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대선 준비 활발, 여야 팽팽할수록 대권 1순위 위기론 부각박근혜-문재인 총선 묶여있는 동안, 2위 그룹 발빠른 세력구축에 ‘올인’
  • 오는 12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웅크리고 있던 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여·야 대권후보 박근혜-문재인 이야기가 아니다. 1인자의 그늘 아래서 때를 기다리고 있던 2인자들의 ‘용틀임’이다.

    대선을 앞두고 마지막 빅(Big) 이벤트인 4·11 총선을 디딤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마지막 분수령으로 간주하다보니 대권을 꿈꾸는 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새누리 박근혜 선대위원장과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상임고문이 메이저 리그를 형성하고 마이너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고는 있지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는 잠룡들의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판세를 뒤바뀔 수 있다.

    특히 여야 박빙이 거듭될수록 이들 잠룡들의 운신의 폭은 넓어진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팽팽한 세력을 갖추게 될수록 1인자를 위협할 ‘위기’가 벌어질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 오는 12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웅크리고 있던 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선과 대선이 같은해에 치뤄지는 만큼 그 어느때보다 대권 행보를 향한 잠룡들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예상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 연합뉴스
    ▲ 오는 12월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웅크리고 있던 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총선과 대선이 같은해에 치뤄지는 만큼 그 어느때보다 대권 행보를 향한 잠룡들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예상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손학규 전 대표, 김두관 경남지사 ⓒ 연합뉴스

    ◆ 박근혜 아성에 도전할 친이계 누구?

    4·11 총선에서 소위 ‘숙청’되다시피 한 친이계는 이번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친박계가 공천권을 쥐고 뒤흔든 판인만큼 ‘총선 패배’는 곧 ‘박근혜 책임’이라는 공식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문제는 어디까지를 ‘승리’로 봐야 하느냐는 점이다.

    원내 1당이라는 의견도 있고, 과반 이상을 점령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반면 탄핵정국 당시 얻었던 124석 이상이면 이긴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친이계 입장에서는 승리의 기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대권 잠룡 중 하나인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최근 언론인터뷰 등에서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이 되지 못한다면 총선 패배로 볼 수밖에 없고, 박 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김 지사와 오랫동안 정치적 연대(?)를 가져왔던 정몽준 전 대표도 박 위원장에게 칼을 갈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꼬집으며 “총선이야 어떻게 되든 대선 후보 경선을 위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위원장은 총선 결과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박근혜 책임론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친박계의 ‘패배’도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친이계가 ‘생존’해야 하는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다행히 서울 은평 을에 출마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과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몇몇 지역에서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총선에서 공천 학살을 당했던 친이계들은 박근혜 위원장에 칼을 갈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책임론을 제기하겠다는 태세다. ⓒ 뉴데일리
    ▲ 총선에서 공천 학살을 당했던 친이계들은 박근혜 위원장에 칼을 갈고 있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책임론을 제기하겠다는 태세다. ⓒ 뉴데일리

    ◆ 뭉친다고 강해질까? 친이 잠룡 ‘MY WAY’ 가속화

    워낙 오랫동안 박근혜 위원장이 지지율 독주를 계속하다 보니 정치권에선 친이계 잠룡들의 ‘연대’의 필요성이 강조돼 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조사한 대권후보 지지율에서 박 위원장은 35.1%를 기록하고 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19.7%,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7.5%다.

    반면 친이계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문수 지사는 3.3%, 정몽준 전 대표는 2.6% 그리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2.1%에 불과하다.

    3명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 8%. ‘친이계 결집’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생각해도 박 위원장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더욱이 노동운동가 출신 김 지사, 재벌가문의 정 전 대표, 서울대총장과 국무총리 등 엘리트 과정을 밟아 온 정 전 총리가 합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 대권을 바라보는 친이계 잠룡들은 현재까지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 대권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어떠한 연대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진은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뉴데일리
    ▲ 대권을 바라보는 친이계 잠룡들은 현재까지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 대권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때 어떠한 연대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사진은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뉴데일리

    때문에 이들 잠룡들의 행보는 아직까지 각자도생·마이웨이(My way)다.

