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안 추진 미국 "매우 실망스럽다"
  • 지난 14일부터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렸던 제4차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평가회의가 25일(현지시간) 성과없이 종료됐다.

    이에 따라 미국이 추진한 집속탄(일명 확산탄) 사용에 관한 새 의정서 채택은 무산됐다.

    미국은 집속탄을 전면 금지한 `집속탄금지협약'(CCM : 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 일명 오슬로협약)과는 별개로,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 안에 1980년 이후에 생산된 불발률 1% 미만의 집속탄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6의정서를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미국은 실제 집속탄을 보유한 대다수 국가들이 오슬로협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에 제한적 규정을 두는 것이 낫다며 이번 의정서를 제안했다.

    그러나 114개에 달하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 가입국들의 입장이 엇갈린데다, 미국이 제안한 의정서가 지난해 8월 발효된 오슬로협약을 크게 후퇴시킨다는 인권단체들의 거센 반대가 맞물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주 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 관계자는 "차기 회의 일정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아서 당분간 집속탄 문제를 놓고 회의가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속탄 퇴출운동 단체인 집속탄금지연합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등은 이날 유엔 유럽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불발률 1% 미만의 집속탄만을 사용하게 하자며 새 협약안을 제출했지만, 이는 발효 1년 밖에 안된 오슬로협약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라며 "실제 전장에서의 불발률은 실험때보다 훨씬 높다"고 비판했다.

    오슬로협약 당사국은 66개국이며, 우리나라는 비당사국이다.

    회의 종료 후 주 제네바 미국 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집속탄에 관한 제6의정서 채택이 실패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지난 4년간 진행된 협상은 전세계 집속탄의 85~90%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생산국 및 사용국들을 합법적인 제한과 구제에 묶어둘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고 밝혔다.

    미국 대표부는 합의 실패에 따라 "미국은 오는 2018년까지 불발률 1% 이상인 집속탄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자발적인 정책을 계속 실행해나갈 것이며, 다른 나라들에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기로 투하하는 집속탄은 낙하 중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수백 개의 자탄(子彈)을 넓은 장소에 뿌리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한꺼번에 축구장 2~3개의 면적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무기다.

    특히 불발탄이 남는 경우 화려한 색깔과 장난감같은 외양때문에 아이들이 만지다 폭발하는 사고가 빈발, 무고한 민간인의 피해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집속탄금지연합 등에 따르면 미국이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사용한 집속탄의 불발률은 30%에 달했고, 이스라엘이 2006년 레바논에서 사용한 집속탄의 불량률은 10%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