀하게 협력하면, 『한국은 통일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이(利)로서 한국을 꼬우고 있다.


  • 한국통일 지지하면 ONE KOREA부터

    일본이 진정으로 『가치관에 따라』한국 통일을 지지한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one Korea (하나의 한국)정책을 천명해 보일 일이다. 그리고 북한과의 수교같은 것은 엄두내지 말아야 앞뒤 말이 맞게 된다.

    일본은 그동안 반도 평화유지 명목으로 『반도 분단유지 전략』을 국가전략으로 견지해 왔던 나라가 아니던가. 반도분단의 원인을 만든 나라가 무슨 원수가 얼마나 졌다고 통일의 틈새만 보이면 틀어 막겠다고 날뛴다는 말인가.

    예를 들어보면 1991년 일본은 집권 자민당의 막후 거물 카네마루(金丸 信)부총재를 단장으로 하여 자민당과 야당 사회당의 합동의원단을 비상하게 급조하여 국가대표로 평양에 보내, 북한 노동당의 대표격인 김용순과의 3당대표 사이에 수교교섭 착수를 선언했던 것이다. 일본과의 수교교섭이란 일본 돈이 북한 간다는 얘기이다.

    그때가 냉전이 끝나고, 동구가 무너지고, 소련도 위태로웠던 때다. 철부지 노태우 정권이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역으로 북의 연명작전에 말려들고 말았지만, 그때에 통일의 찬스가 객관적으로 한 번 있었다.
    공산권의 몰락과 북한경제의 파탄지경 앞에서, 일본은 북한의 소멸을 우려하여 강력한 지렛대를 밀어 넣으러 들었던 것이다.

  • 또 한 번은 2002년 9월 북한 김정일과 일본 수상 고이즈미 준이치로 간의 평양 선언이었다.
    선언은 북일수교의 주요원칙에 합의를 보고 무상경협 금액규모도 100억달러 수준으로 말이 새어 나왔고, 이외에도 방대한 민간 경협자금 지원 표명이 있었다.

    일본은 아사가 일상화되어 있던 김정일 체제를 살려내고, 경제개발을 성사시켜 한반도를 영구분단 체제하에 두려했던 것이다. 그해 한일 월드컵이 있어 우리는 축구만 보고 흥청거렸다. 위에서 본 두 경우의 일본의 분단유지 전략의 집행은 그때마다 모두 북핵문제로 인해 미국측으로 부터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동북아 질서 재편기에 대응하는 일본의 국가전략을 추단한다면, 그 것은 일본의 핵무장일 것이다. 미국이 북핵중단을 끝내 받아내지 못한다면, 미국은 더 이상 일본의 핵무장을 말리지 못 할 것이고, 이 같은 상황변화를 일본은 몽매에도 잊을 수 없는 중핵(중국핵) 대책에 적극적으로 원용하려 들 것이다. 미국이 천년 만년 일본을 지켜 줄 수 없다면, 대륙에 역사와 함께 깔아놓은 악행의 추억을 덩치 작은 일본이 커버하는 길은 핵무장 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핵무장은 일본에 불길하다

    그러나 핵은 일본에 불길하다. 인류사상 최초로 핵폭탄이 개발 된 것은 일본에 투하하기 위해서 였다.
    요새 와서 부쩍 일본 안팎에 일본 문명의 하산(下山)소리가 들리는데, 하산의 기점을 찍는 다면, 작년의 동일본 대지진이기 보다는 그때 유발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아닐까.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분명히 인재(人災)인데, 아무도 책임지울 사람이 없다 한다. 이럴 경우 일신교(一神敎)의 문화전통에서는 사고를 통해 초월자의 의지를 읽곤 한다.

  • 한국은 아직 근대국가 경영의 경험이 짧은 소년 같은 나라다. 일본의 그 논객이 『국익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라』는 충고는 두 말 없이 받을 것이다. 그러나 목표는 동북아 모두가 평화하는 반도 통일로 할 것이다.

    이 논객의 시론이 결론 부분에서 『일본정부는 이제 과거사 문제에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일간 협력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한 것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한일간의 문제를 가지고, 이 정도 얘기가 나오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 이 말에는 한일문제의 진정한 본질에 접근하려는 자세가 엿보인다.

    바라고 싶기는, 문제 해결의 기능성을 추구하여 과거사에 접근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혼의 문제를 거기서 보고, 과거의 극복이 스스로와 타자를 동시에 구원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눈 뜰 수는 없을 것인가.

    사르트르, “알제리아의 독립은 알제리아인-프랑스인 모두의 해방”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가 『식민지주의는 하나의 체제이다. 그러므로 알제리아가 독립하는 것은 알제리아 사람뿐 아니고, 프랑스 사람도 해방하는 것』이라 했다.

    일본의 관료엘리트들은 들어라. 당신들의 충성대상인 천황의 책임을, 그 식민지배와 전쟁책임을, 맥아더가 묻지 않았다고, 역사를 요령 좋게 건너 뛰었다고 계속 생각하고 싶은가. 만세일계적 천황제 절대주의로 옥죄어졌던 의식, 오쿠보 토시미치 (大久保 利通),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무츠 무네미츠(陸奧宗光)의 안면몰수한 수재형 침략주의의 후예임을 자부해 마지 않는 의식, 이런 것을 극복할 계기가 일본의 관료 엘리트들 역사 속에 있었던가.

    천년의 문화이웃 조선을 멸시하고 하등(下等)에 두어 일인들의 심층의식에 구조화 된 것이 사르트르가 말하는 제도로서의 식민지주의 일 것이다. 일본에 한류(韓流)가 판치면, 그만큼 일본 안에 혐한(嫌韓)의 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일본인들은 보고 있다. 그래서 식민지주의의 극복은 오늘도 끝나지 않은 문제라 할 것이다. 패전은 동시에 『도덕적 붕괴』(간디)였던 것을 일본인들은 모르지 않을 것이다.

    민족의 윤리적 재생, 부활에 필수적인 과거극복은 누가 요구하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
    돈과 계약으로 어찌 못하는 혼의 문제인 것을 일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활력이 빠져 나가고 있는 무연사회(無緣社會), 키즈나(絆) 상실사회가 빌투(virtu: 한 문명을 흥왕케하는 덕성있는 정강(精强)한 역량-마키아 벨리)를 되돌리는 길도 민족적 과거청산을 통해 윤리적 바이탈리티의 부활점과 격발점을 얻는 것 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