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북에 순진했던 사람들 이제는?

     

  •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그 동안 종북 세력에 대한 내 생각이 순진했다.”

    탈북 지식인이자 19대 총선 당선인인 조명철 씨가 한 말이다. 그러나 이게 어찌 조명철 씨 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일까! 우리 사회의 상당수 비(非)좌파 지식인 일반에게도 그대로 맞아떨어질 교훈이다.

    1987년 민주화 후 김대중 노무현 시절에 종북 NL 그룹이 우리 사회 각계각층과 공공부문에까지 급속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을 때 누가 “종북이 오고 있다”는 경보(警報)를 울리기만 하면 고급지식인이라는 사람들마저 “지금 그런 게 어디 있다고 그러느냐?”며 코웃음을 치곤 했다.

    좌파도 아닌 어느 1류 대학 교수라는 사람들은 신문 기고문과 영어연설을 통해 “친북은 없다”, 그것이 있다고 하는 사람=호들갑 주의자(alarmist)라는 투로 비웃었다. 언론계 소장층도 그런 분위기였다. 딱히 '좌파'도 못 되는 귀하신 몸들이면서. “햇볕 시대, 북한 거덜 시대에 웬 시대착오적 ‘친북 위협' 타령이냐... "

    이런 세태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암부(暗部)가 도사려 있다. 공산주의자들의 특수한 전술을 모르는 것, 그리고 공산주의라는 극좌 전체주의와 폭력독재를 그저 막연히 ‘진보’라고 생각하는 무지가 그것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소수의 직업적 전위(前衛, avanguard) 음모가들이 다수의 대중을 조직, 동원, 세뇌 시켜서 폭력혁명과 폭력독재로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 체제를 영구히 절멸(絶滅) 시키겠다는 집단이다. 보수건 진보건 그것을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 틀 속에서 구현해야 한다고 믿는 입장에서 볼 때는 ‘진보’를 내세운 그런 극좌 독재는 극우 파시스트나 나치스의 폭력독재하고, ‘인간에 대한 무자비한 학대’라는 점에선 하나도 다를 게 없는 반(反)인도적 체제다. 따라서 그건 진보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인류의 양식(良識)은 “사회주의를 추구하더라도 공산주의와는 다른, 민주주의적 사회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성찰에 이르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제 2 인터내셔널> 이래의 오늘의 유럽진보의 전통이다. 1980년대 이후에 나온 세대들은 학부, 대학원 시절에 이런 사상사적 배경에 대해 독서를 얼마나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세부적인 분류에 대해 너무나 무감각하다. 잘 몰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보수만 아니면 극좌독재도 괜찮다”는 것인지...

    전술의 측면에서도, 소수 음모가들의 권력 탈취 방식은 교묘하다. 그들 ‘헌신적’이고 ‘집요’하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소수 공작조(工作組)가 남의 집에 침투해서 그 노선을 자기들 쪽으로 끌어가는 방식이다.

    어떻게?

    공동의 보편적 관심사항, 예컨대 ‘반값 등록금’ ‘광우병 공포’ ‘보편적 복지’ ‘정권교체’ 같은 ‘공동정책합의’를 내세워 ‘적(敵)의 적은 동지’라는 끈으로 주변을 묶는 것이다. 이게 통일전선이다.

    그런 다음, “정권 탈취 후에는 자본가의 몫도 있고 중산층의 몫도 있고 노동자 농민의 몫도 있다”고 꼬신다. 그러나 그건 새빨간 거짓말 사탕발림이다. 그런 식으로 당면의 주적(主敵)을 양파 껍질 벗기듯 하나하나 고립시켜 타도한 다음 마침내는 공산당 1당 독재로 가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을 ‘소수’라 해서 “웬 호들갑이냐?”며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종북 민족민주혁명당 잔재가 민노당 진보당 당권을 장악하고, 통합민주당을 ‘공동정책합의문’이란 이름의 통일전선으로 묶어 세웠다. 오는 12월 대선에 그 통일전선이 승리하면 종북주의자들은 통합민주당과 더불어 공동정권을 수립할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체제를 무력화, 해체 시키고 대한민국 수호 진영을 숙청하면서 그들의 대망(大望)인 남북연방제를 향해 매진할 것이다.

    이래도 “종북이 오고 있다”가 호들갑이었다고 할 것인가, 아니면 “그 동안 종북에 대한 내 생각이 너무 순진했다”고 할 것인가?

    입이 있으면 답해보라.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