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국회의원 동호회 혹은 특정 대권 후보를 위한 봉사조직민주당, 종친초(종북-친북-촛불군중) 연합세력에 납작 엎드린 채 코 꿰어정당정치, 책임성-역동성 모두 상실..무책임-무기력-무원칙-무가치 상태로 타락
  • 우리 사회의 정당정치는 깊게 타락해 왔다. 정당이 국가적 아젠다를 정의하고 국민을 설득해서 이를 관철시키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존재가 된지 오래이다.

    우선 한나라를 보자.
    세종시만 해도 그렇다.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기 위한 아무 사전 준비 없이 정운찬총리가 돌출적으로 ‘세종시 이전 폐기’ 카드를 꺼냈다. 한나라는 팔짱을 끼고 방치했다.
    서울 8.24 주민투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려 80만명의 서명이 쌓이도록 한나라는 아무런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 지역구만 움직였을 뿐이다. 법정 홍보 기간에 접어들자 싱대편은 '나쁜 투표 착한 거부'라는 플래카드로 시내를 온통 도배했지만, 한나라는 일주일 이상 지나서야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서울 10.26 재보선도 그랬다. 일부 지역구에서만 발을 동동 구르며 뛰었을 뿐,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나경원이 당선되는 것이 박근혜에게 유리한 일인가 불리한 일인가?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받는 데에 유리한 일인가 불리한 일인가?'라는 속좁은 계산속만 분주하게 돌렸었다.

    한마디로 지난 4년 동안 한나라는 집권여당이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감과 역동성이란 조금도 보인 바 없다. 무책임과 무기력만 존재했을 뿐이다. 집권 여당이 아니라, 국회의원 동호회 혹은 특정 대권 후보를 위한 봉사조직으로 타락했다.

    민주당은 다른 방식으로 타락했다. 60여년 전 한민당까지 뿌리가 올라가는 정통 세력이 종친초(종북-친북-촛불군중) 연합세력 앞에 납작 엎드린 채 코가 꿰어 질질 끌려가고 있을 뿐 뿐이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 때 국민들의 패닉을 부채질하는 데에 앞장서기 시작한 이후 2010년 천안함 폭침 때에는 열심히 루머를 퍼뜨렸다. 나아가 국회에서는 ‘북한 전체주의 집단의 참혹한 학살행위를 법률적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핵심 내용인 북한인권법안을 좌초시켰다. 이에 대해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나의 의정활동 중에 가장 잘 한 일이 바로 북한인권법안을 좌초시킨 것”이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는 민민전(민노당-민노총-전교조) 세력에게 교육감 선거를 모두 넘겨주었다. 2011년 4.27재보선에서는 연합공천이란 이름 아래 여수-순천 지역마저 민노당에게 내주었다. 한진중공업과 반값등록금 이슈에 관해서는 도저히 책임 정당이라고 보아 줄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한진중공업 앞에 깔판을 깔고 앉았고, 손학규 당대표는 민노총 집회에 나가 “여러분이 원한다면 저의 혓바닥, 팔다리를 모두 잘라드리겠습니다”라고 애걸복걸했다. 급기야 이번 FTA에 관해서는 촛불군중에게 “국회를 포위해서 접수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하기에 이르렀다. 스스로 정당정치, 책임정치를 포기하고 종친초 앞에 가서 납작 엎드린 셈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정당정치는 책임성(accountability)과 역동성(robustness)을 모두 상실한 채 무책임, 무기력, 무원칙, 무가치 상태로 타락한 것이다. 이같이 추악한 상태에 이른 정당정치에 대해 국민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 반발이 안철수 신드롬이다. 안철수가 과연 이 같은 국민의 갈증을 제대로 해소할 수 있는 정치인지 아닌지는 검증된 바 없지만, 일단 국민은 안철수라는 상징을 통해 자신의 갈망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이같이 추잡하게 타락한 정당정치가 한미FTA라는 국가적 아젠다를 온전히 다룰 수 있을까? 없다. 한미FTA는 타락의 극에 이른 기존 정치판을 산산이 깨부수는 수퍼 망치이다.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한미FTA가 통과되든 통과되지 않든, 거대한 변화를 겪을 수 밖에 없다. 노무현대통령이 생전에 이루었던 가장 커다란 업적인 한미FTA가 원칙도 밸도 없는 상태로 타락한 기존 정당정치를 어마어마한 무게로 덮쳐 눌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 무게에 깔려 오징어포처럼 납작하게 찌부러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마땅히, 당당하고 좀 더 신속하게 한미FTA를 표결처리 했어야 되었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의원들이 재협상을 전제로 ‘합의’ 운운하며 멈칫거림으로써 지난 4년간 한나라를 지배해온 마비증상을 고스란히 다시 노출시켰다. 세종시, 8.24주민투표, 10.26 서울시장재보선에서 보여주었던 무기력과 무책임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반복되었다. 한나라 지지층은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넌더리를 냈다. 또한 당 안의 일각에서도 자괴감과 울분이 더 이상 억제할 수 없는 수준까지 차올랐다. 마비되어 있는 거대한 공룡—한나라당의 이 같은 상황은 이제 더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 왔다.

    민주당은 한미FTA 온건파/찬성파들이 숙청대상으로 규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송영길, 안희정, 박영준 같은 광역단체장들, 김성곤, 강봉균 같은 국회의원들이 살생부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특히 민주당과 혁통(혁신과통합)이 통합되고 나면 이들은 해당분자로 낙인찍혀 따돌림당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한미FTA는, 안철수 신드롬으로 불거져 나온 기존 정당의 취약성을 엄청난 강도로  증폭시키고 있다. ‘한미FTA 처리’라는 국가적 아젠다가 기존 정당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화산이 되었다. 노무현대통령이 자신의 정치기반을 모두 희생시켜서 남긴 최대의 업적인 한미FTA가, 이제 한국 정치판에 대해 이렇게 외치고 있는 셈이다.

    “나를 통과시키고 깨져나갈래? 아니면 나를 통과시키지 못하고 깔려 죽을래?”

    <명 푼수다>에서는 지금 이 칼럼의 주제를 놓고 수다를 늘어 놓았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에서 들어보시길 바란다.

     

    <명 푼수다> 제 ⑦ 화 FTA, 정치판을 깨부수고 있다


  • 박성현 저술가.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현재는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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