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이 붕괴하고! 인터넷 여론 주도권이 SNS로 이동!
  •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 Drucker)는 <새로운 현실>(New Realities)이란 책의 첫 부분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세상은 어느 순간 기후변화, 지형변화를 일으킬 때가 있다.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기후의 변화이다. 예를 들어 유럽 정치는 1873년 5월의 비에나 주식시장 폭락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 공황 자체는 그리 오래 지속된 위기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주식시장 공황을 계기로 유럽에서 '자유주의' 세력이 붕괴했다. 자유주의 진영은 둘로 나뉘어서 해체되어 버렸다.
    하나는 [반유대주의(anti-Semitic) 사회주의 진영]...다른 하나는 [마르크스주의  진영]. 이 거대한 변화는 불과 2~3년 사이에 완결되었다. 1873년 이전에는 [기이한 극단적 사회주의 소수파 그룹]에 지나지 않았던 마르크스주의 진영은 1880년대에는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등장했다.

    요즘 우리 정치 문화에서도 이와 같은 근본적인 지형변화,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막강한 문화권력자 김구라가 (정신대 할머니에 대한 망언이 알려진 다음에) 불과 100시간만에 나자빠졌다.
    임수경의 극언은 백요셉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이 올라온지 10시간 만에 포털 검색 순위 1등이 되었고, 18시간 만에 (그것도 일요인인데!) 저녁 뉴스에서 톱으로 다루어졌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가짜진보(종친초=종북-친북-떼촛불)의 행태는 심각한 비판을 받지 않았었다. 그들은 문화와 여론에 대해 [절대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정말 좋았던 시절이었다. (물론 종친초에게만 좋았던 시절이다)

     이제 그 시절은 갔다. 그동안 방자하게 까불었던 것에 대한 빚을 청산해야 하는 세월이 왔다. 니체(F. Nietzsche)가 말하는 '위대한 정오'(The Great Highnoon).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김정일이 죽은 다음부터 평양의 붕괴가 급가속되고 있다. 절대로 저질러서는 안되는 똥멍청이 같은 작태가 나온다. 예를 들어  이번 통진당 비당권파에 대해 평양것들은 "미국 CIA 간첩이며 종파주의자들이닷"이라는 극언을 퍼부었다. 한마디로 "니들, 디질래? 잡아 죽일 거야!"라고 공개 선언한 것이다. 이는 (평양것들종북성골의 이익을 위해서) 절대로 공개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비밀리에 일대일 메시지로 했어야 할 이야기였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박근혜, 정몽준, 김문수, 기타 정치인들이 평양에서 한 언행을 몽땅 공개하겠다"라고 떠들었다. 이 역시 절대로, 공개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한마디로 평양것들 내부에서 리더십이 개판이다. 난맥이다. 나같은 사람의 눈에도 이같은 사정이 훤히 보이니만큼, 평생 평양것들과 짝자꿍을 맞추어 온 종북성골들은 이를 훨씬 더 민감하게 느끼고 있을 게다. 그래서 종북성골들이 모조리 양지, 수면 위로 기어나와서 국회의원 배지를 차려고 난리 불르스를 춘 것이다. 평양이 붕괴하기 전에 그럴싸한 신분을 확보해 놓아야 할 것 아닌가? 국회의원쯤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질질 짜면서 공개사과, 공개반성 하면 면죄부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그냥 지하 혹은 커튼 뒤의 '실세'로 남아있다가는 평양것들이 박살났을 때 인생 종치게 된다. 그래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고 종북성골들이 혈안이 되었다.  그래서 밥그릇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종북 잡골들이 유시민/심상정/노회찬 등과 손잡고 종북성골을 공격했던 것이다.

    둘째, 인터넷이 확 바뀌었다. 여기엔 두 가지 힘이 작용했다. 하나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간격을 넓힌 게 아니라 오히려 좁혔다.

    3년전 아이폰3이 나오니까, 40~50대 남자들이 "스마트 장난감"을 하나 얻은 듯, 스마트폰으로 사진찍고, 전송하고, 인터넷하는 풍조가 생겼다. 원래 이런 속담이 있다. "남자는 영원히 어린애일 뿐이다. 나이가 들면 장난감이 점점 더 비싼 것으로 바뀔 뿐이다. Men never grow up. Only their toys get more expensive.". 40,50 대 남자들, 그전엔 인터넷에서 멀티미디어 파일(사진, 동영상, 오디어 파일)을 다루지 않던 세대, 서핑이나 간신히 하고 이메일만 하던 세대가 유비퀴터스 멀티미디어 통신에 탐닉하게 되었다. [스마트 장난감] 덕분에.

    요즘은 아줌씨들이 스마트폰에 빠졌다. 특히 갤럭시 노트."글자가 커서 좋아요! 눈이 안 아파요!" ㅎㅎ 내가 아는 어떤 아줌씨는 아예 수백페이지 짜리 갤럭시노트 매뉴얼을 사서 통째로 익힌 사람도 있다.

