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라 버리는 한나라..'모바일 꼼수' 코미디 민통당..협잡질이 대세?
  • 한국 정치: 붕괴냐 부활이냐?

    정치는 갈림길에 섰다. 나라를 이끌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1류 정치생태계가 창출되느냐, 3류 코미디로 주저앉느냐?
    요즘 요란 법석을 떨고 있는 정치판은  “3류 코미디로 가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게 한다. 한나라 비대위, 민주통합당(민통당) 대표선출은 저질 코미디 흥행물이다. 나아가 한나라 공천, 민통당 공천은 더 심한 3류 코미디로 연출되는 대학살극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한나라당은 정당의 원칙과 가치를 해체했다

    우선 한나라당을 살펴 보자 비대위, 디도스, 당대표 선출 뇌물살포라는 3중 태풍 속에 갇혀서 갈갈이 찢어지기 시작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 위기를 수습하기는커녕 더욱더 ‘비상한’ 상황을 자초하고 있을 뿐이다.  ‘비상’대책위원회가 ‘비상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에 스스로 상황을 더욱더 ‘비상’스럽게 만드는 것인가?

    비대위는 그 구성부터 잘못된 조직이다.
    김종인은 누구인가? 전국구 배정을 둘러싼 정치적 거래에 있어 신용이 가장 확실했기 때문에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며 전국구만 네 번 지낸 뇌물사범 아닌가?
    이상돈은 FTA를 반대하고 광우병 촛불을 지지한 이상한 사람 아닌가? 게다가 스스로 ‘보수’라고 자칭하기 때문에 더욱 더 헷갈리게 만드는 사람 아닌가?

    한나라당 주요 인사와 지지자들이 김종인, 이상돈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제기는 한나라당 안에서 씨도 안 먹힐 것이다. 왜나면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 한계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의 행보는 쉑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을 생각나게 한다. 셱스피어의 ‘리어왕’은 자신을 소금에 빗댄 막내딸을 좇아낸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생각에만 갇힌 노쇠한 왕이 에고(ego)의 함정에 빠져 악수를 거듭 두는 비극을 그린 작품이다.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는 리어왕 식의 에고(ego)에 빠져 있는 것 아닐까? 비대위원에 대한 비판을 자신의 권위와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하는 것 아닐까?

    애초 한나라당 비대위가 맞서야 되었던 핵심 과제는 정당의 가치관과 원칙이었다.
    하나의 예만 들어 보자. 애초 지금 정치 위기가 폭발했던 계기 역시 8,24 서울 주민투표였다. 2011년 봄의 주민발의에서 여름의 주민투표에 이르기까지 한나라당은 책임을 방기한 채 스스로 방관했었다. 가치와 원칙이 실종되었던 것이다.
    이 같은 실종 현상은 지난 4년간 일관되게 나타난 증상이었다. 이 증상은 며칠 전인 지난해 말에도 나타났다. FTA 재협상 촉구 결의와 강정 해군기지 건설예산 백지화 사건은 한나라의 원칙과 가치가 어느 정도 철저히 증발했는지 보여주는 비참한 사례이다.

    FTA를 비준해 놓고 37일만에 재협상을 결의하는 것은 무슨 정신병자 같은 행태인가? 2012년분 강정 해군기지 건설예산을 백지화시키고 “2011년에 집행하지 못 한 돈만 써라”고 결정하는 심보는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것인가? 강정 해군기지는 안보와 주권에 관한 문제이다. 이런 식이라면 극렬 점거 시위가 장기화될 때마다 공기가 한없이 늦춰진다.
    FTA는 세계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비준한 지 30 여일 만에 판을 뒤집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이다.

    한마디로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이 전혀 없는 것이다. 이 무책임한 배임행위의 주역이 한나라당이었다. 한나라당은 스스로 원칙과 가치를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다.

    민주당은 정당정치의 프로세스를 해체했다

    민통당(민주통합당)의 당대표 선거를 이해하려면 우선 통진당(통합진보당)의 사정을 살펴 보아야 한다. 초반 10%대의 지지율로 기세 좋던 통진당이 이제는 1%대로 폭삭 주저 앉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김정일의 죽음에도 한 이유가 있지만 실은 민통당 때문이다. 민통당은 민주당보다 훨씬 더 왼쪽이기 때문에 국민의 눈에는 민통당이 ‘통진당보다 훨씬 더 듬직한 왼쪽 정당’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통진당 지지 세력이 민통당으로 옮겨 간 것이다.

