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극우파 남성, 소녀상 다리에 '다케시마는 일본땅' 말뚝 묶어관할 종로경찰서 "단순한 관광객으로 오인, 저지못했다" 변명
  •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이 말뚝 테러를 당했다.

    극우파 활동가로 알려진 스즈키 노부유키(47)는 자신의 블로그에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고 적힌 말뚝을 소녀상(평화비) 의자 다리에 묶는 동영상을 게재했다. (http://blogs.yahoo.co.jp/ishinsya/archive/2012/6/20?m=lc#44077041)

    이 영상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촬영된 것으로, 당시 스즈키가 직접 나무 말뚝을 소녀상 옆에 박고, 이 모습을 동행한 신원미상의 남성이 카메라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영상을 살펴보면 스즈키가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를 가한 뒤, 소녀상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종군 위안부를 '매춘부'로 비하하는 망언을 퍼붓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것이 일본대사관 코앞에 있다. 이런 위안부상은 빨리 철거해야 마땅하다. 자칫 방심하면 이런 매춘부상이나 매춘부 기념비가 세계 곳곳에 세워질 것이다."

    스즈키가 소녀상에 말뚝을 세우고 기념사진을 찍자, 한 경찰이 다가와 말뚝을 소녀상 옆으로 치운다.

    그러나 잠시 후 다시 돌아온 스즈키는 미리 준비한 끈으로 소녀상 다리에 말뚝을 꽁꽁 묶어 버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찰이 스즈키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관할서인 서울 종로경찰서 측은 "테러 등의 사태에 대비, 대사관 앞에 경찰을 배치하고 있으나, 당시 이 남성을 단순한 관광객으로 오인해 저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테러범' 스즈키는 한국 경찰의 무능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사관 앞에 경찰이 있었지만, 매춘부상을 지키는 경찰은 없었다"고 밝혔다.

  • 스즈키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말뚝 테러' 사진.
    ▲ 스즈키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말뚝 테러' 사진.

    스즈키의 관련 동영상을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한 네티즌들은 "위안부 소녀상이 대낮에 테러를 당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

    "왜 테러범을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지?"

    "남의 나라 땅에 와서 말뚝을 박는 사람을 경찰이 구경만 하다니.."

    "그 자리에 있었던 경찰은 대체 어느 나라 경찰인가?"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한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측은 "동영상을 보면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상 경비를 서는 경찰이 이날 만큼은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았다"며 "평소 일본대사관이 찍힌다며 대사관 앞 집회 촬영을 불허해 온 경찰이 소녀상에 대한 '말뚝 테러' 촬영은 허용했다.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른 스즈키는 지난 18일에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에 같은 내용의 말뚝을 세웠던 사람과 동일 인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박물관은 과거 종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참상을 널리 전하기 위해 지난 5월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스즈키는 이미 일본으로 돌아간 상태라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관할 경찰 측은 "당시 장면이 찍힌 CCTV를 조사 중"이라며 "이 일본인 남성에 대해 어떤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