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유죄 확정 이상훈 대법관은 광주출신 호남 법조인맥 좌장이광재 유죄 확정 박시환 대법관은 대표적 '노의 남자'
  • ▲ 정봉주 전 의원이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2011.12.22
    ▲ 정봉주 전 의원이 대법원을 떠나고 있다. 2011.12.22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정치적 생명을 사실상 끝낸 22일 대법원 판결.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옷을 벗긴 지난 1월 27일 대법원 판결.

    2011년 연초와 연말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두 최종심 선고를 둘러싸고 비슷한 정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두 판결을 내린 주심 대법관은 진보 세력이거나 호남지역 출신 인사. 때문에 야권은 판결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지만 물거품이 되면서 극도의 실망감에 휩싸이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2일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정 전 의원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징역형이 확정된 정 전 의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돼 내년 4월 총선에도 나설 수 없게 됐다.

    눈길을 끄는 점은 주심을 맡은 이상훈 대법관의 출신배경. 이 대법관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일고를 졸업한 사법부 호남인맥의 좌장이다.

    때문에 호남이라는 정치적 배경에 내심 기대를 걸었던 야권과 정 전 의원 지지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대법원 상고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될 때도 비슷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당시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광재 강원도지사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1,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 지사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정치자금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취임 7개월 만에 도지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날 상고심에서 당선 무효형 확정 못지 않게 관심을 끈 것은 주심인 박시환 대법관과 이광재 지사간의 관계다.

    이광재 지사는 대표적인 참여정부맨, 노무현 맨이다. 박 대법관도 참여 정부시절 날개를 단 진보 성향의 인물이다. 결국 ‘노의 남자’가 ‘노의 남자’의 지사직을 뗀 격이 됐다. 

    박시환 대법관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파격적으로 발탁한 인물.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 법대를 졸업한 박 대법관은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대표적인 진보법관 답게 대법원에서도 소수의견을 자주 냈다.

    또한 박 대법관은 1980년대 5공 시절 ‘법관 인사파동’과 1993년 ‘3차 사법파동’에 각각 주도적으로 참가해 법원 개혁의 목소리를 높였다.

    2003년 8월 당시 대법관 인사를 비판하며 법원을 떠난 박 대법관은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대리인으로 참여한데 이어 이듬해 11월 대법관으로 임명돼 화려하게 사법부에 복귀했다.

    한편 대법원의 실형 확정 판결로 1년간 옥살이를 하게 된 정 전 의원은 22일 오후 5시로 예정된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