    이제 통진당의 지지자들, 열성 인터넷 활동가들은 어떤 행태를 보일까? 그들은 민통당을 장악하기 원할 것이다. 이를 위해 민통당 당대표 선거에 개입해서 자기들 입맛에 맞는 당대표를 밀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민노총, 전교조, 유시민 노빠가 적극적으로 민통당 당대표 선거에 뛰어든 이유이다.

    통진당을 지지하는 극성 사이버 조직세와, 문성근의 ‘100만 민란군’(실제로 약 20만) 및 문재인 노빠로 구성된 사이버 조직세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당대표 선거가 결정된다.  

    이렇게 결정되는 당대표는 여론 조사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성근이 당대표가 되는 수도 있다. 한마디로 국민의 여론이 아니라, 불과 수십만의 사이버 조직세가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민통당은 앞으로 국회의원 후보 역시 사이버로 경선할 계획이다. 이는 당대표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다. 당대표 선출을 위한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에서 비교적 간단한 과정을 통해 등록하면 된다. 그러나 국회의원 후보 경선을 위한 모바일 투표에서는 인터넷에서 전자 주민등록을 떼어서 이를 첨부 파일로 보내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 번거로운 작업이 수반된다. 모바일 투표 참여자의 선거구(주소지)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인터넷 등록 작업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과정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매우 극성스러운 사이버 조직세일 가능성이 높다. 말이 좋아서 국민 참여 모바일 투표이지, 실은 사이버 조직세에 의해 지배당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애초에 민통당으로 출마할 것을 검토해 오던 사람들 중에는, 경선에 참여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사람이 많다. 선거법에 따르면 경선에 참여해서 탈락할 경우에 출마를 못 하게 되기 때문이다. 불공정한 경선, 소수의 극성스런 사이버 조직세에 의해 장악되어 있는 경선에 참여하느니 차라리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을 검토하는 후보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렇듯 한나라당이 스스로 정당의 원칙과 가치를 해체했다면, 민통당은 스스로 정당정치 프로세스를 해체했다. 아홉 명씩이나 되는 당대표 후보를 내놓고 국민더러 인터넷으로 골라달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정당의 책임성은 어디로 갔나? 당대표는 당이 주도해서 뽑아야 할 것 아닌가?
    이제 불과 수십만의 사이버 조직세가 ‘국민의 뜻’, ‘국민의 명령’이란 이름으로 전횡을 부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가카새끼, 판사새끼는 지긋지긋하다. 차라리 집안에서 “아빠새끼”라고 불러라

    두 거대 정당이 자기 할 일을 하기는커녕 (한나라는) 자신의 원칙과 가치를 해체했고 (민통당은) 정당정치 프로세스를 해체했다. 그 대신 그들은 무슨 일에 골몰하게 될까? 사실이든 아니든, 온당하든 온당하지 않든, MB 정부를 까고 그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부채질하는 것에 몰두하게 될 확률이 높다. 만만한 게 동네북이라면, MB가 바로 동네북이다.

  • 이런 경향은 이미 상당히 진행되어 왔다. 여기에는 나꼼수의 ‘기여’가 엄청나다. 애초부터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가카헌정’이라고 불렀다. 그들은 마침내 “가카새끼” 를 향한 투쟁에 나서면서 “쫄지마 씨바”라고 외쳐야 한다는 ‘복음’을 만들어냈다. 증오와 분노를 증폭한 것이다.

    이 증오와 분노는 이제 법정까지 번지고 있다. 세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이런 식으로 증폭시켜 나가면 조만간에 법정에서 판사를 향해 “판사새끼”라고 부르고, 연쇄살인범을 향해 “쫄지마 씨바”라고 격려하게 될 게다.

    증오와 분노의 증폭—이제 지긋지긋하다. 차라리 집에서 “아빠새끼”라는 호칭을 쓰는 편이 낫다. 세상을 맹목적으로 증오하고 세상에 대해 맹렬히 분노한다면, 세상에 태어나게 만든 존재—아빠는 당연히 “아빠새끼”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자기 손으로 정당정치를 망쳐버린 정치인들이, 세상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부추기고, 이 증오와 분노에 휩싸인 군중을 먹이 삼아 다시 권력을 누리는 것은 지독한 협잡질이다. 이런 협잡질이 ‘정치 공학’이라 불리는 시대가 되어 가고 있다.

    붕괴냐 부활이냐?

    과연 한국정치는 이대로 주저앉아 붕괴할 것인가? 혹은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부활할 것인가? 그렇다. 위기는 기회다. 이 위기 자체가 기회를 포함하고 있다. 어떤 기회인가?

