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서 단체로 숙식, "노회찬-심상정 비난하는 동영상까지 제작""5.12 폭력사태, 당연한 일이다. 내가 계속 활동했으면 나도 그랬을 것"
  • 자칭 '진보'를 표방하는 통합진보당의 낯뜨거운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통진당은 지난 3월 '여론조사 조작'에 이어 4.11 총선 이후에는 당 전체가 부정선거로 내홍을 겪다 폭력사태까지 겪더니, 최근 '유령당원'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성남시에서 당원 61명의 주소가 한곳으로 돼 있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경기동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구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가 학생당원들을 동원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제는 어떤 '부정, 불법'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자연스러워진 상황이다.

    #. 경기동부 학생당원 "한달에 70만원씩 받고 댓글 알바" 폭로
    - 좌파매체 <레디앙>, 민노당 당시 청년위원 김 모씨 인터뷰

    인터넷신문 <레디앙>은 25일 당시 민노당 청소년위원회를 장악한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이라는 청소년 단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90년대 초반 서울 지역의 각종 청년회나 고교생 모임을 주도했던 경기동부 지역 출신들이 만든 단체다. 이 청소년단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사람으로 통합진보당 현직 국회의원과 최고위원 후보 등이 있다.'

    그러면서 당시 청소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 모씨의 증언을 보도했다.  

    "온라인 선거팀이라는 곳에서 두 달 동안 '댓글 알바' 를 했었다. 선배가 어디가서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고 어디서 나오는 돈인지 모르겠지만 한달에 70만원씩 받았다. 영등포 한 모텔에서 단체로 숙식하며 활동했다."

    "노회찬, 심상정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 그런데 2007년 대선 당내 경선 당시, 당 게시판에 그들의 악행을 고발한다는 동영상이 배포됐는데, 경기동부 쪽 모 선배가 제작 배포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 ▲ 당시 당게시판에 올라온 노회찬 비방 동영상 ⓒ <레디앙>
    ▲ 당시 당게시판에 올라온 노회찬 비방 동영상 ⓒ <레디앙>

    그는 당내 경선이 끝나고 권영길 후보로 정리되자 당시 '희망' 사무국장과 청소년위원회의 제안으로 온라인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선배들이 그 어디에도 돈을 받고 온라인 댓글 알바를 한다고 말해서 안된다고 말했지만 그것이 불법 선거운동이었다는 것을 몇 년 뒤에나 알았다."

    당시 ‘민들레’라 부르던 온라인 선거팀에 ‘희망’과 청소년위원회 소속 당원이나 수원, 성남, 부천지역 청년회 등 젊은 사람들이 모였다. 김 씨에 따르면 실무 지휘는 당시 양천구위원회의 위원장이, 그 위에는 외부에서 스카웃된 3명의 전문 인력이 있었고 가장 상층부에는 중앙 선본의 책임있는 사람이 관여했다.

    이들은 새벽 4시부터 밤 12시까지 영등포 한 모텔에서 공동 생활하면서 중앙당사 4층 빈 회의실로 출근해 블로그 뉴스 조작, 기사 댓글 달기 등에 동원됐다. 당시 함께 했던 이들은 반값등록금 운동을 주도했던 모 대학 학생회장과 당내 인사도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어디서 지급되는지 몰랐지만 한 달에 한 번 통장을 통해 70만원씩 지급받았다. 안 받은 사람도 있지만 확실히 나를 포함한 몇 명은 돈을 받았다."

    "첫날 출근했을 때 4-5명이 있었지만 대선 끝날 때까지 15명이 활동했다. 당시 분당 정국이어서 노회찬, 심상정 지지자들이 당 게시판에 글을 많이 올렸는데, 가끔 당 게시판에 들어가서 비판과 반박 댓글을 달기도 했다. 내용이 좋으면 잘했다는 칭찬도 들었다."

    이 외에도 또 다른 사건을 하나 더 폭로했다. 은평구 소속인 김 씨에게 현재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모 후보가 찾아와 구로지역으로 당협 이전을 제안한 것이다.

    구로구 위원장으로 출마한 사람이 초기 ‘희망’을 만든 사람이었는데 모 최고위원이 직접 김 씨를 찾아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 최고위원]
    "구로지역에 훌륭한 선배가 출마한다, 내가 강요하는 것은 아니고 네가 구로로 지역을 옮겨서 도와라. 이번 출마한 사람이 오랫동안 고생 많았는데 당선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그는 구로지역으로 당적을 옮겨 그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했고 그는 당선됐다고 한다.

