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북송반대 집회 참석해 '작은 콘서트', 홍보대사 맡아"촛불 들고 손을 마주 잡는 것..탈북자 위한 위대한 행동"꺼져가는 촛불 되살린 사람이 외국가수? 부끄러워
  • ▲ 세계적인 그룹 '보니엠'의 리더인 리드 미첼이 18일 오후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 북송반대 집회'에 참석해 탈북가수 김충성 씨의 손을 잡고 있다. ⓒ 뉴데일리
    ▲ 세계적인 그룹 '보니엠'의 리더인 리드 미첼이 18일 오후 서울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 북송반대 집회'에 참석해 탈북가수 김충성 씨의 손을 잡고 있다. ⓒ 뉴데일리

    "제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제가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 앞길에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제 인생은 당신의 손 안에 있습니다." - 보니엠의 <My life is in your hands> 중에서 -

    세계적인 그룹 '보니엠'과 한 탈북자가 손을 맞잡았다. 국적도 다르고 피부색도 다르지만, 평화와 인권을 바라는 마음만은 통했다.

    내한공연차 방한 중인 보니엠의 리더인 리더 미첼은 18일 오후 8시 중국대사관 맞은 편 옥인교회 앞에서 열린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집회에 깜짝 등장했다. 지난달 수십명의 탈북자들이 강제북송돼 사지로 끌려간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탈북자 단체들이 65일째 이어온 촛불행사였다.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가 자유를 원하는 탈북자들을 위해 힘을 실어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깜짝 등장의 이유였다.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탈북가수 김충성 씨의 손을 잡은 미첼은 비틀즈의 노래와 찬송가를 부르며 중국정부의 태도 변화에 목소리를 보탰다.

  • ▲ 탈북가수 김충성 씨가
    ▲ 탈북가수 김충성 씨가 "보니엠의 노래를 북한 동포들도 들었으면 좋겠다"며 보니엠의 리더인 리드 미첼의 손을 잡고 있다. ⓒ 뉴데일리

    세계적인 가수에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가설무대였지만, 보니엠의 표정은 진지했다. 미첼은 "제가 죽어갈 때 어느 분이 손을 만져줘 치유가 됐다. 여러분이 마주 잡은 손은 생명을 낳을 수도,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인권과 자유를 잃고 신음하는 탈북자들은 우리가 손을 잡고 촛불을 들었을 때 큰 힘을 받을 것이다. 그들도 자유를 얻을 것."

    미첼은 또 “최근 목사 안수를 받았다. 교회에 전화해 탈북자들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석한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 분들도 함께 기도를 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새누리당 안형환 의원,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이애란 원장,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전 통일부 차관) 등을 비롯해 3백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손을 잡고 마음을 모았다.

  • ▲ 탈북가수 김충성 씨가
     
  • ▲ '탈북자 북송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보니엠의 공연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
    ▲ '탈북자 북송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보니엠의 공연을 보고 있다.ⓒ 뉴데일리

    이날 보니엠이 부른 첫 곡은 가스펠 '내 목숨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My life is in your hands)'였다.

    미첼은 노래 중간에 "지금도 수많은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당신의 기도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생명은 여러분이 마주 잡고 있는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서 보니엠은 비틀즈의 '렛 잇 비(Let it be)'를 불렀다.

    리드 미첼의 남편이자 보니엠의 매니저인 ‘토머스’ 씨는 “우리는 자선단체인 ‘렛잇비 재단’을 갖고 있다. 아프리카에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재단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우리 재단이 하는 일도 여러분이 하는 일과 같은 의미가 있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평화를 위해 함께 마음을 모은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했다.

    미첼은 또 "너무 좋은 자리를 찾아 한 곡을 더 부르고 싶다"며 찬송가 ‘온 세상은 하나님의 손 안에(He's got the whole world in his hands)’를 무반주로 불렀다.

  • ▲ 보니엠의 리더 리드 미첼이 노래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보니엠의 리더 리드 미첼이 노래하고 있다. ⓒ 뉴데일리
     
  • ▲ 미첼을 비롯해 토니 애쉬크로프트, 캐롤 그레이, 패트리샤 포스터 등 보니엠의 멤버들이 노래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미첼을 비롯해 토니 애쉬크로프트, 캐롤 그레이, 패트리샤 포스터 등 보니엠의 멤버들이 노래하고 있다. ⓒ 뉴데일리

