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당 온건합리주의자들 정신차려! 커밍 아웃 계절 왔다! '평양 것들' 추종 끊어라!
  • 거덜난 기업은 남의 손에 운명이 쥐어진다. 은행과 채권자가 그 운명을 결정한다.

    거덜난 체제(failed state) 역시 남의 손에 그 운명이 쥐어진다. 종주국, 연고권 국가, 글로벌 수퍼파워가 그 운명을 결정한다.

    북한의 운명은 김정은과 그 일당—나는 이들을 평양 것들이라 부른다—의 마음대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종주국 중국, ‘5천년 혈연’ 연고권 국가인 대한민국, 글로벌 최강의 수퍼파워 미국에 의해 그 운명이 결정된다.


    이 삼면 압력 중에 두 가지가 최근 들어 형성되어 강화되고 있다. 중국의 한반도 전략 변화 와 (연고국인) 한국 정치문화의 변화가 급속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 첫째, 중국부터 살펴 보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북한을 접을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번 보시라이(薄熙來) 정치국 위원의 숙청은 중국에 근본적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중국 공산당 전국 당대회, 전당대회에 의해 매 5년마다 약 60%씩 물갈이되는 350명 규모의 당 중앙위원회, 다시 거기서 선출되는 24명의 정치국 위원, 또 한번 거기서 선출되는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이 9명은 신(神)이다. 초법적 존재들이다.

  • 신들은 공식적으로 재판받아 숙청되는 일이 사실상 없었다. 재판은 그 기록과 과정이 남기 때문에 신을 제거하는 방법이 될 수 없다. 신은 모략, 암살, 폭도에 의해서만 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1971년에 모택동에 대해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숙청당한 상무위원 임표(林彪) 및 역시 상무위원이었던 그의 부인 엽군(葉君)조차도 '비행기 추락사'로 처리되었다. 류소기(劉少奇)는 재판 받아서 죽은 것이 아니라, 홍위병 폭도에 의해 반죽음이 되도록 폭행당한 후 치료 없이 방치되어 죽었다. 

    보시라이가 누구인가? 차기 상무위원으로 꼽히던 정치국 위원이었다. 반신(半神—demigod)이었다. 우리는 반신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 실감하지 못 한다. 한번 살펴보자. 기독교에서는 사탄의 왕—루시퍼(Lucifer)가 반신이다. 신은 오직 하나이기 때문에. 그리스에서는 더 강력했다. 소크라테스는 임종 자리에서 친구 겸 제자인 크리토(Crito)에게 “에스클레피오스께 수탉 한 마리를 바쳐 주게”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에스클레피오스가 반신이다. 병을 낫게 해 주는 힘을 가진 반신. 그래서 병이 낳은 후에 에스클레피오스에게 닭을 바쳤다. (소크라테스는 삶을 ‘질병’으로 보았고 죽음을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으로 보았던, 매우 짓궂은 사람이었다.)

    24명의 정치국 위원 중에 차기 9인 상임위로 올라서는 첫번째 후보가 보시라이였다. 이런 인물을 제거할 때에는 비행기나 자동차 사고로 위장해서 제거하는 것이 이제까지 중국 공산당의 관행이었다. 그런데 그 부인이 영국인 브로커와 내연 관계였다는 점, 이 브로커와 짜고 천문학적 축재를 했다는 점, 나중에 돈 문제로 이 브로커와 사이가 틀어지자 그를 암살했다는 점. 그 아들 보과과(薄瓜瓜)역시 부패한 바람둥이였다는 점. 이 모든 것이 다 까발려져서 줄줄이 감옥행이다. 보과과가, 영국 사립 명문 해로우(Harrow), 옥스포드(Oxford), 하바드(Harvard) 생활 내내 백인 콜걸들과 놀고 페라리를 몰고 샴페인 파티를 즐긴 플레이보이였다는 것이 중국 국민 전체에게 의도적으로 폭로되어 이제 중국 국민 전체가 공산당 최고위층 간부들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공공연하게 던지는 상황이 되어 가고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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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마디로 중국 공산당의 ‘가부장적 권위주의’(paternalistic authoritarianism)가 붕괴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경제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더욱이 신강과 티벳에서 위구르인과 티벳인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의 기존 질서의 해체 혹은 붕괴를 막으면서 개혁과 발전을 지속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 최상류 지식층은 수년 전부터 ‘네오콘’의 아버지 스트라우스(L. Strauss)를 탐독했고, 나치 정치철학의 완성자 슈미트(C. Schmitt)를 열독해 왔다. 그들은 수년 전부터 영어보다 라틴어를 중시했다. 로마의 노하우—제국의 경영학—에 눈독을 들였던 것이다. 이는 중국 지배계급이 당면해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보시라이 사건은 이 심각한 문제—사회발전과 정치제도 및 국민의식 사이의 괴리—가 수면 위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이러한 위기는 평양 것들에게 직방으로 영향을 미친다.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에 더 이상 김정은과 그 식솔을 챙길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김정은은 김정일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김정일은 교활하고 잔인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었다. 1980년대 중반에 나에게 접근했던 친북성향 인사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장군님(김정일)의 영민함과 뛰어남을 진심으로 설득하고자 했었다.

