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디도스만큼이나 뻔뻔스럽고 치명적인 독성을 품고 있는 것들..
  • 대학생들이 디도스에 대해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디도스 사건은 국가 기본 질서에 대한 테러이며 대한민국 국격을 해치는 행위이다. 철저히 수사하라”는 것이 성명의 요지이다. 좋다. ‘국가 기본 질서’라는 개념도 좋고 ‘대한민국의 국격’이라는 이야기도 좋다. 대한민국을 하나의 소중한 터전으로 받아들이는 그 태도가 듬직하다.

    그러나 한가지 눈살 찌푸리지 않을 수 없는 점이 있다. 디도스가 터진 이번 서울 시장 선거를 전후해서 디도스 공격만큼이나 뻔뻔스럽고 부도덕한 작태가 여러 개 있었음에도 이들 대학생 시국 선언에는 오직 디도스 하나만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대학생들이 어른 뺨칠만큼 정파적인 것일까?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세력에 유리하냐 불리하냐는 정파성만 중요할 뿐이다”라는 사악한 사고방식이 '이 푸릇푸릇한 젊은이들의 영혼'을 장악하고 있는 것일까?

    디도스만 있던 게 아니다. 곽도스, 정도스, 박도스, 트도스도 있었다. 이 하나하나는 모두 디도스만큼이나 뻔뻔스럽고 치명적인 독성을 품고 있는 것들이다. 찬찬히 살펴 보자.


    첫째
    곽노현의 뇌물 사건.

    곽노현이 후보자를 매수해서 주저앉힌 것은 선거제도 자체를 우롱한 일이다. 더욱이 교육감 선거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 우리를 절망하도록 만든다. 도덕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주장해온 좌파 교육계가 대한민국 선거제도 자체를 뇌물판으로 만든 게다.
    나아가, 자신의 뇌물 제공 행위에 대해 “착 뜻으로 한 착한 행위”라고 뻔뻔스럽게 변명했다. 더 흉측한 일은 뇌물대상인 박명기에 대해 “자살할 것 같아 돈을 주었다”라고 치명적인 모욕을 가했다. 박명기가 자살할 지경에 이른 불쌍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2억원을 동냥해 주었다는 소리이다.

    연민과 자선은, 이를 떠벌이는 순간 그 대상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구역질나는 행위이다. 더욱이 뇌물제공을 변명하기 위해 연민과 자선을 내세우는 행위는 더할 수없이 사악한 짓이다. 이 경멸스럽고 사악한 위선은 어디를 겨냥한 것인가? 대한민국 선거제도와 유권자를 겨냥한 것 아닌가? 곽노현은 바로 선거 제도 그 자체와 유권자에 대해 경멸과 패악을 퍼부은 것 아닌가? 이는 디도스보다 더 디도스다운 짓이다. 나는 이를 곽도스라 부른다.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에는 디도스 뿐 아니라 반드시 곽도스도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둘째
    정봉주의 ‘1억 피부과’ 루머 사건.

    인터넷의 루머는 순간적으로 퍼진다. “나경원이가 1억 피부과를 다녔다” 라는 정봉주의 주장은 순식간에 인터넷 공간을 휩쓸었다. 나경원은 순진한 탓인지, 멍청한 탓인지, 혹은 모성이 강한 탓인지, 그 진상을 무려 48 시간 동안 밝히지 않았다.
    루머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후에야 “다운 증후군을 앓는 딸아이 피부치료 때문에 다녔으며 그 금액은 오백만원이었다”고 밝혔다. 다운증훈군 장애자는 ‘걸어다니는 피부과 종합 병동’이다. 피부노화, 청단증, 얼룩이, 아토피 등 온갖 피부질환이 끊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봉주는 나경원이 속내를 밝힌 다음에도 계속 애초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이는 막가파 행패이다. 어차피 선거법위반으로 재판을 받아 1,2 심에서 유죄선고를 받았으니까 더 잃을 게 없다는 식의 행태이다.

    이 행패는 무엇을 겨냥하고 있었을까? 바로 대한민국 선거제도와 유권자를 겨냥한 것 아닌가?

    이는 디도스보다 더 디도스다운 짓이다. 나는 이를 정도스라 부른다. 대학생들의 시국 선언에는 디도스 뿐 아니라 반드시 정도스도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셋째 박원순 선거캠프의 선거당일 기자회견.

    선거법 상 선거 당일의 기자회견은 치명적인 불법행위이다. 그런데 박원순 캠프는 당일 오후 4시 경에 기자회견을 해서 지지자들에게 투표를 호소했다.
    한마디로 “그래, 우리는 선거법 위반했다. 어쩔래?”라는 무력행사이다. 어떤 무력이냐고? 나중에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선고를 받아 시장직에서 물러나게 되면 그 때 가서 한판 붙자는 소리이다. 고의로 선거법을 당당하게(?) 어기는 이 그악스런 행위는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가? 바로 대한민국 선거제도와 유권자를 겨냥한 것 아닌가?