    보니엠은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릴 콘서트의 개런티 일부도 탈북자강제북송저지국민연합에 기부키로 했다. 이날 보니엠은 탈북자들을 위한 '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노래하는 보니엠이 탈북자의 인권과 강제북송 중지를 위해 널리 활동해 주기를 바란다"며 위촉장을 전달했다.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이애란 원장은 "싸움을 시작한지 2달이 됐는데 벌써 많은 기적들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국군 포로 가족이 포함된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허용했고,  탈북자 북송을 중지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리고 또 보니엠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어 "5월 30일에 열릴 ‘휴먼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돈이 부족해 힘들었었는데 오늘 통장에 보니엠이 보낸 돈이 들어왔다. 콘서트에도 보태고 탈북자들을 돕기 위한 곳에도 활용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북한 사람들은 디스코를 좋아하지만 정치범 수용소에 잡혀갈까봐 듣지도 못한다. 보니엠의 디스코 음악에 맞춰 남북이 함께 춤추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보니엠에 탈북자들의 실상을 담은 CD와 연구원에서 만든 통일약과를 선물했다. 이 원장은 "보니엠이 탈북자들의 실상을 잘 알고 앞으로 전세계에서 공연할 때 그들을 생각했으면 한다. 이 약과는 서양의 파이같이 바삭바삭하고 케익처럼 쫄깃한 한국의 전통음식”이라고 소개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감계무량하다. 2005년 국회의원할 때 북한인권법을 발의했는데 7년이 됐는데도 통과가 되지않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유명한 분이 오셔서 기도하셨으니 하느님이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에 있는 태양은 가짜 태양이다. 진짜 밝은 태양은 대한민국에 있다. 전세계를 골고루 환하게 비춰주는 이 태양이 북한을 환하게 비춰 북한 동포들의 마음 속에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 ▲ 보니엠은 탈북자들을 위한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인 리드 미첼에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보니엠은 탈북자들을 위한 '홍보대사'로 임명됐다. 북한민주화위원회 홍순경 위원장인 리드 미첼에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 뉴데일리

    새누리당 안형환 의원은 "여러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2달 동안 이어온 이 집회로 인해 탈북자 문제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은 전설적인 그룹 보니엠이 탈북자들과 여러분들을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앞으로 보니엠이 세계 각지에서 공연을 할 때 탈북자 문제를 얘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도 했다. 이어 "우리들의 촛불은 탈북자들 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평화를 위해야 한다"고 했다.

  •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이애란 원장이 보니엠에 북한의 실상이 담긴 CD와 통일약과를 선물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이애란 원장이 보니엠에 북한의 실상이 담긴 CD와 통일약과를 선물하고 있다. ⓒ 뉴데일리

    취재현장에서…

    ◆ 외국 가수도 탈북자를 위해 노래하는데…

    리더 미첼을 비롯해 토니 애쉬크로프트, 캐롤 그레이, 패트리샤 포스터 등 보니엠의 멤버들은 이날 집회장에서 작은 콘서트를 열고 참석자들의 마음을 적셔갔다.

    거리를 가득 메운 군중들의 가슴 속에 '짠'한 마음이 스쳐갔다. 지켜보는 탈북자들의 표정에는 감격과 함께 눈물도 고였다.

    수십일간의 단식투쟁으로 근근이 이어온 운동에 세계적인 가수가 와서 힘을 실어줬다는 단순한 반가움은 아니었다.

    사그라지는 탈북자를 위한 촛불을 다시 밝힌 것이 아쉽게도(?) 외국가수라는 것이 부끄럽다는 마음이다.

    한민족이라며 자랑스럽게 떠드는 우리 대한민국의 문제에 먼 타국의 가수까지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한 고마움 한편에는 왜 여태껏 우리나라 동포들의 관심은 '이렇게도 적었던 건가'하는 원망의 마음도 담겼다.

    지난달 31일 열린 탈북자들을 위한 '휴먼콘서트'에서도 사회를 봤던 탈북가수 김충성 씨는 "많이 안 와서 서럽다"며 탈북자들에 대한 저조한 관심에 눈물을 터뜨렸었다.

    김 씨는 이날 "평양에 가서 이렇게 좋은 노래를 둘려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공연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북한 동포들에도 이런 자유를 함께 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탈북자 북송반대를 위해 11일간 단식했던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지난 16일 집회에 참석해 보니엠의 행사 소식을 전하며 "국내가수가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보니엠이 집회에 참석해 작은 콘서트를 열고, 탈북자를 위한 홍보대사로 활약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이애란 원장은 "중국대사관 앞에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가득 메웠으면 좋겠다. 그 날까지 단식하고 싶다"며 단식을 하다 18일째 쓰러졌었다. 이 원장의 꿈은 이날 뒤늦게 이뤄진 것이다.

  •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이애란 원장이 보니엠에 북한의 실상이 담긴 CD와 통일약과를 선물하고 있다. ⓒ 뉴데일리
     
  •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이애란 원장이 보니엠에 북한의 실상이 담긴 CD와 통일약과를 선물하고 있다. ⓒ 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