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이란-시리아-헤즈볼라-테러조직 연결고리이란의 패시브 레이더 보유 유무 확인이 최고 관건
  • 지난 4일 이란 관영방송 <알 알람>과 관영통신 <IRNA>가 “이란 동부를 침범한 미군의 무인기(UAV: Unmaned Air Vehicle)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는 이 무인기가 미국의 최신 무인정찰기 RQ-170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란이 가진 ‘나쁜 커넥션’ 때문이다.

    이란 관영 언론 ‘RQ-170 확보했다’ 주장

    ‘알 알람’은 4일 익명의 군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군이 (동쪽 영공을) 침범한 미군 무인기 RQ-170을 동부 지역에서 격추했다. 동체가 심하게 파손되지는 않은 상태로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관영 언론들은 이어 “미국의 영공 침범에 대해 보복을 가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의 주장에 미국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이란이 (미군의) 무인기를 쏘아 떨어뜨렸다는 증거는 절대로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주둔 국제안보지원군(ISAF)이 미국의 반박을 뒤집었다. 4일(현지시간) ISAF 대변인은 “이란이 자국 동부지역 영공을 침범해 격추했다고 주장하는 무인 정찰기가 미국 항공기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 한 이란 언론의 보도. 이란 정부는 RQ-170을 큰 손상없이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 한 이란 언론의 보도. 이란 정부는 RQ-170을 큰 손상없이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ISAF는 성명에서 "이란 측이 언급한 무인항공기(UAV)가 지난 주말 아프간 서부 상공에서 임무 수행을 하던 미군의 무인 정찰기일 수도 있다. 문제의 UAV는 조종자가 통제력을 상실해 현재 소재를 파악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6일에는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4일 이란 동쪽에 추락한 RQ-170 UAV는 수 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산다드 미군기지에서 이란을 감시하던 CIA의 스텔스 비행단 소속 무인기 중 한 대”라고 익명의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RQ-170 UAV가 美CIA 소속으로 이란 감시에서부터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 감시 같은 특별군사작전에도 활용됐다고 전했다.

    RQ-170 추락이 문제인 이유

    무인기 한 대가 추락한 것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RQ-170이 최첨단 스텔스 무인기라는 점, 다른 하나는 이란의 ‘나쁜 커넥션’ 때문이다.

    이란이 ‘확보’했다는 RQ-170은 아프가니스탄 美공군기지에서 처음 발견돼 ‘칸다하르의 야수(Beast of Kandahar)’로만 알려졌다. 정식 명칭은 RQ-170 센티넬(Sentinel). 2009년 12월 4일에야 미군이 “개발 중”이라며 그 실체를 인정했을 정도로 기밀사항이다.

    RQ-170 센티넬은 B-2 폭격기의 축소판이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TF34엔진이나는 계열엔진 하나를 기체 내부에 수납하고 있다. 날개폭은 19.8m이며, 15㎞ 이상 고도에서 20시간 이상 체공할 수 있다고 한다.

    거대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기체를 식별하기 매우 어렵다고 한다. 보안문제로 주로 야간에 임무를 수행한다고 알려졌다. 주야간이나 악천후에 관계없이 정찰이 가능한 각종 감지센서를 장착하고 있으며 막강한 전자전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 ▲ 활주로에서 대기 중인 RQ-170의 모습. B-2 스피리트 폭격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 활주로에서 대기 중인 RQ-170의 모습. B-2 스피리트 폭격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2009년 12월 12일 북한 무기를 밀수하던 수송기를 적발, 태국 공항에 강제착륙 하도록 전자기기를 조작한 것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임을 미군이 알게 된 것도 이 정찰기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미군은 RQ-170의 성능이 이미 공개된 UAV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런 엄청난 무기를 이란이 확보했다고 당장 자기네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난 3일 <미국의 소리 방송(VOA)> 보도까지 종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일 <VOA>는 美의회의 의회조사국(CRS)이 발표한 '이란: 미국의 우려와 정책 대안'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이란에 제공한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기술 등이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의 테러 조직 '헤즈볼라(Hezbollah)'로 흘러들었다”고 보도했다.

    中·北-이란-시리아-헤즈볼라-테러집단 ‘커넥션’?

