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두 얼굴의 여성단체"..경향 "나꼼수, 시험대 오르다"여성단체들이 침묵하는 이유, "'나꼼수는 우리편'이란 생각"
  •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에 대한 비판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연일 계속되고 있다. 나꼼수 진행자들이 여성들의 가슴을 부각한 비키니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도록 권유하고,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자 문제가 된 것이다.

    ‘조선일보’는 "평소 성희롱·성추행 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여성단체와 페미니스트(여성 권익주의자)들이 '정봉주 구하기 비키니 인증샷 논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비키니 인증샷'과 관련된 논평을 낸 여성단체는 31일 현재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등 두 곳에 불과하다"며 "지난 2010년 7월 강용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된 때와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윤순갑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운동은 이념적으로 진보 진영과 통하기 때문에 같은 성희롱 사안을 두고도 내 편과 네 편을 나눠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나라당 강용석, 최연희 의원의 성희롱·성추행과 이번 사안은 별반 다르지 않지만, 여성단체들이 '나꼼수는 우리 편'이라는 생각에 갇혀 비판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또 한 여성단체 대표(63)를 인용, "'나꼼수'로 진보 진영의 분위기가 달아올랐는데 잘못을 지적해 판을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여성단체 활동가는 "이번 경우는 나꼼수 멤버들이 독려를 했지만 사실 자발적으로 여성들이 사진을 올린 것이라 사안이 약하다고 보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고, 한 여성전문 잡지 편집장(45)은 "이번 일에 대해 여성계가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복잡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나꼼수’ 비판에는 좌파 매체 '경향신문'도 적극 가세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나꼼수는 주류가 됐다’고 지적하며 “냉소와 조롱을 무기로 한 비주류 언론에서 영향력 있는 주류 미디어로 부상했음에도 그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문화비평가 이택광 교수를 인용해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논의의 틀을 지키는 것 자체가 정치이고 민주주의이며, 충성도를 가지고만 호불호를 판단하는 것은 팬덤”이라고 전했다.

    또 권혁범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MB정권만 비판하면 된다’ ‘노동자 편에만 서면 된다’ ‘어떤 정당을 지지하면 된다’는 식의 ‘진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젠더(성)와 섹슈얼리티에 대해선 성찰을 게을리했다는 증거”라고 경향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