    "‘희망’ 사무실에 내 짐작으로도 민주노동당에서 꽤 높은 사람들이 종종 골방에 회의하러 왔었다. 당시 골방에 모여 회의하던 사람들이 이 모, 편 모, 유 모, 이 모씨 등이었다."

    경기동부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운영했던 C&P(현 CNC커뮤니케인션즈)에 대한 실체를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2010년 은평 재보궐 선거를 설명했다. 중앙에 경기동부가 장악했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당시 선거가) 서울시당에서 일방적으로 이상규 의원을 출마하라고 내리 꽂았다. 은평 당원들도 이상규가 출마하는지 전혀 몰랐다." 

    C&P의 경우, ‘바이러스’라는 청소년 단체 매체에서 C&P의 사업을 하청 받아 일을 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석기의 존재는 이번 4.11 총선 공보물을 보고야 알았다고 했다. 그간 10여년 동안의 NL계 운동에서 전혀 몰랐다는 설명이다.

    "홍보물에 이석기 의원의 대표 경력이 ‘민중운동’이라 되어 있어서 황당했다. ‘어라, 이 아저씨 그냥 기업가인데’ 라고 생각했다."

    김 씨는 2008년 '희망'을 그만두고 2010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당 활동도 그만뒀다.

    "2010년 이후 과연 우리 꼭대기에 앉아있는 선배들이 하는 일이 정말 옳은 것일까라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그는 이번 '4.11 총선 비례경선 문제' 에 대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주소지 옮기는 것들 모두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온라인 소스코드 문제도 충분한 가능성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접근하기 때문이다. 제가 이런 이야기 했을 때 선배들이 ‘너는 왜 우리를 믿지 못하냐’ 라고 하는데 나는 ‘당신들 그런 사람이니깐’이라고 할 수 없었다."

    '4.11 총선 비례경선 문제' =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 부정의혹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5월 2일 “비례대표 후보 선거가 선거관리 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부정선거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의혹 모두 사실로…비례대표 경선 총체적 부실-부정선거'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의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말로 모든 의혹이 사실이었음을 자인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우선 투표자 수와 투표함 속 용지 숫자가 맞지 않았다. 대리투표로 추정되는 동일인 필체도 드러났다. 관리자 직인조차 찍혀 있지 않은 투표용지도 발견됐다. 당원이 아닌 사람이 투표한 정황은 부지기수였다. 조 위원장은 “선거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정도”라고 평가했다.

    온라인 투표의 경우 그 정도는 더 심했다. 동일한 아이피(IP)에서 집단적으로 투표가 이뤄진 정황에다 투표함을 여는 것과 같은 소스코드 프로그램 수정이 이뤄졌다. 소스코드를 건드릴 경우 투표자 수와 해당 후보의 기호를 바꿀 수도 있어 얼마든지 원하는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진상조사위 견해로는 비례대표 경선 관리를 적절하게 수행할 능력이 없는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전산업무를 맡겼다. 해당 업체는 앞서 민주노동당 업무를 10년 넘게 담당해온 전산관리업체로 알려졌다. 소위 당권파들이 입맛대로 조작 가능한 가까운 업체를 선정해 고의로 원하는 후보에게 비례대표 순번을 줬다는 얘기가 된다.

    김 씨는 '5.12 중앙위 폭력사태' 에서 단상위를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한 사람의 다수를 알고 있었다.

    "내가 계속 당 활동을 했다면 나는 분명 저 위에 있었을 것이다. 왜냐면 그게 당연할테니깐."

    김 씨는 <레디앙>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며 '형, 누나, 친구라는 당원들'의 이름을 부르며 참담해했다.

