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세대 사과할 일 없다

      “우리 사회의 모든 고통을 집약적으로 받고 있는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는 다른 어떤 변명이나 진단, 위로가 아닌 진심어린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 그것이 그 어떤 위로보다 더 아름다운 공감이기 때문이다. 지금 청년들이 받고 있는 이 고통은 기성세대의 잘못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진심어린 사과와 공감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민경우라는 사람이 “대한민국은 안철수에게 무엇을 바라는가?”라는 저서 속에서 한 말이라 한다.
    사과? 뭔 사과?

      기성세대가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살았기에, 그런 시절을 자기 아들 딸들에게만은 절대로 살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모조리 다 해주며 고생 안 시키고 키운 것을 사과하라는 것인가?

      이제 와서 생각하면 아이들을 그런 식으로 키운 것이 기성세대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었다.
    부모님 세대가 피땀 흘려 나라를 이 만큼이라도 일으켜 세워 주셔서 우리가 어린 시절 고생 없이 참 잘 자랐습니다 하는 감사의 인사는커녕, 우리가 너희들 꼰대들 때문에 지금 영 행복하지 못하다는 소리나 듣게 됐다면, 기성세대는 새끼들을 정말 잘못 키운 것이다.

      돈 벌러 다니느라고 자식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애들에게 가정교육도 충분히 못 시키고 예절 교육도 제대로 못 시키고 버릇 교육도 잘 못 시키고 예의염치와 인의예지를 알 만큼 알게 해주지도 못했다. 이제 그 결과가 “너희들 때문에 우리가 잘못 사니 사과하라”는 후레자식 같은 욕지거리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자랑스러운 세대다. 대한민국을 침략전쟁에서 지켜냈고, 국민소득 80달러를 2만 ~3만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이건희 회장 말대로 “일본은 힘이 빠진 듯하고, 중국은 (한국 따라 오려면) 아직 멀었다” 할 정도로 이 나라를 삐까뻔쩍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걸 왜 사과해야 하는가?

      하지만 새끼들 잘못 키운 것만은 사과 아닌 자책을 해야 할 것 같다. 나이 설흔 되도록 기껏 고이고이 포대기에 싸서 금이야 옥이야 키웠더니 뭐 사과하라? 그런 자식들 만든 부모라면 족히 자책하고 자괴할 만하다.

      물론 사과해 마땅한 기성세대가 왜 없겠는가? 대표적인 게 엊그제서야 염라대왕이 데려간 대량학살자이자 주민 3백만 명을 굶겨 죽인 김정일이다. 그런 나쁜 기성세대를 싸고 도는 청장년들이 있다면 그들도 젊지만 사과해야 할 터. 우리 내부에서 좌파 정권 10년, 사이비 보수 정권 5년 동안 해먹고 돈 뿌린 자들도 자수해서 사과하고 광명 찾는 게 장땅일 것이다. 

      현실이 불만스럽고 힘겹다면 누구보고 어떻게 해 달라 하지 말고, 젊은 자기들이 제 힘으로 개척해야 한다. 상당수 그들은 아마 금년에 좌파정권으로 기울 모양인데, 마음대로 해보라 할밖에. 어차피 자기들 살 세상이지 기성세대 살 세상은 아니지 않은가? 기성세대는 얼마 남지 않은 여생 그럭저럭 있다가 죽으면 그만이다. 답답할 것 없다.

     거듭 말한다. 사과 할 일 없다.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기에.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
    <관련기사 / '간첩 출신' 민경우, 안철수 옹호 책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