    박근혜 비대위가 이끄는 한나라도 싫어하고, 종친초와 노빠가 이끄는 민통당도 싫어하는 유권자와 후보가 엄청나게 많이 존재한다는 점이 기회이다.  이들이 ‘제3의 대지’에 모여야 한다. 단, 일정한 목표와 가치를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 어떤 원칙과 가치인가?

    그 목표는 ‘평화’이며 ‘생명’이어야 한다. 세대, 이념, 지역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는 것—평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또한 ‘우리 생명이 번영하는 길’을 지키고 확장하는 것—생명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과연 어떠한 가치가, 세대, 이념, 지역 사이의 갈등을 극복하고 생명이 번영하는 길을 찾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세 가지이다. 대한민국, 존엄한 개인, 열린 세계가 바로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한다.

    첫째, 대한민국을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 인정하는 태도이다. 이는 곧 “북한은 죽음이 지배하는 전체주의 폐허이다”라는 진실을 직시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 통일에 관한 믿음과 비전을 가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 “한반도 전체를 ‘생명이 숨쉬고 벋어가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열정을 뜻한다.

    둘째,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이는 곧 개인의 재산, 생명, 행복에 대한  존중이다. 이는 곧 개인의 창의, 노력, 모험에 대한 존중이다. 이는 곧 개인이 발견한 진실에 관한 존중이다. 이는 곧 떼, 패거리, 집단에 대한 개인의 경계심과 독립성에 대한 존중이다.

    셋째, 세계의 개방성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이는 곧 세계화에 대한 존중이다. 이는 곧 “세계시장 질서가 쉼 없이 발전해 가고 있다”는 믿음이다. 이는 곧 세계화와 세계시장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지혜에 관한 신뢰이다.

    대한민국, 존엄한 개인, 열린 세계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가치가 아니다. 선배 세대의 희생, 땀, 눈물, 피로 60여년 동안 다져진 가치이다.
    소련이 만든 북쪽 체제에 대항하는 대한민국의 수립, 정든 고향을 버리고 남쪽으로 내려온 4백만 명의 선택, 비참한 희생을 치르면서 막아낸 6.25, 세계 최빈국이면서도 국격을 세우기 위해 단행되었던 반공포로 석방, 불교 정화, 경제수역(평화선) 방어, 미국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여 만들어 낸 한미상호방위조약, 전쟁이 끝난 지 불과 7년 만에 일으킨 4.19의거,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눈부신 경제발전,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수준을 단번에 최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낸 80년대의 민주항쟁….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다져지고 또 다져진 가치가 바로 대한민국, 존엄한 개인, 열린 세계라는 3개의 가치이다.

    이제 이 가치는 감히 머릿수(다수결)로 흔들어서도 안 되고 흔들리지도 않는, 공동체의 굳건한 가치가 되었다. 공화(共和) 가치가 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느새 훌쩍 성장해서 이미 공화국이 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 자신이 이를 실감하지 못 했을 뿐이다.

    공화가치 안에서는 가짜진보도 자칭보수도 모두 빛을 잃고 만다. 애초부처 그랬다.
    예를 들어 민주당의 원조인 조병옥은 해방 후 가장 보수적인 인사였다. 그런가 하면 박정희의 수출주도 경제개발 정책은 가장 진보적인 정책이었다. 참된 진보, 참된 보수라면, 생명의 길을 지키고 확장하는 데에 구별이 있을 리 없다.

    흔히 보수주의 정치 사상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18세기 말 영국 정치인 중에 가장 진보적인 인물이었다. 왕권을 축소했고, 왕실재정과 국가재정을 분리했고, 정당정치를 만들었고, 미국(당시 영국의 식민지)의 획기적 자치권을 옹호했다.  

    박근혜 비대위가 이끄는 한나라나, 종친초 및 노빠가 이끄는 민통당을 싫어하는 유권자와 후보자들이 이 공화가치를 중심으로 제3지대를 개척할 때 대한민국 정치가 부활하게 된다. 그때 한나라와 민통당 역시 새로운 가치 정당으로 거듭나게 될 자극을 받게 된다.

    세발 솥이 굳건히 땅을 딛고 선 형상—3정립(鼎立)의 정치지형에서 한국 정치는 힘차게 부활할 것이다. 


  • 박성현 저술가.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현재는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웹사이트 : www.bangmo.net
    이메일 : bangmo@gmail.com
    페이스북 : www.facebook.com/bangmo77


    [편집자주] 관련 내용이 인터넷 토크쇼 <저격수다> 제 14 화에 들어있습니다.

    ☞  ⑭ 초특급 정치 태풍이 몰려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