    ◆ '5.12 중앙위 폭력사태' = 지난 5월 12일 밤 열린 통진당 중앙위원회에서 비례대표 총사퇴 의결을 막으려는 당권파 측이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를 집단 구타하는 최악의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 ▲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 부정관련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조준호 공동대표가 12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중앙위원회의에서 강령개정을 통과시키고 나서 단상에 난입한 당원에게 멱살을 잡히고 있다. 2012. 5. 12  ⓒ 연합뉴스(자료사진)
    ▲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 부정관련 진상조사위원장이었던 조준호 공동대표가 12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중앙위원회의에서 강령개정을 통과시키고 나서 단상에 난입한 당원에게 멱살을 잡히고 있다. 2012. 5. 12 ⓒ 연합뉴스(자료사진)

    '당권파, 조준호 머리채 잡고 얼굴 가격, 난장판… 유시민-조준호를 집단폭행..구둣발로 짓밟아'

    심상정 대표가 오후 9시40분쯤 첫번째 안건인 강령 개정안을 표결를 시도하자, 당권파 측 당원 100여명은 곧바로 “불법 중앙위원회 해산하라”를 외치며 단상에 올라가 대표단을 위협했다.

    당직자들이 급히 저지하려 했지만 당권파 측은 순식간에 단상을 점거하며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공동대표를 에워쌌다. 그리고 당권파 측 중앙위원과 당원들은 카메라 수십대가 돌아가는 앞에서 세 명의 공동대표를 마구잡이로 폭행했다.

    조준호 공동대표는 이들에게 구타를 당하면서 상의가 거의 다 찢어졌고 탈진상태에 빠졌다. 유시민 공동대표 역시 수차례 폭행당했다. 여성인 심상정 공동대표는 직접적 구타를 당하지 않았으나 당권파들에게 짓밟혔다.

    조준호 공동대표가 머리채를 잡히고 얼굴을 가격당하는 과정에서 일부 당원들이 “이러지 마세요”, “폭력을 자제해주세요”라고 호소했지만 당권파 측 당원들은 막무가내였다. 5분여간 구타를 당하던 세 공동대표는 혼미한 상태에서 당직자들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무대 우측 비상구로 빠져나갔다.

    이러한 집단 폭행은 정당 역사상 전무후무하다. 당권파는 세 공동대표가 긴급 대피한 뒤에도 의장석을 점거하며 시위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듣기 민망한 욕설도 난무했다. 결국 이날 회의는 무기한 정회됐다.

    #. 중국집(61명) 도서관(31명)… 이석기, 통진당 재장악 위해 또 ‘유령당원’ 동원?

    통진당은 지도부 선거를 앞둔 지난 23일 경기도당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신당권파 측 송재영 후보 선거대책본부가 선거인단 명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당 선관위로부터 1차 선거인 명부를 받았는데 총 160명의 유령 당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송재영 후보는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 이후에도 이런 일이 여전하다는 건 투명성이나 공정성에 대한 (구당권파의) 불감증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경기 성남시의 경우 많은 곳은 61명까지 집단 거주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해당 주소지에 직접 전화를 했더니 당원 61명이 사는 곳은 중화요리집이었다.”
    “31명이 산다고 한 두 곳은 각각 도서관이나 가게였다.”

    비례대표 경선 당시 유령당원을 동원해 부정경선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의원과 구당권파 측이 지도부 선출 선거에서도 똑같은 부정을 되풀이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송재영 후보가 공개한 유령당원의 주거지는 실세 이석기 의원이 최근 주소지를 옮긴 성남시였다. 유령당원 주거지가 가장 많은 성남 중원구는 구당권파 소속 김미희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OOO번지 (31명)
    ▲ 경기 성남시중원구 금광1동 OOO번지 (31명)
    ▲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동 OOO번지 (17명)
    ▲ 경기 성남시 중원구 중동 OOOO번지 (61명)
    ▲ 경기 성남시 중원구 중동 OOO번지 2층 (8명)
    ▲ 경기 성남시 중원구 중동 OOO번지 3층 (8명)
    ▲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OOO번지 (5명)

    신당권파 측은 지도부 선거를 앞두고 구당권파가 위장전입 혹은 집단 주소지 이전 수법을 되풀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은 신당권파 측 관계자의 말이다.

    “예전 민주노동당 시절에도 구당권파는 선거 때마다 한 집에 20~30명씩 위장전입을 시키는가 하면 주소지를 옮겨 놓곤 했다.”
    “이를 문제 삼으면 ‘실제 그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우기곤 했었다.”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번 선거는 부정선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이 오래전부터 특정 정파가 관리해 온 당원으로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점에서 부정선거 논란은 심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구당권파 측 안동섭 후보는 “당원 명부는 중앙당에서 선관위 기준에 따라 일괄 정리한 것이고 거기에 따르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