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만 원짜리 도박판 벌린 종교단체 간부들

     

  •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성호 스님'이란 인사가 조계종 ‘당권파’의 도박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고 그들이 신밧드라는 룸살롱에서 성매매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당권파’가 실천승가회라는 임의단체 소속으로서, 운동권 같은 정치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금 시점에서 확실하게 포착된 ‘물증’은 물론 ‘동영상’ 하나다. ‘당권파’가 운동권 같은 정치행동을 했다는 주장은, 그들이 정말 실천승가 소속인지의 여부를 조사하면 그 진위를 금새 알 수 있는 일이다.

     5만 원짜리 현금을 방바닥에 깔아놓고 도박을 한 사실, 성매매를 정말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 수 없어도 룸살롱에 출입한 사실 자체만은 상대방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조계종 ‘당권파’가 종교단체 지도층으로서는 영 ‘쪽 팔릴’ 처신을 했다는 것은 단정해서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게 뭐 그렇게 ‘쪽 팔릴’ 일이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세속인이라면 모르되, 탈속(脫俗)을 선서했던 종교단체 간부들의 경우는 아마 그렇게 해도 좋다는 계율 같은 것은 없을 성 싶다. 어떤가, 그런가 안 그런가? 문외한이라 잘은 모르겠다.

      결론은 무엇인가? ‘종교’ 아닌 ‘종교단체’는 세속단체나 다름없이, 일단 권력화, 정치화 되면 타락하기 쉽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종교’와 ‘종교단체’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부처님 또는 부처님의 가르침하고, 조계종 ‘당권파’는 같은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수많은 민초들이 종교단체와 종교권력이 곧 종교인양 숭배하는 경향이 있다. 조계종 ‘당권파’와 그들을 믿어주는 민초들이 합작(?)해서 그런 ‘종교 자체’가 아닌 ‘종교 현상’을 만들어낸 셈이다.

      종교의 역사상에는 위대한 스승들이 많다. 티베트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 같은 분들도 많고, ‘울지 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 같은 분들도 많다. 그 분들은 부처님,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가려고 혼신의 구도(求道)를 한 분들이다. 당연히 존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종교단체 간부 신분임에도 거액의 도박판을 벌리고 룸살롱을 들락거린 사람들은 부처님, 예수님하곤 거리가 멀다. 당연히 우스개 대상일 수밖에 없다. “위선자...”라는 매도의 소리가 아마 단체 내부에서도 높았을 것이다.

      무속(巫俗)에 허주(虛主)란 말이 있다. 가짜 신령, 잡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이 종종 “내가 산신령입네” “내가 너의 조상입네” 하고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리숙한 백성은 말할 것도 없고, 때로는 어쭙잖은 영매(靈媒)들까지 그것에 곧잘 속아 넘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허주를 진짜 신령인 줄 알고 그것에 머리를 조아리는 현상이 어찌 무속에서 뿐이겠는가.

      종교를 믿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종교를 어떻게 믿느냐 하는 자세일 것 같다. 허주를 진짜 신령인 양 착각하지 않는 것, 그것에 맹신적으로 사로잡히지 않는 것, 그리고 허주를 허주로서 가려낼 줄 아는 예지(叡智)가 중요할 것 같다. 문제는 그 예지보다 ‘흠뻑 빠져드는 것’이 더 우세한 경우가 흔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게 어찌 종교의 경우 뿐이랴. 이념과 사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