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황하는 한반도
      
    19세기 말, 단명했던 대한제국이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그 무렵, 한반도에 벌어진 사태가 오늘과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청나라의 힘을 끌어들이려는 세력, 아라사(러시아)와 친근하기를 갈망하는 세력, 일본을 본받아야 한다고 믿고 있는 세력, 미국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들이 요 좁은 땅에서 서로 치고 받고 할퀴니, 어리둥절하고 이 광경을 바라만 보고 있었던 백성들의 신세만 난처하였습니다. 당시의 지도층은 ‘주체성’을 상실하고 방황‧표류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한반도의 현실이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한국을 연상케 합니다.
    북은 일사불란하게 돌진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할 겁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70년이 가깝도록 2천만이 넘는 그 많은 민중을 헐벗게 굶주리게 해 놓고 계속 다스리기도 힘에 겨운 일임에 틀림이 없고, 정권 하나를 지키기 위해 그 큰돈과 시간과 정력을 쏟아서 만든 핵무기만 끼고 있다는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중국 사람들은 저렇게 잘 사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가난한가”하는 생각이 북의 인민공화국의 지도층 가슴에는 전혀 떠오르지 않겠습니까.

    2012년의 총선‧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은 어딜 향해 가는 것인가. 방향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방황이 불가피하고 혼란과 무질서도 막을 길이 없습니다. 한반도는 100년 전처럼 또 한 번 깡그리 망할 수밖에 없는 겁니까.

    김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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