    이는 디도스보다 더 디도스다운 짓이다. 나는 이를 박도스라 부른다. 대학생들의 시국 선언에는 디도스 뿐 아니라 반드시 박도스도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넷째 서울시장 선거가 한참일 때 선관위의 트윗계정이 폭파되었다.

    특정 계정을 타겟으로 삼아 수백명의 트윗사용자가 미리 계획을 짜서 동시간대에 스팸블록을 걸면 계정이 정지된다. 이를 ‘떼블록에 의한 계정폭파’라고 부른다. 선관위 계정이 폭파되고 나자 이런 트윗 메시지들이 알티(RT)되어 돌아 다녔다.

    “ㅋㅋ 선관위 계정이 떼블록으로 폭파되었습니다. ㅋㅋ 웃기죠?”

    대한민국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제도 홍보를 위해 운영하는 트윗 계정을 폭파하는 집단 테러행위 뿐 아니라, 이 테러를 즐기는 철딱서니 없는 행위는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가? 바로  대한민국 선거제도와 유권자를 겨냥한 것 아닌가?

    이는 디도스보다 더 디도스다운 짓이다. 나는 이를 트도스라 부른다. 대학생들의 시국 선언에는 디도스 뿐 아니라 반드시 트도스도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아,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학생 시국선언에는 곽도스, 정도스, 박도스, 트도스는 아예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들의 눈에는 , , , 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게다. 오직 ‘그들’의 디도스만 문제될 뿐이다.

    “우리 편의 행위는 아무리 사악해도 정당한 것”이라는 사고방식이다. 이는 '끔직하게 병들어 있는 영혼, 황폐한 자아(self)의 징표'이다.


    영혼과 자아는 공짜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질 때에만 건강하게 숨쉬고 성장할 수 있다. “진실이냐 아니냐?”에 비추어 자기 자신의 편견과 이해관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와 배짱이 바로 '영혼과 자아의 양식'이다. 이 용기와 배짱을 ‘머리의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이라고 부른다.

  • 영화 아바타를 예로 들어 보자.

    머리의 정직성’이 없었다면, 진실에 대한 존중심이 없었다면,  ‘꼬리달린 종족’을 존엄한 생명체로서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을까? 그냥 아무런 느낌없이 마구 학살했지 않았을까?


    나는 대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한다고 하길래 빌고 또 빌었다.

    “그래. 잘한다. 이참에 디도스 배후를 시원하게 밝히라고 강하게 요구해라! 또한 디도스 뿐 아니라, 곽도스, 정도스, 박도스, 트도스도 모두 강력히 규탄해라! 그래야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독립적이고 당당한 존재가 된다”라고.


    아, 그러나 이들의 시국선언은 정파성에 찌들고 말았다.

    이들은 디도스만 읊조릴 뿐 , , , 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이미 진실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 게다.

    그래. 좋다. 젊은 시절 한 때는 진실을 경멸하는 싸가지 없는 인종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인생은 길다. 살다 보면 진실이 왜 소중한지 깨닫게 될 게다. 영혼과 자아가 오직 ‘진실에 대한 존중심’만을 의지해서 숨쉬고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게다.  그 때를 위해서 오늘 젊은이들에게 끔직한 진실---진실을 경멸하고 조롱하는 다섯 가지 태도에 관한 진실—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첫째 마르크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오직 프롤레타리아트의 눈에만 보인다.”


    둘째 레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오직 당의 눈에만 보인다.”


    셋째 스탈린.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에 유리한 것이 진실이다.”


    넷째 김일성.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오직 수령의 눈에만 보인다.”


    다섯째 좌파 포스트모더니즘.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존재한다고 해도 알 도리가 없다. 떼를 이루어 촛불을 들고 사회 시스템을 공격하는 것—이 집단적 황홀만이 중요할 뿐이다.”


    진실을 경멸하고 조롱하는 젊은이들에게 권한다.

    제발 위 다섯 가지 관점 중 어느 하나에만 죽자사자 매달리라고. 제발 뒤죽박죽으로 뒤섞지 말라고. 하나에만 매달릴 때 나중에라도 돌고 돌아 크게 깨우쳐 전향할 수 있다고. 여러 관점을 음탕한 잡탕으로 뒤섞어 들이키면 영혼 자체가 소멸해 버린다고.


    아, 그러나 이미 다섯 가지 관점은 음탕한 잡탕 칵테일로 뒤섞여 버리고 말았다.

    종친초(종북세력-친북세력-촛불군중 복합체)가 바로 그 칵테일의 이름이다.
    이른바 ‘진보’ 진영의 어른 세대는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아무런 사상적 순수성, 일관성이 없는 음탕한 잡탕 칵테일을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마구 들이부어 마시게 한 것 아닌가!


  • 박성현 저술가.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현재는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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