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명숙 한미FTA 결사반대엔 북한이...
    개성공단 원산지 불인정이 기가 막혀?
    오윤환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와 장관,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이 왜 ‘노무현의 한미 FTA’를 짓밟고 폐기투쟁을 벌이는 것일까? 정말 한미 FTA가 어느 ‘나꼼수 판사’의 말처럼 “나라를 팔아먹는 협정”일까?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 기초산업이 쑥대밭이 되고 국민들은 길바닥으로 나 앉는 것일까?“
    ”그렇다면 죽도록 ‘서민’ ‘민생’을 외친 노무현은 뭔가?"
     
    그건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한미 FTA 폐기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와, 각종 시위에 거의 ‘노숙자’로 나선 정동영 의원 등 당시의 최고 실세들이 한미 FTA를 침이 튀도록 칭송-칭찬한 기록이 귀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부터 찾아보자 노무현 정부의 총리였던 그는 2007년 2월 3일 서울 롯데호텔 2층 ‘코리아 소사이어티’ 50주년 기념 만찬에 주빈으로 참석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한미협력 증진을 위한 민간단체로 이날 전-현직 미국대사 등이 대거 참석했다. 한 총리는 연설의 대부분을 한미 FTA에 할애, “한미 FTA는 양국경제에 커다란 활력소가 되는 것은 물론 한미동맹 강화와 지역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찬양했다.
     
    꼭 5년 후인 8일.
    한 대표는 롯데호텔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주한미국대사관 앞에 나타나 오바마 미대통령에게 보내는 “한미 FTA 폐기” 예고 서한을 흔들었다. 2006년 11월 24일 국무총리 한명숙은 "한미 FTA를 반대하는 불법, 폭력집단 주동자뿐만 아니라 적극가담자, 배후조종자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 한명숙과 미국 대사관 앞에 나타난 한명숙은 동명이인이 아니라 동일인이다.
    ‘한 총리’의 담화대로라면 ‘한명숙 대표‘는 한미 FTA를 반대하는 불법, 폭력집단의 주동자이고 엄단해야할 범법자다. 한 대표의 얼굴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하긴 2006년 3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를 만나 “지난 53년간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두 나라 관계의 기둥이었으며, 일단 한미 FTA가 완성되면 향후 50년간 한미관계를 지탱시켜줄 두 번째 중요한 기둥”이라고 했던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이 있었으니 덜 부끄러웠을지 모를 일이다. 자기모독, 자기모욕으로 치닫는 한 대표와 이들의 행위를 정신의학적으로는 뭐라 할까? 궁금하다.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와 노무현의 FTA는 일란성 쌍둥이다.
    민주당이 재협상을 요구하는 10개 항목 가운데 9개는 노무현 정부가 체결한 것이다. 한 가지 자동차 세이프가드 조항만 이명박 정부가 도입한 것이다. 이 조항에 적용을 받는 우리 자동차업계는 이 조항에 덤덤하다. 충분히 극복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를 얻을 것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라는 것이다. 그런데 상주보다 곡쟁이가 더 서럽다고 민주당이 아우성이다. 자동차와 관계도 없는 분야를 끄집어내 아우성이다. 특히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도) 조항은 노무현에서 한자 한 획도 달라진 게 없다. 한마디로 ’생떼‘다.

    민주당이 한미 FTA에 목을 맨 이유가 궁금해 미치기 일보직전 의미 있는 단초를 얻었다. 한미 FTA 폐기에도 민주당이 ‘동지’처럼 대하는 ‘북한’이라는 요인’이 들어있다 라는 깨달음이다.

    시계바늘을 2007년 3월로 돌려보자.
    당시 노 대통령은 중동 순방 중 쿠웨이트에 도착했다. 노는 쿠웨이트가 주최한 행사에서 허종 쿠웨이트 북한대사를 만나자 반색을 했다. 그리고 허 대사 손을 잡고 “진심으로 한다. 김정일 위원장에게 진심을 전해 달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수행한 기자 누구도 그 말이 무엇인지 몰랐다. 뭐가 ‘진심’이고 ‘뭘 전해 달라’는 것인지.
     