    또한 요즘은 할배, 할매들이 스마트폰, 유비쿼터스 멀티미디어에 혹 빠졌다. 자기들끼리 카톡하고, 인터넷으로 사진보내고…. 난리 불루스가 아니다. 제2의 청춘….

    인터넷을 바꾼 두 번째 요인은 SNS이다. 트윗과 페북. 이 두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사용자 각자에게, 각자의 관점에서 본 세상, 각자의 참여에 의해 구성되어 가는 세상의 모습"을 중계하는 서비스이다. 뉴스피드(페이스북)와 타임라인(트윗)…수억명의 사용자가 동시접속한 상태에서도…그 사람들 각각에게, 각각의 관점, 각각의 참여를 제공한다.

    이 철학, 전략 덕분에 초기 SNS 서비스들 (미국의 Myspace, Bebo...한국의 Cyworld)이 나가 떨어지고 트윗과 페북이 대 성공을 거뒀다.

    트윗과 페북은 또한, 사실상의 실명공간이다. 그것도 화면에서 바로 그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라이브(live) 실명' 공간이다.

    자기자신의 관점(눈알)을 가진, 민낯으로 나다니는 존재…. 이것이 바로 개인이다.

    패거리의 관점(눈알)을 가진, 익명으로 설치는 존재…. 이것이 바로 이다.

    SNS는 인터넷을 [떼의 공간] (포털 게시판과 까페)에서 [살아있는 개인의 공간]으로 바꾸었다. 

     

    1백 50년 전에, 키에르케고르(S. Kierkegaard)는 이런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했다.

    익명 존재들의 집단, 즉 떼는 무참하고 어리석고 잔인하다. 거짓 선동을 좋아할 뿐이다. 반면, 진실은 오직 개인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오직 개인만이 진실을 알 수 있다. 오직 개인만이 진실될 수 있다. 

    SNS는 진실친화적 개인이 주도하는 공간이다. 또한 사람들은 SNS를 통해서 "모난 돌이 정맞는다" 는 둥, "입바른 소리 해 봐야 손해만 본다"는 둥과 같은 '진실을 억압하는 미신'으로부터 해방되는 경험을 한다. 그 결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진실친화적 개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2012년 상반기는 대한민국 인터넷 소통의 역사가 바뀐 시점이다.

    돌이켜 보면 지난 1990년대 초반에 따따따(www)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또한 1995년에, 그동안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주도/독점해왔던 미국과학재단 망(NSF Net)이 스스로의 주도권을 해체하고 상용 접속서비스 체제를 탄생시켜 주었다. 우리 사회는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속 서비스를 가장 싼 가격에 가장 보편적으로 가장 일찍 구축한 사회가 되었다.

    그리고 2000년 경에 포털과 까페의 시대가 와서 12년 동안 인터넷을 지배해 왔다. [익명 존재들의 집합] 가 인터넷을 지배해 왔다. 이 지배 구조가 이제 붕괴한 것이다.

     

    이제 SNS가 인터넷을 주도한다.

    이제 진실친화적 개인들이 인터넷을 주도한다.

     

    자,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지금 정치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는 것에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평양의 붕괴가 급가속되고 있으며;  종북성골들이 (마땅히 지하, 커튼뒤에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가 먼저 선출직 (시도지사, 국회의원)이 되려고 눈알이 뒤집혀서 설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종친초 진영 안에서 심각한 내분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강력한 상수였던 [종북 커넥션의 영향력]이 통째로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 

     2. 떼(익명 존재들의 집합)가 지배하던 '포털/까페의 시대'가 끝나고, 진실친화적 개인 (자기자신의 관점을 갖춘, 라이브 실명 존재)이 주도하는 'SNS의 시대'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 의해 장년층, 노년층이 대거 유비쿼터스 멀티미디어 통신을 즐기게 됨으로써, 진실친화적 개인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지고 있다.

    나는 가짜진보들, 종친초들, 이른바 진보빅텐트 속에 뒹굴던 사람들 중에 이같은 변화를 직시하고 '자기 자신의 중장기적 이익'을 위해 인생경로를 확 바꾸는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원한다.

    나는 민주통합당의 온건/합리적 인사들이 이같은 변화를 직시하고 대담하게 기존 리더십을 공격하고 비판하게 되기를 기원한다.

    나는 새누리의 '무기력한 웰빙 주류제도권' 인사들이 이같은 변화를 직시하고, [진실을 옹호하기 위해 나서는 용기][진실을 대중화하기 위한 열정]을 백배천배 강화하기를 기원한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나같이 놀기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직분---놀멘 놀멘 탱자 탱자 모드(mode)로 되돌아 갈 수 있다. 그 모드가 나의 고향이다. Send be back home! Please! 

     

  • 박성현 저술가/뉴데일리 논설위원.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지도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도 일체 청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웹사이트 : www.bangm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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