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입대한 우리 늦둥이도 디스크 판정을 받았지만 군 복무를 당연하게 생각했죠”
  •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청 앞에서 공개 신체검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뉴데일리
    ▲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청 앞에서 공개 신체검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는 모습. ⓒ뉴데일리

    군대는 젊은이들의 무덤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신체 건장한 청년이라면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그런데 건장한 신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자 부모의 그늘에 숨어 군 입대를 회피하는 사례들이 공개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그리고 지금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27)씨의 병역비리 의혹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8일 한 예비군이 무소속 강용석 의원에게 보낸 편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의원님.

    전 오늘 306보충대를 다녀왔습니다.

    며칠 전 저에게 날아온 통지서에 소속 예비군 부대가 306보충대로 되어 있기에 감회가 각별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306 보충대를 찾았던 진짜 이유는 늦둥이 막내 동생이 입대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8살 터울의 ‘부모님 계획에 없던 막내’는 저희 가족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아기였습니다. 장남인 제 눈에는 스물이 넘어서도 귀엽기만 하고 보호해 줘야 하는 그런 대상이었지요.

    그런데 그런 막내가 군대에 입대하여 저흴 지켜주러 갔습니다.

    306 보충대에 도착한 이후로 전 소리 내어 껄껄 웃기를 반복했습니다. 오늘 부터 강추위가 찾아온다는데 엄동설한에 동생을 입대시키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입영하자마자 밀려오던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떠올리니 괜스레 웃는 것으로 제 속내를 감추고 싶었습니다.

    보충대 안에서 환송의 순간을 마치고 진짜 입대 하는 순간 안타까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뽀뽀를 해주려 했지만 역시 도망치듯 들어가 버렸습니다.

    하기야 배가 나와서는 큰 소리로 껄껄 웃던 형의 뽀뽀라니 저라도 난감했을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박원순씨와 곽노현씨의 아들이 생각났습니다.

    제 동생도 입대하면서 CD에 담긴 X-ray 촬영 결과를 들고 들어갔습니다. 의사는 디스크라 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군 생활에 지장 없다며 담담히 입대를 했습니다. X-ray는 단지 자대 배치 받고 나서 지휘관에게 알려주기 위해 지참했을 뿐입니다.

    저와 아버지는 운동을 하면 그 정도는 금방 좋아질 것이라며 동생을 독려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는 자신은 원치 않았지만 부모가 군대를 가지 말라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지요?

    전 의무경찰로 24개월을 복무했습니다. 겨울엔 전방이 아닌 서울이라지만 아무도 없는 새벽거리에 4시간을 서있다 보면 뼛속까지 시렸고 시위 현장 관리를 위해 출동을 하면 아주 험한 꼴을 당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군 생활 도중 저도 디스크가 발병했고 적어도 두 사람이 부축하지 않으면 일어설 수도 없었지만 전 방패를 들고 맨 앞줄에 서서 밀려드는 시위대를 막아서야 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제 병역 의무를 의심한 적이 없었고 제가 어떤 일을 겪어도 억울하다고 생각 한 적이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에 태어났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제 동생 역시 언젠가 입대 할 것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306 보충대에서 돌아와 들어선 집이 너무나 허전하고 쓸쓸해서 차라리 제가 군대 생활을 한 번 더 하는 게 낫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동생의 군복무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동생은 지금 이 시간 난생 처음 불침번이라는 것을 서고 있겠군요. 논산훈련소에서 처음 불침번을 서며 머리를 스쳤던 수많은 상념들이 다시 떠오릅니다. 그 때 참 마음 속이 복잡했었는데... 제 동생도 저와 같은 마음이겠지요?

    저희 집안 남자들은 이렇듯 대한민국 남자의 의무를 당연히 여기는데... (저희 아버지께서는 파주의 기갑사단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 의무를 불법적으로 군 입대를 피하는 것을 오히려 당연히 여기는 듯 합니다. 이런 이들이 이 사회를 좀먹는 것이지 달리 좀먹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병역 회피자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세상 의원님께서 제발 꼭 바로잡아주십시오. 아무도 말하지 않고 모른척 하는 이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오직 의원님께서 홀로 가리키며 외치고 계십니다.

    단 한분이라도 계신다는 것에 희망을 보았고 위안을 얻었습니다.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 부디 반드시 바로잡아주십시오. 그 작자들 군대로 보내주십시오.

    어느 예비군 올림.

    <강용석 의원이 정리한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의 병역비리 의혹> 

    2011년 8월29일 공군 입대.

    2011년 9월 2일 허벅지 통증을 이유로 귀가.

    2011년 11월25일 재입영 통지.

    2011년 11월28일 서울병무청 11년도 정기신체검사기간 만료.

    2011년 12월 9일 강남구 신사동 자생한방병원 내 자생의원에서 허리디스크 MRI 촬영, 광진구 자양동 혜민병원에서 병사용 진단서 발급.

    2011년 12월27일 재검 실시후 4급 판정.

    일반적 추정

    1. 병사용진단서를 발급받기 위해선 발급가능한 의료기관에 먼저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

    2. 공군에서 귀가 후 재입대를 해야 되는데 디스크 증상이 있었다면 당연히 치료도 가능하고 병사용진단서도 가능한 대학병원이나 큰병원을 찾는게 순리. 하지만 병사용진단서 발급이 불가능하고 집(방배동)에서 먼 자생한방병원에 찾아갔다는 것은 비상식적.

    3. 자생의원에서 MRI 찍고 자생의원 의사가 진단서 발급가능한 혜민병원으로 의뢰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음. (의뢰환자와 극도의 친밀한 관계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 혜민병원 진단서 발급의는 10여년 전 비슷한 병무비리로 기소돼 징역1년 선고유예 받은 사실 있음.

    4. 추가신체검사시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X-ray, 근전도검사, CT 중 X-ray와 근전도검사를 생략하고 CT만 촬영해 허리디스크 4급 판정.

    새롭게 밝혀진 내용

    1. 박원순 시장의 해명: 제 아들은 입영 전에도 하반신 마비와 허리통증이 있었고 군 입소 후 훈련을 받으면서 허리통증이 악화돼 정상적인 군 생활이 어렵다는 해당 부대의 판단으로 귀가조치 됐음. (하지만 가입소 기간에는 전혀 훈련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짐)

    2. 징병검사규정 제33조 3항에 따르면 징병검사를 맡은 의사는 병사용진단서와 같이 제출되는 방사선 영상자료의 촬영 병원이 진단서 발행 병원과 다른 경우 자체 방사선촬영기를 활용해 진위 여부를 확인한 후 판정해야 함.

    하지만 병무청은 박원순 시장 아들에 대해 MRI 촬영 없이 CT 만으로 4급 판정을 내렸기 때문에 이는 무효에 해당함.

    3. 징병검사규정 제33조 제4항에는 병역면탈 범죄와 관련된 의료기관 또는 의사가 발행한 진단서를 참조하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음.

    그러나 병무청은 병역비리 전력이 있는 김모 의사가 내준 진단서를 토대로 박 시장 아들에게 4급 판정을 내렸음. 결과적으로 박 시장 아들이 제출한 병사용진단서 자체가 무효이므로 이후의 재검 절차에 따른 4급 판정은 모두 무효에 해당함.

    4. 1월31일 제보받은 내용에 따르면 박주신 본인은 군대에 가려고 했으나 박원순 시장과 아내가 아들의 군 입대를 만류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