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과 밥 먹고 온 정몽준 "내가 곤란해~허허허"

<윤창중 칼럼세상> 

형(兄)의 도리(2)

인간적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어제 대통령 친형 이상득이 휘청거리며 대검찰청 계단을 휘적휘적 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와는 유쾌하지 않은 추억이 있다. 2년 전, 온갖 상념 속에서 나름대로 결심했다. 그래, 언론계까지 굽실대는 천하권력 이상득의 정계은퇴를 주문하는 칼럼을 쓰자. 단 하루 논설위원을 한다 해도 쓸 것은 쓰자. 나중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兄의 도리’(문화일보 2010년 7월26일자 시론)-이런 내용의 칼럼이었다.

동생이 대통령이고, 형이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형제공화국’!
정말 형제를 이해할 수 없다. 인사비리·국정농단·이권개입 문제가 터질 때마다 예외 없이 이상득이 ‘몸통’으로 떠오르고, 동생은 넘어가고 있다.
형은 동생에 대한 도리가 있다. 조용히 떠나라!

예상대로 권력의 반응은 거칠고 신경질적이었다. 이상득의 집사(執事) 출신들로, 그 덕에 청와대나 행정부에 들어가 권세를 누리던 인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막 써대는군.”

분을 참지 못해 씩씩 거렸다. 두고 보자는 표정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그들은 굶주린 이리떼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런대로 직접적인 조치-예컨대 논설위원 자리를 빼앗아 글을 못 쓰게 하는 것과 같은 것이 없기에 넘어가는 줄 알았지만, 이상득은 지능적이었다.

칼럼이 나간 뒤 이상득이 신문사의 사실상 주인인 정몽준을 만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정몽준은 격앙된 표정으로 이상득과 만난 얘기를 전해주었다.

“이상득 의원과 점심식사를 했다. 무척 화가 나있었다.”

정몽준이 왜 이상득을 만난 사실을 굳이 전하려할까? 그 다음 말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이 의원이 무척 화가 났어. 윤 위원이 그렇게 글 쓰면 내가 곤란해.”

정몽준은 몇 번이고 “내가 곤란해”를 반복했다. 허허허~내가 곤란해, 허허허~내가 곤란해.

자신이 갖고 있는 신문사에서 최대권력과 투쟁하는 논설위원을 보호해줘야 할 사주(社主)가 허허허~내가 곤란해?

가슴 깊은 곳에서 분노가 피처럼 꾸역꾸역 토해져 나왔다. 글 쓰는 사람이 ‘권력'과 '자본(資本)’에 의해 능멸 당할 때 몸서리치게 느끼는 모멸감! 치욕!

그래, 권력과 자본은 결코 영원하지 않으리라! 그게 인류의 역사 아닌가? 그러나 그게 아니더라도 글 쓸 상황이 아니라면 언제든 신문사를 떠나리라! 마음속으로 위로하며 결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용산구 국회의원 진영의 부친상이 있어 빈소에 갔다. 곧이어 문상객들이 시끌벅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들을 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상득이 온 것이었다.

이상득이 자리로 다가와 앉았다. 잠시 있더니, “나에 관한 기사는 신문에 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짧은 말이었지만 가슴을 쳤다. 더 이상 쓰지 말라는 의미!

권력자의 여유있는 자세, 그렇게 군림! 그러나 올 것은 오고야 마는 것! 터지고 말았다. 2년 전, 이상득이 그 때라도 모든 욕심 버리고 깨끗이 정계은퇴해 고향인 포항에 내려가 살았거나, 해외 여행이라도 다니며 소일했다면?

대통령 MB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형님을 정치무대 밖으로 밀어냈다면? 이런 불행은 막을 수 있었다.

MB는 형님을 대검찰청 앞에 세운 게 무슨 대단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국민이 받아들이길 바라겠지만, 민심은 이미 정권 막판에 형식적으로 대충 설거지하고 넘어가려는 것 아닌가?, 이것도 이상득의 더 많은 비리를 감추기 위해 벌이는 고도의 쑈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고 있다.

푹푹 끓어오를 대로 끓어오르고 있는 이런 민심의 저류를 꿰뚫어 봐야 한다. 그게 어디로 향해 폭발할 것인가? 정치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현 정권의 부패 시리즈가 쏟아내고 있는 ‘유탄’들이 박근혜의 바로 코 앞에서 우박처럼 떨어지게 된다.

잘못 핸들링하면 엄청난 타격을 주게 될 것! 한마디로 정권재창출의 적신호!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제대로 민심에 먹혀들어 대선이 MB 정권 심판으로 직행할 수 있다. 대선 정국은 바로 그 분수령에 서있다.

이 불을 먼저 끄겠다고 소방호스 들고 나서야할 당사자는 바로 MB!
최시중, 박영준, 신재민, 천신일…동창회를 비롯해 청와대, 서울시, 안국포럼, 대통령직 인수위 가릴 것 없이 측근 대부분이 쇠고랑을 차다가 마침내 이번주 형님까지 형무소로 가는 상황에서 MB가 입을 열지 않는다?