    1990년대에 남민전 사람들이 감옥에서 나온 다음에는 이 같은 설득작업이 더 집요했다. 나는 그들이 고정간첩이었다거나 혹은 북한 공작금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김정일의 카리스마가 전파되어, 진심으로 나를 설득하려 애썼을 것이라고 본다. 이에 비하면 김정은은 발끝에도 못 미친다. 평양 것들과 종북은 이제 떠받들 스타(지도자, 수령)가 없는 상태로 전락한 것이다. 이 사정은 중국으로 하여금, 더욱더 평양 것들에 대해 냉담해지도록 만들 것이다.


  • 둘째, 대한민국의 정치문화의 변화.

    요즘 종친초(종북, 친북, 떼 촛불) 에 대립하는 자생초(자유, 생명, 지킴이 촛불) 정신으로 무장한 시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종친초의 존재 단위는 ‘’이고 자생초 시민의 존재단위는 ‘개인실존’이라는 점이다. 종친초 떼가 움직일 때에는 ‘개인이 떼 속에 함몰된’ 군중 행태를 보이지만, 자생초 시민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움직일 때에는 반드시 그 한 명 한 명의 존재감, 독립성, 자긍심이 유지된다. 그래서 자생초 정신으로 무장한 시민이 무섭다.

    자생초 정신은 국가적, 정치적 운영원리를 개인의 ‘가치기준’ ‘미덕’으로 내면화시킨다. 자유민주주의는 ‘정치체제의 이름’ 차원을 훌쩍 넘어, 개인실존을 부추기고 강화해 주는 생존 조건이 된다. 글로벌 문명(세계시장 체제)은, ‘경제운용의 조건’ 차원을 훌쩍 넘어, 개인실존이 지구 차원에서 벋어나가, ‘세계와 나, 인류와 나’라는 궁극적 긴장에 도달해 줄 수 있게 만드는 문명 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자유민주주의 옹호와 글로벌 문명의 적극활용을 훼손하거나 공격하는 종친초의 행태는, 사회 및 국가운영원리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나에 대한 공격, 나의 생활방식, 가치관, 존엄성, 자긍심에 대한 공격으로 느껴진다. 맹렬한 정치적 개인이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급속하게 우리 사회의 정치문화를 바꾸고 있다. 그 변화의 첫 증거가 이번 4.11 총선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헌신적 자생초 시민들의 분투가 엄청 있었다. 또한 불과 100시간 만에 문화권력자 김구라가 물러선 것 역시 이 같은 새로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벌써 70일째 넘어 중국대사관 앞에서 지극히 문화적이고 세련된, 탈북난민 강제북송 반대 단식과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것 역시 자생초 시민의 등장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이 같은 새로운 흐름이 공감을 불러일으켜서 이번에 MB가 한반도 통일에 관한 두가지 근본 전략을 불과 여덟 글자로 나타낼 수 있었다.

    통중봉북(通中封北)농지개혁이다.

