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에 석치순 전 메트로 노조위원장 내정석씨, 불법파업 주도로 실형 선고...작년 박 시장 캠프 노동특별위원장 지하철 안전 책임지는 자리...능력·자격시비 일어
  • ▲ 16일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석씨 내정 관련 글.ⓒ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 화면 캡처
    ▲ 16일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석씨 내정 관련 글.ⓒ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홈페이지 화면 캡처

    "메트로 4급 해고자 도철 기술본부장에...박원순 실망
    박원순.. 좋게 봤는데 실망이네요...
    높은 자리 올라가면 다 똑같아 지나 보네요..
    뭐.. 노조에서야 박원순 지지하고, 해고자도 복직 시켜주니
    좋아라 하겠지만...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기사가 뜨니 이거 창피해서..."(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홈피)

    박원순 서울시장이 특혜·보은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15일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공석 중인 기술본부장(상임이사)에 석치순(55) 전 서울지하철공사(현 서울메트로) 노조위원장을 내정했다.

    석 전 위원장은 1999년 사측의 구조조정에 맞서 파업을 주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해고(파면)된 인물로,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 시장 캠프에서 노동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석씨가 내정된 기술본부장은 서울 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도시철도공사의 차량은 물론, 철도, 토목 등 지하철 안전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로, 지금까지 평균 20년 이상의 근무경험을 갖춘 전문 기술자가 임명돼 왔다.

    석씨는 1984년 서울지하철공사 차량검수부 기능직 6급으로 입사한 뒤 1999년 해고될 때까지 15년간 차량검수파트에서 일했다. 두 차례 노조위원장을 지낸 기간을 빼면 실 근무기간은 11년 남짓이다.

    석씨의 내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시철도공사 내부에서도 ‘부적절 보은인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파업을 주도하다 실형을 선고받고 해고된 전력의 전직 노조위원장을 지하철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히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의견이 많다.

    한 직원은 "기술본부장은 고도의 전문적 노하우가 필요한 자리"라며 "논공행상에 따라 앉힐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지하철 사고가 일어나면 시장이 그 책임을 질 것이냐"고 되물었다.

    또 다른 직원은 "대리로 있다 실형을 (선고)받고 해고된 사람이 상임이사로 되돌아 오는 것은 공직사회의 질서를 흔드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그가 기술본부장 공모에서 최종 후보자 2인에 포함된 과정에 박 시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석씨는 서울시와 공사, 시의회가 위촉한 인사들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최종 후보자에 올랐다.

    공사의 임원추천위는 모두 7명으로, 서울시와 공사가 각 2명, 시의회가 3명을 위촉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사가 위원선정을 포기, 시가 4명을 위촉했다는 후문이다.

    시의회에 따르면 의회에서 위촉한 위원들은 석씨의 추천을 강하게 반대했으나 시측 위원들이 석씨를 강하게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씨 임명을 바라보는 시의회의 눈길도 곱지 않다.

    지하철 시설노후화로 중장기 대책을 수립해야 상황에서,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자리에 자질시비가 일고 있는 사람을 기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시장이 직접 석씨 인사에 개입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16일 조선일보는 “지난달 24일 박 시장이 석씨를 기술본부장에 앉히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찾아온 시의회 최웅식·이행자 의원 등에게 ‘사람을 잘 다루는 것도 능력이다’라는 답변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당시 이 의원 등은 박 시장에게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이란 자리는 전문 기술직이니 (석씨의 선발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달라"는 의견을 전했다.

    석씨 내정에 대한 소식이 퍼지면서 트위터 등 SNS 공간은 물론 도시철도공사노조 홈페이지에도 박 시장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16일 도시철도공사노조 홈페이지에는 ‘메트로 4급 해고자 도철 기술본부장에...박원순 실망’이라는 제목과 함께 “박원순. 좋게 봤는데 실망이네요. 높은 자리 올라가면 다 똑같아 지나 보네요. 노조에서야 박원순 지지하고, 해고자도 복직 시켜주니 좋아라 하겠지만...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기사가 뜨니 이거 창피해서...”라는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에서도 석씨 임명을 비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과거 ‘아름다운가게는 노조 생기면 종말’이라며 안철수, 이건희 씨와 함께 노조 알레르기 삼총사로 유명한데, 오늘 신문보니 전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 석치순씨를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에 내정했네. 석씨는 서울시장 선거를 도왔군” (@La*****)

    “민통당 시의회도 반대하는 박원순의 보은인사”(@bl**********)

    “남이하면 낙하산이다 정실인사다 떠드는 사람이 막상 자기가 정권을 잡으니 자기사람 모두 요직에 등용...박원순은 시장당선에 기여한 석치순을 지하철 기술 본부장에 채용...그는 기술 미자격자, 불법파업으로 실형받아 해고된 자” (@sh******)

    “지하철 불법파업 주도했던 석치순을 지하철 기술본부장에 앉혀...이게 바로 박원순의 내멋대로 내사람 앉히기,이중적 잣대의 노골적인 드러남” (@sw****)

    한편 도시철도공사는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후보자 가운데 석 전 위원장이 김기춘 공사 사장의 결정에 따라 본부장직을 맡게 됐다. 조만간 발령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