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악재에 朴 고군분투, 그러나…도와줄 사람 아무도 없다담합 논란 이후 동교동·호남 서서히 등 돌려, 알고 보니 친노도…
  • “혼자 고군분투 하기는 하는데…”

    최근 <뉴데일리>와 만난 민주통합당 한 대권주자 측근이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조심스럽게 꺼낸 말이다.

    갖은 악재에 뒤숭숭한 당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중차대한 직책을 맡았지만, 등을 돌리는 여론은 물론 손잡아줄 동지도 없는 박 비대위원장의 현재 상황을 빗댄 얘기다.

    한때 친노세력의 유일한 견제자로 주목을 받았던 박 비대위원장은 총선 패배 이후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에 휩싸이면서 당내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그 여파로 믿었던 대권 주자였던 문재인 상임고문의 지지율을 추락시킨 장본인이 됐다.

    뚝심으로 원내대표에 비대위원장으로 당권까지 틀어쥐었지만, 앞으로 수습해야 할 일은 더 산더미다.

    국회 상임위 배분을 놓고 새누리당과의 전쟁에 선봉에 나서야 하는 원내대표의 역할에다, 연일 떨어지는 당 지지율을 끌어 올려야 하는 비대위원장의 책임도 져야 한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악재도 수습해야 한다. 모바일투표 부정선거 의혹도 터지면서 당내 인사들의 입단속도 해야하고, 막장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평양것들' 추종세력을 어르고 달래 어떻게든 민주당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하는 역할도 맡았다.

    친노와 비노로 분열하는 당내 갈등을 봉합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다.

    자타공인 ‘산전수전 겪은 지략가’로 불리는 박 비대위원장이다. 이정도 악재는 그동안에도 많이 겪어왔거니와 돌파할 묘책도 가졌다는 평가를 받기는 한다.

    하지만 분명 지금 박 비대위원장의 상황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그때는 DJ라는 든든한 거물이 뒤에서 버티고 있었고, 뜻을 함께 하는 동지들도 많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 ▲ 지난 1.15 민주통합당 경선에 출마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지난 1.15 민주통합당 경선에 출마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 뉴데일리 양호상 기자

    ◆ 고립무원, 주위에 아무도 없다

    우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분열이 예고됐던 동교동계 동지들이 서서히 등을 돌리는 중이다. 4·11 총선 경선과정에서 이탈했던 정통민주당의 한광옥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박 비대위원장이 당권을 잡으면서 한 때 정통민주당 인사들의 복귀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최근 기류는 전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총선 이후 박 비대위원장은 “정통민주당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지역구에서 6석이나 손해를 봤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이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를 가까스로 누르고 당선된 은평 을을 비롯해 정통민주당이 나서지 않았으면 민주통합당 혹은 야권연대가 여러 곳에서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덕분에 감정의 골은 점점 더 깊어졌다. 한광옥 전 실장 측 한 관계자는 “이제 (관계가)끝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믿었던 호남 지역 민심도 심상치 않다. 지난 22일 당대표 선출을 위한 광주-전남 지역 대의원 투표결과는 박 비대위원장에게는 충격적이었다.

    담합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손을 잡았던 이해찬 후보는 라이벌 김한길 후보에게 큰 표차로 밀리며 광주·전남 전체 순위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전남에서는 추미애 후보에게도 뒤진 4위에 그쳤다.

    박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영향력이 호남에서조차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박 비대위원장이 정치적 경력에 비해 조직력이 약하다는 굴욕적인 평가까지 나왔다.

    박 비대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은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경선에 적극적인 개입을 할 수 없었다”고 부랴부랴 책임을 회피했지만, 친노계 한 인사는 “중앙정치로 데뷔한 경력 때문인지 애초에 박지원이 호남의 당심을 업을 만한 조직이나 기반이 취약한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해찬 후보가 결국 당대표를 거머쥔다고 해도 입장이 확 달라지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건 등으로 친노 세력과는 결코 섞일 수 없는 과거 전력을 가지고 있는 그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인 2008년에 박 비대위원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 망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 ▲ 지난 7일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서울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7일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서울 국립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등 돌리는 여론, “이거 안 먹히네..”

    “문재인도 그렇고 안철수도 그렇고..통진당도 그렇지 않나, 지금 그쪽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최근 기자와 만난 새누리당 한 중진의원의 이 말처럼 실제로 민주통합당 재건의 책임을 진 박 비대위원장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해왔던 네거티브 전략을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게 고민거리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의 관계 의혹을 제기했다가 “제1야당 대표가 격에 맞지 않게 근거 없는 의혹만 폭로한다”는 빈축만 받았다. 그동안 박 비대위원장이 수차례 벌였던 폭로전에서 대부분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나자 “그때는 사실인 줄 알았다”며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던 과거 전력 덕분이다.

    불법 사찰 파문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가 또 낭패를 봤다.

    박 비대위원장이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인사찰의 몸통으로서 관계자를 처벌하고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는 말에 한 네티즌은 “박지원씨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간인 불법도청 사과했나요”라는 말로 직격탄을 날렸다.

    신형장비까지 도입해 불법 도청한 혐의로 국정원장 2명이 구속된 DJ 정권의 실세가 과연 이 대통령을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또 다른 네티즌도 “MB 사찰의 진상이 명명백백히 드러나야 할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박지원 당신이 그런 말 하면 안되지”라고 꼬집었다.

    유권자들도 이미 최근 닥친 민주통합당의 난관을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박 비대위원장의 의도를 간파하고 있다.

    트위터 아이디 GoEuntae : 박지원. 참 대단한 정치인이다. 저런 식으로 박근혜와 난타전을 벌이는거 얼마나 탁월한 거냐. 다른 악재의 효과를 약화시키면서 동시에 박근혜의 위상을 끌어내리고 있다. 자기와 동급으로. 대단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