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세상을 품고 내일을 연다)' 책 출간국회보좌관이란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어떠해야 하는가
  •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실의 이주희 보좌관이 '보좌관(세상을 품고 내일을 연다)'을 출간했다.

    보좌관은 국회의원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하면서도 잘 드러나지 않아 '얼굴없는 국회의원'이라고도 불린다. 속된 말로는 '가방 모찌'라고도 한다.

    ※ 가방모찌 = 의원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가방에 챙겨넣고 하루종일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인물을 말하는 일본식 속어.

    [이주희 보좌관]

    "5년 여 동안 국회 보좌진으로 일하면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살았고, 국가정책, 입법·예산심의 과정 등을 가까이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국민의 대표자이자 봉사자인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보좌를 희망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는 책을 쓴 동기를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가방모찌' 국회의원 보좌관을 비하하며 사용하는 흔한 표현이다. … 사실 이 말이 듣기 싫어서 책을 쓸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는 보좌관이 되는 방법부터 하는 업무, 세세한 에피소드, 여성 보좌관으로서 느낀 점, 그리고 국회의원들에 대한 솔직한 심정 등 보좌관의 거의 모든 것을 담았다.

    기자들이라면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 대부분은 보좌관들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를 모른다. 저자는 "글 쓰는 업무가 주"라고 하면서도 "‘잡일’도 많다"고 덧붙인다.

    '축사, 행사장 말씀자료, 보도자료, 상임위 질의서, 대정부질의서, 정책자료집 발간, 자서전 발간, 지역 대상 의정보고서 등 홍보물 발간, 기고문, SNS.'

    "여기저기서 영문도 모른 체 받게 되는 전화, 세미나 토론회 장소 섭외, 국회의원모임 도시락 준비, 국회방문객 영접, 사진 촬영 등 국회의원과 관계된 모든 일을 한다."

    그러면서 "가장 시간 할애가 많고 골치가 아픈 일은 민원처리"라고 강조했다.

    "민원인에게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 듣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결론이 뻔한 민원을 듣고 있자면 짜증이 날 때가 있다."

  •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주희 보좌관(왼쪽)
    ▲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주희 보좌관(왼쪽)

    ◆ 이주희 보좌관 = 입법을 포함한 정책분야에 능통한 보좌관으로 정평이 나있다. 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고려대학교에서 법학박사과정을 수료했고 국방대학교 안보정책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는 갖가지 정부의 실정과 예산낭비 사례를 찾아내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프롤로그

    2년 6개월 전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난 직후 보좌관 생활을 접고 국회를 떠날 생각을 했었다. 그냥 떠나도 그만이었겠지만 젊은 날의 열정과 추억이 담긴 소중한 시간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어 틈틈이 써내려갔다.

    입법부의 위상이 커지면서 국회 보좌진이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국회 보좌진이라는 직업과 보좌진이 겪는 애환을 소개한 글은 많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좌진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언론매체와 입소문이 바탕이 되어 확대 재생산된 부정적인 평가가 팽배해있다. 국회의원의 ‘가방모찌’라거나 국회의원 뒤에서 ‘호가호위 하며 권력을 휘두르고 비리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는 극단적인 인식이 전부다.

    그러나 대부분의 보좌진은 국회의원의 입법 및 예산심의, 상임위원회 활동 등 의정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전문 직업인이다. 국회의원 뒤에서 얼굴도 이름도 없이 국회의원이 정부의 실정을 감시하고 잘못된 정부정책을 개선하고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법을 만드는 등 의정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한다. 보좌진 입장에서 보면 국회의원이야 말로 ‘얼굴 마담’이다.

    지난 4년여의 시간동안 국회보좌진으로 일하면서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살았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국가정책과 시스템을 조망할 수 있었고 미시적인 차원에서 입법과정과 예산심의 과정을 가까이서 공부할 수 있었다. 동문수학한 선배들과 동기 중에는 법조인이나 교수가 된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로스쿨 유학을 뒤로 미루고 직업으로서의 보좌진으로 살아온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중에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회 현장에서 몸소 체험한 생생한 경험들을 들여 줄 수 있는 행운을 거머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으로 펼쳐내야 할 만큼 나 혼자만 독특한 경험을 했거나 자랑할 업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 보좌진들 대부분은 나보다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들이다. 다만, 내가 먼저 펜을 들었을 뿐이다. 거칠고 투박한 내 이야기보다 더 재밌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앞으로 쏟아져 나오길 기대하면서 용기를 내었다. 나는 잘난 사람이 아니다. 성장하기를 원하고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사람이다. 성장하기 위해서, 지금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그 동안의 궤적들을 버리려 한다. 성장을 위한 ‘허물벗기’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냥 개인적인 기록으로 남겨둘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외교관, 펀드매니저, 아나운서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군의 종사자가 직접 쓴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 직업을 이해했고 간접경험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공유할 수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내가 그 때 느꼈던 이해와 재미, 그리고 감동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

    하늘나라에서도 딸을 위해 기도하고 계실 사랑하는 아버지와 영어공부를 새로 시작한 용기 있는 어머니, 영원한 소울 메이트인 블루, 세상에 하나 뿐인 빈, 그리고 평생 잘 지내자고 맹세한 한반도의 공룡 점박이와 막둥이, 그들의 피앙새, 윤광중 목사님을 비롯한 교회 가족들, 책에 등장하는 모든 분 들, 그 밖에 전부 언급하지 못하지만 마음 속 깊이 자리한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지으시고, 나를 부르시고, 나를 보내신 이에게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