    통중봉북은 외교-안보-통일 전략을, 농지개혁은 북한의 체제변화를 핵심적으로 나타낸 캐치 프레이즈이다. 지금까지 MB 정부 50개월 동안 나온 모든 말 중에, 가장 적확하고 강력한 정치 수사(rhetoric)로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 등장하는 정권 역시, ‘통일한반도 공화국’이 오는 그 날까지 이 여덟 글자를 외교-안보-통일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북한은 이미 ‘햇볕의 대상’도 아니고 ‘박정희와 맞먹는 거물 김일성의 손자가 다스리는 기이한 나라’도 아니다. 거덜난 수령전체주의는, 임종 베드에 누운 환자, 혹은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사형수와 같은 신세일 뿐이다.

    서글픈 일은 민주통합당이 스스로 한국 정치를 '거대여당이 지배하는 일본 자민당 모델'로 몰고 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다음 번 총선에서는 극소 정당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는 강력한 자생초 시민에 의한 정치문화가 전개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 수령전체주의가 붕괴하고, 종북과, 그에 담합한 친북이 붕괴하면 그런 운명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이는 한국 정치문화에 있어 거대한 손실이다. 한국 정치문화의 역동성, 다양성의 원천 중의 하나가 없어져 버리는 일이다. 이 위대한 샘물을 망쳐버릴 것인가, 아니면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 것인가? 그 선택은 민주통합당 내의 온건 합리주의자들에게 달려 있다. 그 칼자루는 민주통합당 내의 온건 합리주의자들이 잡고 있다.

    당신들은 이제 종북, 친북에 대해 정신적, 정치적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그들을 상전으로 삼고 살았다. 그 첫 걸음은 다음 두 스텝이다.

    첫째, 광우병 패닉 소동천안함 루머에 대해 진심으로, 공개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이는 국민에 대한 반성이 아니다. 당신들 자신의 부정직함에 대해 당신 자신에게 반성하는 것이다. 당신 자신이 진실을 마주하지 못한 비겁한 존재들이었다는 점에 대해 당신 자신에게 용서를 비는 것이다. 그래야 당신들의 정신이 부활한다. 지금 정치는 상징의 싸움이요 소통의 싸움이다. 상징과 소통은 정신의 힘에서 나온다. 곽노현 같이 재판정에서 징징대며 “나는 하느님도 칭찬할 사람”이라는 소리를 웅얼거리는 상태—이 상태는 멘탈 붕괴(멘붕)이고 자아 붕괴(자붕)이다. 정신의 해체이다. 정신이 해체되고 무기력한 상태에서는 상징과 소통의 싸움을 전개할 방법이 없다. 정신이 부활하지 않는 한 당신들은 필패한다. 그리고 한국 정치는 구닥다리 ‘과거 일본의 거대여당 자민련 모델’로 치닫게 될 것이다.

    둘째, FTA강정해군기지에 대해 용감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우리는 글로벌문명을 적극활용해야 한다. 글로벌 문명을 떠나는 순간, 우리는 반도 한구석으로 찌그러지진 3류 민족으로 끝난다. 우리 개인의 자아는, 당당하게 세계 전체, 인류 전체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FTA와 강정해군기지는 바로, 글로벌문명을 활용하기 위한 디딤판이다.

    당신들, 민주통합당 안의 온건 현실주의자들이 용감하고 진솔하게 정신을 회복하고, 자아를 회복하고, 마침내 한국 정당정치를 회복 발전시키는 핵심 플레이어가 되기를 간절히 빈다.

    이제껏 당신들이 섬겨왔던 종북, 친북과의 고리를 끊어라! 평양 것들을 추종하거나, 평양 것들과 손발을 맞추어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저 사악한 종자들과 인연을 끊어라! 그것이 바로 커밍 아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정직해 지는 것! 진실을 옹호하기 위해 용감해지는 것! 종북 친북의 덫을 떨치고 밖으로 나오라(coming out)!

    그때 비로소 한국 정치문화의 혁명이 완성된다. 그래야 이 땅 한반도에 한민족 최초의 위대한 일류 선진문명 공화국가가 글로벌 문명 위에 우뚝 서게 될 것이다.

     

  • 박성현 저술가/뉴데일리 논설위원.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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