    그 ‘진심’을 알 수 있는 뉴스가 그 직후 터져 나왔다.
    연합뉴스가 “한미 FTA협상, 北전역 공단 원산지 인정”이라는 미확인 내용을 타전한 것이다. 개성공단 등 북한 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미국 수출을 한미 양국이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개성공단’ 생산제품으로 한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표현은 ‘북 전역 공단’이다. ‘개성공단’과 하늘과 땅 차이다. 개성공단 뿐만 아니라 ’북한 내 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모두 해당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노무현 정권이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이라는 틀에 북한을 무임승차시키기 위해 한미 FTA를 추진했다는 말이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개성공단을 북한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정동영이 운명을 걸고 여기에 매달려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배경이 파악되기 시작한다. 노 대통령이 북한 대사에게 말한 ‘진심’은 “한미 FTA 열차에 당신들을 무임승차 시키겠다”는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한미 FTA에 ‘북 전역 공단’은커녕 개성공단도 포함시키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과 한명숙, 정동영 등의 주장대로라면 개성공단도 포함시키지 못한 채 “안방문을 도둑들에게 활짝 열어준 꼴”이다. 정동영 주장대로라면 제2의 을사늑약, 이완용의 매국행위를 자기들이 저질렀다는 자백이다.
     
    다만 한미 FTA는 협정문에 ‘FTA 발효 1년 이후 양국이 '한반도역외가공위원회'를 소집해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특혜관세 혜택 부여 조건과 기준을 협의’토록 규정했다. 어디까지나 ‘발효’가 된 이후의 얘기다. 또 북한이 ‘핵포기‘ 프로세스에 착수해야하는 미국의 까다로운 조건이 기다리고 있다.
    개성공단 때문에 한미 FTA를 시작했다면 노무현 정권은 정말 민주당 말대로 ’이완용’에 틀림없다.
     
    민주당은 솔직해야 한다.
    정신의학적으로도 이해가 어려운 ‘자기배신’ ‘자기모독‘은 이 정도에서 그치고 진심을 말해야 한다. 한미FTA에 “북 전역 공단 원산지 인정”이라는 조항만 포함되면 당장이라도 협정을 인정하겠다고 말이다.

    아울러 민주당과 한 대표의 반 FTA의 요체가 ‘반미’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EU(유럽연합) FTA에 입을 꽉 다물고 있으며, 곧 시작되는 한-중 FTA 협상에 눈을 꼭 닫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EU FTA로 이미 돼지사육농가 등 축산농가의 피해가 쌓이고 있고, 낙농제품도 타격을 입기 시작했는데도 말이다. 또 한-중 FTA가 타결되면 우리 1차 산업이 쑥대밭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런데 민주당과 한 대표 정동영 의원은 일언반구도 없다. 한미FTA를 결사반대하는 이유를 ‘반미’로 유추하는 이유다.
     
    흥미로운 것은 한 대표의 ‘5만 달러’ ‘9억원’ 뇌물 재판과정에서 그의 아들이 미국의 한 커뮤니티 칼리지에 다닌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한 전총리 변호인 측이 밝힌 연간 체류비가 4만 달러라니 보통 시민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금액이다. 정동영 의원도 장남을 2001년부터 1년 학비만 6천~7천만원이 들어가는 보스턴 소재 명문사립고인 브룩스 스쿨에 유학보냈다. 그 아들이 지금은 수업료가 비싼 명문 사립 스탠포드 대학에 재학 중이다. 봉하마을 노무현 비석앞에만 서면 눈물을 글썽이는 노무현 사람들의 이중인격과 배신이 처절하기만하다.
    오윤환 논설위원 /뉴스파인더www.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