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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부끄럽다..'불법복제가 한국문화’라니

대통령상 수상 네이버 웹툰작가 日진출 막으며 ‘당당’..'일본 출판사 책임’이란 궤변

입력 2012-01-10 16:46 | 수정 2012-01-25 15:20

불법복제 웹하드-P2P-토렌트 쓰다 정신도 오염됐다..말로만 '친일청산' 말라

한국에서 만화가로 ‘생존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 때문에 유망한 젊은 만화가들이 일본 등으로 진출해 살 길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앞 길을 가로 막으려는 이들이 많아 문제다.

日진출한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

2010년 1월 8일 포털 네이버에는 독특한 웹툰이 연재를 시작했다. 주호민 작가가 그린 ‘신과 함께’였다. 이승과 저승, 신화편 등으로 나눠 현실세계를 날카롭게 풍자한 이 웹툰은 네티즌 평가 9.9(10점 만점), 총 조회 수 1억 회를 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 출판사 애니북스가 단행본으로 묶어낸 '신과 함께'. 총 조회수 1억 회를 넘길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사진: 애니북스 블로그]

주호민 작가는 ‘신과 함께’로 큰 인기를 얻었고 2011년에는 문광부 장관상, 대통령상도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평생 만화가로 살아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기성 한국 만화계의 ‘만화공장 시스템’이나 월 수십만 원도 받지 못한다는 웹툰 작가로는 꿈을 펼치기 어려워 다른 길을 찾은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한국의 젊은 만화가들에게 일본 진출 기회를 열어주던 잡지 ‘스퀘어 에닉스’와 만날 기회가 생겼다.

스퀘어 에닉스는 일본 대형 출판사 중 하나로 다양한 만화와 캐릭터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주호민 작가에게 스퀘어 에닉스와의 만남은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스퀘어 에닉스는 주호민 작가로부터 ‘신과 함께’의 리메이크 권리를 사들여 일본인 작가에게 이 만화를 그리게 해 2011년 12월부터 잡지에 연재했다. 이때 주호민 작가는 ‘불법 스캔과 번역 유통을 철저하게 막아달라’고 당부했다.

▲ 日스퀘어에닉스 잡지에 실린 '신과 함께' 리메이크작 연재 예고 광고.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국내 불법복제자들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블로그, 카페 등에 퍼진 ‘불법복제판’

스퀘어 에닉스 또한 ‘신과 함께’의 일본판이 불법복제돼 퍼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한국 내에서 불법복제가 만연한 상황을 생각해 일본어판 1편은 무료로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루묵’이 됐다. 일본판 ‘신과 함께’가 실린 잡지가 발간된 지 5일 만에 누군가 불법 스캔한 뒤 여기에 한국말로 번역까지 한 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유포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 포털 네이버에서 이름을 알린 만큼 ‘신과 함께’의 일본판 불법 복제판은 블로그와 카페에서 급속히 퍼졌다.

주호민 작가는 트위터와 블로그를 통해 독자들에게 불법스캔을 막아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불법복제물을 올린 이들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스퀘어 에닉스에도 이 사실을 알리며 대책을 호소했다.
 
놀란 스퀘어 에닉스는 불법복제물을 올린 카페와 블로그, 사이트에 삭제를 요구하는 한편 최초 유포자의 처벌 등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저작권자의 ‘합법적인 요구’에 불법 복제물을 유통한 사람들이 몰려와 집단 반발한 것이다.

‘불법복제는 한국의 문화’ 큰 소리

불법 복제물을 ‘즐기던’ 이들은 ‘불법 스캔도 우리나라 문화다. 일본이 인정하라’거나 ‘돈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불법 복제물을 다운로드 받는 것도 소중한 문화생활’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며 스퀘어 에닉스 한국 담당자와 주호민 작가의 블로그로 몰려와 ‘난동’을 피웠다.

어떤 이들은 ‘아무리 그래봐야 근절 못한다’고 빈정거리고, 어떤 이들은 ‘한국 시장에 빨리 대응 못한 일본 출판사 책임’이라는 말을 해대기도 했다. 이 일이 인터넷으로 알려지면서 루리웹이나 일베저장소, 디시인사이드 같은 대형 커뮤니티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 日스퀘어에닉스 측과 주호민 작가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하자 반발한 불법복제자들이 내세운 주장. '불법복제가 문화'라는 주장도 보인다.

‘불법복제’가 정당하다고 주장을 하는 이들의 블로그나 카페 등을 살펴본 결과 웹하드-P2P업체를 통해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를 마음대로 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작권 침해는 죄가 아니라는 식이었다.

이들의 주장처럼 한 때는 ‘불법복제’가 한국의 문화처럼 여겨졌지만 지난 수 년 사이 저작권자들의 꾸준한 단속과 고소고발, 문광부의 캠페인으로 상당한 의식 변화가 있었다. 영화나 동영상, 음악 등의 불법복제물을 유통한 사람들이 처벌받으면서 이용자들도 자연스럽게 조심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하지만 만화는 여전히 불법복제물이 판을 친다. 만화저작권보호협의회가 2007년 말 집계를 한 결과 연간 만화 불법복제로 적발된 건수는 35만788건에 달한다. 이 중 해외 만화가 27만3,913건으로 전체의 71% 가량을 차지했다. 이것조차도 어느 정도 명성을 얻은 기성 만화가들이 단속한 결과라고 한다.

'불법복제'의 온상이었던 웹하드-P2P와 새로운 온상이 된 토렌트 사이트는 여전히 큰 돈을 벌고 있다. 심지어 'PD박스' 등의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던 문용식 나우콤 前대표는 총선 출마를 선언했고, 한동안 큰 돈을 벌던 웹하드 업체의 실제 오너는 코스닥 기업을 인수한 뒤 '저작권 침해방지' 사업을 한다며 위장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조차 '불법복제'에 무감각해졌다는 게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이 하는 말이다.

"최초 유포자와 적극적 유포자, 반드시 처벌할 것" 

▲ '강호패도기'의 최미르 작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만화불법스캔' 방지 포스터. 불법복제자들은 자신들이 만화를 죽인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스퀘어 에닉스 관계자는 “요즘은 한국 소비자들의 의식도 상당히 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고생해서 만든 작품을 공짜로 보는 게 당연하다는 의식이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팽배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의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일본 등에 진출시켜 그들이 생계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줬는데, 이런 식으로 정당한 권리마저 짓밟아 버리면서 큰 소리 치면 일본 업체들이 한국의 젊은 만화가를 영입하려 할 지 의문”이라며 “일본 출판업계에서는 한국 소비자들이 포털에서 웹툰을 볼 때는 열광하며 응원하다가도 정작 그 작가가 생계와 미래를 위해 해외에서 돈을 벌려고 하면 앞길을 가로막는 행동을 하고,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묻는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주호민 작가와 스퀘어 에닉스 측은 현재 한국에서 법무대리인을 구해 최초 유포자와 적극적인 유포자들에 대해 법적책임을 물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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