깨끗이 불길을 끄고 청소까지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책임 없다는 듯이 불길만 바라보다가는 대권을 노리는 박근혜와의 정면충돌은 피할 수가 없다. 정권 재창출이 물건너 가는데 친박계가 가만히 있을 것?

그렇게 ‘내부폭발’이 빚어지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윤창중 칼럼세상 바로가기 http://blog.naver.com/cjyoon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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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윤창중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0년 07월 26일(月)

형(兄)의 도리(道理)

윤창중 논설위원/ 문화일보

‘형제’를 이해할 수 없다. 동생은 천하 대권을 쥔 대통령이고, 집권당 국회의원인 형은 대통령과의 혈연관계에 있다해서 여권 내 권력암투가 벌어질 때마다 ‘몸통’으로 지목받는 논란의 구조를 정리하지 않고 넘어가는 형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동생이든, 형이든!

국격(國格)을 말하는 이명박 정권. 2007년 대선 승리 이후 권력의 구도를 짜기 시작해 지금 3년이 다 돼 갈 때까지 ‘이상득(SD) 문제’는 권력을 향해 굶주린 늑대처럼 한자리 꿰차려고 몰려드는 불나방들의 끊임없는 관심사. 이게 국격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올 소리인가? MB가 인사(人事) 할 때마다 나오는 회전문 인사 시비의 ‘몸통 스토리’에는 항상 꼬리표처럼 ‘SD가 좋아하는 사람이래’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게 무슨 ‘형제공화국’이라도 되는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단 한 정권도 예외없이 친인척의 인사비리·국정농단·이권 개입 문제가 나올 때마다 “물증을 내놓고 그렇게 말하라구”했지만 모두 ‘꼬리’가 밟혀 국가적 불행으로 기록됐다. SD가 아무리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버선 속 뒤집듯 나와도 국민 누가 그걸 믿겠나. MB는 왜 혈연관계에서 잉태되는 권력 암투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고 있는가? 도대체, 왜! 구중궁궐 속에서 들리지 않기 때문? 아니면 아버지처럼 군림해왔던 형이 대통령이 된 뒤에도 무서워서?

‘형님 이상득’은 도리(道理)를 명심해야 한다. SD는 불행한 선택을 하고 있다. 권력의 생리라는 측면에서 조선시대 군신 개념을 빌리면 SD는 엄연히 대역불충(大逆不忠)이다. 군왕은 형님, 형제와 권력을 나눌 수 없다. 지난번 총선 때 깨끗이 금배지를 포기하고 대통령 임기 내내 낙향해 권력을 끊거나, 외국이라도 나가서 살아야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영남권 국회의원 중 박희태, 이상배, 박종근, 이해봉과 같은 거물급들은 ‘65세 이상’이라는 딱지를 받아 낙천했고, 이상득만 일찍 공천받고 지역구에 내려갔다. 자신은 73세이면서! 이게 야심이 아니라고?

총선 때 이상득의 정계은퇴를 주장했던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이 사정기관의 사찰을 받았다. 이상득 본인이 시켰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권력의 생리상 SD 후광으로 청와대·국정원·국무총리실 요직으로 들어가 인생역전한 심복들이 만사형(兄)통, 영일대군에 대한 과잉충성을 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이상득은 노무현이 지난해 5월 형 건평 문제와 부인 권양숙 문제로 자살하자 놀랐는지 ‘2선 후퇴’ 선언을 했다. 자신의 심복들이 권부의 요직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는 게 2선 후퇴? 한일의원연맹회장이 2선 후퇴? 공무원들 데리고 전세계 돌며 자원외교 특사로 나서는 게 2선 후퇴? 대한민국에서 자원외교할 인물이 ‘만사형통’밖에 없는가?

이번에도 SD의 보좌관을 13년 동안 지낸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박영준은 민간인 사찰 파문에서 혼자만 건재하고 있다. 무슨 끈 때문에? 정두언이 권력 사유화라고 소리치자 박영준은 청와대에서 잠시 나왔다가 이젠 총리실 자리 찾아 들어가 국정을 좌지우지한다고 한다. 군사정권 점령군처럼.

도대체 박영준이 과거 뭘했던 인물인데? MB 정권 요직을 석권한 ‘선진국민연대’, SD가 배후 실세 아니었던가? ‘선진국민연대’가 도대체 무슨 단체인데, 250여명이 청와대 만찬에 초청돼 국민 혈세로 밥먹고 술마시나? 영포목우회, 이들이 만나서 무슨 얘기 했을 것인가? 그런데? 나는 모른다?

형은 동생에 대한 도리가 있다. 집안에서 대통령이 나왔으면 가문의 영광으로, 국민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정계를 떠났어도 벌써 떠났어야 했다. 동생 덕으로 국회의원 된 것은 아니지만 억울해도 정계를 떠나는 게 동생에 대한 도리이고 국민에 대한 도리다.

국민이 이상득, 이재오, 정두언, 박영준 보고 찍은 게 아니다.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 노건평은 고향에서 살았어도 돈다발 챙기며 동생의 비극을 만들었다. SD는 이미 시한폭탄을 몇차례 터뜨렸다. MB의 남은 임기 2년7개월, 많은 시간이 남은 것도 아니지만 권력이 떠난 뒤 후회한다면 지금보다 더 부질없다. 조용히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