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장난치기 시작하는 박지원의 꼼수>

  •  오늘 아침 조간신문들을 뒤적이다가 조선일보 한 구석에서 “민주 박지원 원내대표 첫 지시는 촛불집회 나가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견하곤 순간 어, 뭐가 잘못된 기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아무리 '박지원'이라해도 설마 공당(公黨)이라는 제1야당 원내대표가 또 촛불집회를 선동할까?

    자세히 읽어보니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인 박지원이 7일 비대위 첫 번째 회의에서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집회에 민주당 의원과 당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라고 사무총장 윤호중에게 지시했다는 것.

    그러나 “~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알려졌다’식 기사가 나오기에, 그렇지 뭔가 잘못된 기사일 수 있다는 의심을 저버리지 못하다가 다시 “박 비대위원장이 사무총장에게 특별 지시했다”고 말했다는 대변인 박용진의 브리핑 내용을 읽어보면서 틀림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꺼림칙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인터넷을 열어 박지원 공식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사실이었다. 그의 홈페이지엔 “박지원의 비대위 첫 작품은 촛불집회”라고 제목이 달린 또 다른 기사를 버젓이 올려놓고 있었다. 9일과 12일 청계광장에서 잇따라 열리는 촛불집회에 금배지들을 총동원한다는 계획!

    아, 박지원이 왜 촛불시위에 불을 지피려할까? 책사(策士) 박지원 아닌가.? 그냥 아무 의도 없이 아무 말이나 내뱉을 박지원이 아니다. 숨겨진 의도가 분명히 있을 것인데. 뭔가 ‘꼼수’를 부리기 시작했구나. 뭘까?

    다음달 6월5일, 새 국회 개원(開院) 일정이 떠올랐다. 촛불집회에 불을 질러 이명박 정권과 한판 붙어보겠다는 그의 심중이 읽혀지는 듯 했다.

    이른바 국회 개원 투쟁인 것! 광화문 일대에서 좌파·종북·반미 세력, 그리고 민주당 지지 세력들이 총집결해 또 한번 촛불집회를 대대적으로 일으키는데 성공한다면? 집권하자마다 3개월 간 계속된 촛불시위에 넌더리나게 화상(火傷)을 입은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은 촛불의 촛자만 들어도 벌벌벌 떨며 박지원이 하자는 대로 질질 끌려 다니게 될 것!

    촛불만 커지면 MB 정권을 얼마든지 코너에 몰아넣을 수 있다. 대선전도 일거에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박지원이 의원과 당선자들을 향해 총출동령을 내린 배경을 꼼꼼히 탐색해봐야 한다. 사실상 당원 동원령!

    광우병이 인간 건강에 미칠 위험성에 대해 흥분한 사람들만 청계광장에 모이는 게 아니다. 각 지역구에서 동원된 당원들이 몇 천명 모여 건강, 어쩌니 떠들어 대고, 여기에 선동된 대중이 모여들고, 방송이 생중계해대면 대번 거대한 촛불집회가 얼마든지 연출될 수 있다.

    이 와중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향해 국회 개원을 계속 늦추며 여러 가지 요구를 내놓을 것.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부터 내놓으라, 뭐 또 내놓으라며 계속 압박하면 진이 빠져 달라는대로 다 줄 새누리당! 두고 보면 알 것!

    촛불이 거세게 불타오르면 임기 말 청와대를 더욱 수세로 몰아 넣을 수 있어 야당으로서 대선을 앞두고 ‘고도의 흥정’도 할 수 있다.

    박지원은 천안함 폭침 때도 기 막히는 전술로 좌파친북 세력을 결집시켰다. 그를 과대 평가해서가 아니라 그의 ‘언어 구사법’을 오랜 기간 관찰하다보면 반드시 말 뒤엔 ‘무서운 의도’가 숨겨져있다.

    박지원의 천안함 어록을 뒤져보자.

    천안함 폭침 직후,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해 일부 언론과 보수층에서 북한 소행설로 연기를 피우고 있다”,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 그러다가 생존 병사들이 기자회견을 하자 “천편일률적이고, 심지어 유가족도 짜 맞추기라고 하고 있다.” 지옥에까지 갔다온 생존 병사들의 가슴을 들쑤신다. “처음부터 군·국방부·한나라당은 북한의 소행으로 이끌고 갔다”

    박지원은 왜 생트집을 잡았을까? 6·2 지방선거를 겨냥한 것! 북한 소행임을 인정하면 대한민국 내 좌파세력까지 초토화될 것이기 때문에 억지 부리는 전술로 막으려는 원대한 술수! 이게 박지원식 전술-김대중을 빼다 닮은.

    그러다가 우파 단체들이 검찰에 고소해 귀찮아지고, 더 이상 천안함에 매달려봤자 더 얻을 것도 없으니 뭐라고 발뺌? “천안함 사태에 대해 처음부터 북한의 소행이다, 아니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빠져나갔다.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박지원의 꼼수정치, 장난정치가 대선이라는 황금어장을 맞아 유감스럽게 발휘될 것이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 /전 문화일보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