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따 방지

    동서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자기와 다르다는 것. 그것이 생김새든 언어든 문화든 우선은 경계하고 심지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조건 배타심을 느끼는 경향이 많습니다.
    피부색도 같고,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미국 사람들 사이에도 차별이 분명 존재합니다.
    대도시 사람들은 남부 산골에서 투박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이런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아이들은 단순하기 때문에 때로 아주 극단적이고 더 잔인할 수도 있습니다.

    공부를 남들보다 아주 못하거나 반대로 더 잘한다는 것.
    후진 옷을 입고 다닌다거나 반대로 너무 튀게 옷을 입고 다니는 것, 등등.
    구실을 잡으려 들면 오만가지가 다 눈에 가시가 될 수 있지만 생김새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 이것만으로 학교에서 충분히 왕따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미국 남가주에 있는 Chula Vista라는 도시에는 한국 사람을 비롯해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등 유난히 동양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에는 집단 폭행이나 왕따를 막을 수 있는 '자기 방어' 기술을 철저하게 가르치는 태권도 도장이 있습니다.
    사범들은 도장에서뿐 아니라 주말이면 시립 공원이나 운동장 또는 샤핑센터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self-defence' 기술을 직접 시범하기도 합니다.
    청소년들이 왕따로 시달림을 당하거나 또는 여학생이 성희롱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상항에 처하든 위축되지 않는 자신감이 기본인데 그 자신감은 자기방어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 시범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이제는 각 학교에서 특별 운동시간을 만들어 태권도 사범들을 초청하기도 합니다.  

    '동양계 학생들은 거의 다 태권도 도장에 다닌다더라.'
    '동양계 학생들 중에 블랙 벨트들이 많다더라.'
    '그 학생들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 코 다친다더라.'
    이런 소문이 나돌아 이제는 오히려 동양계 학생들에게 내 자녀가 행여나 해코지를 당할 까봐 백인 부모님들이 열심히 자녀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다 합니다. 그래서인지 미국 전역에 태권도 열기는 날로 더해지고 있습니다.
    태권도뿐 아니라 야구든 축구든 어떤 운동이든 청소년들이 한 팀이 되어 운동을 하다보면 그가 백인이든 흑인이든 동양인이든 상관없이 '우리들'이 됩니다. 함께 운동 연습을 하고, 함께 도시 행사나 학교 행사에도 참가하고 때로는 다른 팀들과 시합을 하면서 그야말로 buddy, 즉 짝짜꿍 친구들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짝짜꿍 친구들이 되고나면 서로가 서로를 보호해주고 감싸주기 때문에 그 누구도 왕따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최근 미국 abc tv 뉴스시간에 여중생이 그녀의 뒤를 따라와 납치하려는 남자를 날렵하게 발차기로 대항해 변을 면한 사건이 사진과 함께 나왔습니다. 전국적으로 그 방송이 나간 후, 태권도를 배우겠다는 여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합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그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듯 자기 방어 또한 하루아침에 저절로 행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힘이 세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도와 달라'는 외침조차 제대로 나오기 힘듭니다. 위기에 처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평소에 갈고 닦은 기술연마로 가능한 것입니다. 기술연마와 함께 정신력과 용기도 길러지기 때문입니다.

    남의 나라도 아니고 바로 내 나라에서, 내 학교에서, 내 동급생들에게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50퍼센트를 넘는다는 통계를 한국 신문에서 읽었습니다. 집단 폭행과 강탈 등을 견디다 못해 자살의 길까지 택하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왕따 당하는 아이들은 따로 있다.'
    '내 아이는 절대 왕따 대상이 될 리 없다.'
    이렇게 내 자식만은 예외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다면 그건 위험한 생각입니다.
    때로는 아이들의 심적 고민을 제일 모르는 사람이 바로 부모들일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들이 한 지붕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일뿐 기쁨이든 슬픔이든 또는 고민이든 함께 대화할 수 있는 가족이 아니라면 아이들은 탈출구가 없는 것입니다.

    당당한 실력과 강건한 의지력과 그리고 겸손한 인간미로서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내 아이.
    이런 자녀를 원한다면 영어, 수학 학원도 좋고, 피아노나 미술 학원도 다 좋지만 자기 방어 능력을 키워주는 것 또한 기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마다 자기방어 기술만 경쟁적으로 자랑한다면 학교는 살벌한 격투기장으로 변할지도 모릅니다.
    이와 병행하여 필수적인 것이 정신교육입니다. 그렇다고 교사가 교실에서 교양강좌를 시켜서 될 일도 아닙니다. 학생들은 따분해서 잠들어버릴 테니까요.

    비결은 스포츠에 있습니다. 스포츠 정신의 핵심인 팀워크(Team Work)정신입니다.
    교과과목 채우기로 마지못해 실시하는 체육시간 때우기가 아닙니다.  팀워크를 훈련하는 스포츠, 축구 야구 농구 등 팀스포츠를 초등학교부터 전국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규칙 훈련, 페어플레이(Fair Play) 룰 지키기, 합심과 단결력 키우기, 목표와 꿈을 향하여 개인을 버릴 줄 아는 희생정신, 승리의 기쁨, 패배의 아픔을 겪으며 팀 멤버끼리 서로 격려하고 슬픔과 고통을 나누는 훈련, 실패를 딛고 재기하려는 의지 만들기, 인내와 용기, 우정과 인간애, 선의의 경쟁....스포츠  자체가 효과적인 인간 성장교육입니다.

    초등-중등-고등학교까지 이런 체험교육이 계속되다보면, 어느 새 학생 자신도 부모도 사회도 '건강한 인간'을 얻게 됩니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갖춘 인간사회의 출현, 그 사회는 저절로 공정한 사회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교육, 시민교육의 한가지 프로그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