    실제로 정 전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정 전 총리를 잇달아 만나는 등 연대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 별다른 결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자신의 지역구 유세를 잠시 미루고서 정치적 기반인 울산 지역에 지원유세를 다녀오는 등 세력 모으기에 안간힘이다.

    선거에 나서지 않는 김 지사의 경우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지역 비박계 유력 후보들과의 접촉이 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지사 한 측근은 “지금은 친박계가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최근 제기된 엄기영 전 MBC 사장의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내정설은 김 지사의 본격적인 세력 불리기의 시작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짙다. 엄 전 사장의 경우 이미 대표이사 공모에 응시한 것으로 확인됐고,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문이 힘을 얻고 있다.

    친이계 한 의원은 “친이계 잠룡들의 연대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직 연대를 할 시점이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 의원은 “지금은 각자의 입지를 굳히고 세력을 불리는데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총선이 끝나고 대권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 누가 얼마나 많은 지지율과 세력을 집결시켰느냐가 친이계 혹은 비박계 대권 주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민주통합당의 잠룡 경쟁은 더 치열하다. 손학규 전 대표와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난 민주당과 혁신과통합 통합 당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의 잠룡 경쟁은 더 치열하다. 손학규 전 대표와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난 민주당과 혁신과통합 통합 당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애매한 문재인, 더 치열한 민통당

    민주통합당의 판세는 더욱 치열하다. 박근혜 위원장과 같은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확실한 카드’가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현재까지는 손학규 전 대표의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손 대표는 선대위원장 등의 직책도 마다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대권 도전에 ‘올인’한 셈이다.

    선거가 끝나면 원내에 있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에서 소외되는 듯하지만, 반면에 지역구를 챙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발이 자유롭다는 이점도 있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자신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병욱 전 정책특보(분당 을), 이찬열 의원(수원 갑), 송두영 전 부대변인(덕양 을) 등의 지원 유세에 안간힘이다.

    하지만 최근 제기된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 선거 때 박원순 시장 지지를 당부하며 돈 봉투를 돌렸다는 한 지역위원장의 주장으로 한차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자타공인 야당 대권주자 1순위인 문재인 상임고문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스스로에게는 첫 선거인 부산 사상에 발이 묶여 있는데다, 20대 여성 후보 손수조와의 대립 구도가 대통령 이미지를 깍아먹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최근 불거진 민간인 사찰 파문이다. KBS새노조가 공개한 문건 중 80%가 노무현 정부 당시 작성된 것이라는 게 확인됨에 따라 당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이었던 문 상임고문에게는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민통당의 공천과정에서 벌어진 한명숙 대표와의 갈등 관계도 불안한 요소 중 하나다. 당시 임종석 사무총장의 공천을 끝끝내 취소시키며 한 대표의 사기를 꺽은 이후 친노계 양대 산맥을 이뤘던 두 사람 간의 모종의 불화설이 떠돌고 있다.

  • 민주통합당 잠룡 경쟁 중 김두관 경남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민주당 입당 당시 한명숙 대표와 악수를 나누는 김 지사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잠룡 경쟁 중 김두관 경남지사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민주당 입당 당시 한명숙 대표와 악수를 나누는 김 지사 ⓒ 연합뉴스

    세력은 아직 미미하지만, 김두관 경남지사의 '패왕론'은 최근 가장 집중되는 이슈다. 이미 ‘대권’에 대한 욕심을 각종 언론에서 드러낸 김 지사는 이미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선거캠프를 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좌파 혹은 종북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민통당 친노계 중에서 그나마 가장 중도에 가깝다는 평은 김 지사의 대권행보에 가장 큰 무기로 평가된다.

    특히 공천을 둘러싸고 잡음을 일으킨 한명숙 대표와 문재인 상임고문 사이에서 어부지리의 이점을 얻을 수 있는 위치라는 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이 같은 평가에 “국내 굴지의 A 그룹이 김 지사를 밀고 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는 상황. 이미 경남도청 안팎에서는 김 지사가 출마 이후의 로드맵도 그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김 지사 역시 경남 김해 을에 출마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당락에 따른 변수 계산과 자질과 조직에서 아직 준비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