    <VOA>는 “CRS보고서는 2006년 4월 이스라엘군의 아모스 야들린 정보국장의 발언,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등을 인용해 이란이 소형 핵탄두 개발을 추진 중이라는 우려가 있으며, 북한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BM-25 미사일(일명 무수단 미사일)을 이란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VOA>는 “CRS보고서는 작년 4월 美정부가 시리아가 스커드 미사일을 헤즈볼라에 넘겨줬다는 보도가 나오자 미국 주재 시리아 대사를 소환한 점, 이란이 지난 6월 말 시리아에 정교한 레이더를 지원한 사실 등 이란과 시리아 사이의 무기 이전 사례를 그 증거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CRS보고서가 언급한 '헤즈볼라'는 중동 최대의 테러단체이자 레바논의 정당이다. '헤즈볼라'는 1983년 호메이니의 반서방 이슬람 원리주의에 영향을 받아 레바논 남부에서 결성됐다. 헤즈볼라는 전(全)중동을 이슬람 공동체로 통일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하마스(Hamas)와 함께 서방국가의 개인·정부기관·민족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질렀다.

    1983년 10월 23일 헤즈볼라 자살 특공대는 약 6톤의 폭약을 실은 트럭을 몰고 베이루트에 있던 美해병대 사령부 건물에 자살공격을 감행, 미군 241명을 살해했다. 1992년 3월 17일에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 이스라엘 대사관을 자살트럭으로 공격해 29명을 살해하고, 242명의 무고한 민간인에게 부상을 입혔다.

  • ▲ 헤즈볼라는 1983년 10월 23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美해병기지에 자살공격을 감행했다. 이 테러로 미군 241명이 숨졌다.
    ▲ 헤즈볼라는 1983년 10월 23일 레바논 베이루트의 美해병기지에 자살공격을 감행했다. 이 테러로 미군 241명이 숨졌다.

    헤즈볼라는 이후 이스라엘과 민간시설,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킨 적은 없다. 헤즈볼라가 이란 정보기관의 배후 조종을 받는다는 점도 문제다. 헤즈볼라는 반서방주의, 이슬람 근본주의 성격이 강해 다른 테러조직들과의 교류도 빈번하다.

    이런 헤즈볼라의 특징과 <VOA>가 인용한 美CRS의 보고서, 전직 KGB요원과 일본 언론, 러시아 저널리스트 안드레이 솔다토프 등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란은 중국과 북한으로부터 무기 기술을 제공받고, 이를 다시 시리아 등을 거쳐 테러집단에 제공하는 ‘커넥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란의 말 믿을 수 없다’ vs. ‘조심해야 한다’

    한편 세계 각국은 이란 관영 언론의 보도를 놓고 사실인지 아닌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조금 더 우세하다.

    지난 4일 알 알람, IRNA 등 이란 관영 언론은 RQ-170의 ‘확보’ 소식은 전했지만, 구체적인 추락 시점과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이란군이 확보했다는 ‘기체’의 사진도 제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런 점을 근거로 ‘이란 정부가 자국민의 단합을 위해 선전전을 펼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일각에서는 이란이 ‘나쁜 커넥션’을 통해 중국이 이라크로부터 수입한 ‘타마라 패시브 레이더’나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라모나 패시브 레이더’를 수입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나아가 이란의 ‘나쁜 커넥션’을 통해 RQ-170의 기술이 새나가기 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란이 엄청난 전자전 능력을 가진 RQ-170을 진짜 ‘확보’했다면 ‘원유’를 내세워 북한이나 중국에 ‘라모나 레이더-S300 대공미사일’ 방어체계와 RQ-170 UAV 기체의 교환(Swap)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2005년 8월 1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회담을 갖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란 정보국의 조종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출처:이란 관영통신 IRNA]
    ▲ 2005년 8월 1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회담을 갖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란 정보국의 조종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진출처:이란 관영통신 IRNA]

    이 경우 우리나라는 물론 이란 핵개발을 저지하려는 미국과 이스라엘까지 위험해진다. RQ-170에 사용한 스텔스 기술은 F-X 3차 사업의 유력 후보기종인 F-35 전투기도 쓴다. 때문에 이란이 RQ-170을 진짜 확보했는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최근 미국과 EU 등 서방국가들이 이란의 핵 개발 중단을 요구하며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를 추진하자 이란은 ‘세계 유가가 배럴당 25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것’이라고 협박하며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개발을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설 수도 있음을 밝혔다. RQ-170 추락 여부가 사실인가에 세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