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2대주주, 롯데그룹 임원 4명 고발검찰·공정위, 배임-부당거래 혐의 조사 중

  • 재벌기업의 부도덕한 내부거래가 또다시 도마 위로 올랐다. 

    롯데그룹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판매 과정에서 탈법적인 일감 몰아주기로 계열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롯데피에스넷(구 케이아이뱅크)의 2대 주주이자 케이아이뱅크의 창업사인 ‘케이아이비넷’은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국제실장(사장), 임종현 롯데기공 사장(전 롯데알미늄 사장) 등 롯데그룹 계열사 임직원 4명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제소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이 ATM기를 구입하면서 기기를 직접 적정 가격에 구입하지 않고 또 다른 계열사인 롯데알미늄을 거쳐 비싸게 구입하도록 롯데그룹측이 조정을 해 롯데피에스넷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혐의의 골자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롯데알미늄의 매출을 보장해주기 위해 다른 계열사 롯데피에스넷에 고의로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는 롯데피에스넷의 2대주주가 롯데그룹의 방침에 반발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  

    케이아이비넷의 고발장에 따르면 1차 계약시 롯데피에스넷은 ATM구매과정에서 중간에 임의로 ‘롯데알미늄’과 대당 1995만원씩 1500대를 매입하는 계약하는 방식으로 12억7500만원을 챙겨줬다. 이후 2차 계약땐 대당 1570만원씩 1800대 21억7800만원으로 물량이 늘었다.

    2009년부터 약 3년간 롯데그룹이 롯데알미늄에 챙겨준 액수는 금형비 2억원을 제외하더라도 32억원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롯데피에스넷은 롯데그룹이 2008년 8월 ATM기 수수료 영업을 하던 케이아이뱅크를 인수합병하면서 롯데계열사로 사명을 바꾼 회사로 2대주주는 케이아이비넷이다.  

    케이아이비넷 장영환 대표는 “내가 창업한 회사의 더 큰 발전을 위해서 2대주주로 물러섰는데 1대주주가 부당한 거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해 알게 된 것은 2011년 11월이다. 롯데그룹이 롯데피에스넷에 고의로 손해를 입히면서 롯데알미늄에 수익을 주는 것을 알고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히려 롯데측은 중간에서 그 정도 가져가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검찰과 공정위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도 롯데피에스넷은 롯데알미늄 때문에 매달 100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롯데그룹은 롯데알미늄의 역할에 대해 설명에 나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알미늄은 롯데피에스넷 등과 공동개발 계약 후 아무런 역할 없이 단순히 거래 중간단계에서 통행세만 취한 것이 아니다. 재고확보를 통한 안정적 제품 생산 및 구매 단가 실적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그는 “모든 것이 검찰 조사를 통해 소명될 것”이라고 하면서도 개발계획서, 개발인력, 개발비용 등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고발인측 조사를 마쳤으며 곧 롯데그룹 임원도 조사할 계획이다. 공정위도 롯데알미늄이 중간에서 취한 수수료의 적정성 등 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여부를 검토 중이다. 2010년말 기준 롯데그룹이 국내시장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 비중은 15%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