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지지자 트위터 투표 독려로 승리할 것"여권도 결집 중, 결과는 '예측 불가'
  • 26일 오전 8시쯤의 모습이다. 한창 초반 투표율이 속속 보도되는 시점에 트위터에 글이 올라와 리트윗 되기 시작한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유홍준 명지대 교수가 “투표 했습니다”는 말과 함께 투표 인증샷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다.

    출근 전 뉴스로 이 장면을 확인한 젊은 직장인들은 바쁜 걸음에도 짬을 내 투표소를 찾는다. 안-유 교수는 특히 30~40대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20~30대 층에게 인기가 많은 공지영 작가나 조국 서울대 교수가 투표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는 시기는 10~11시 사이가 적당하다. 투표율이 점점 오르기 시작하는 오후가 되면 연예인 김제동 씨와 김여진 씨가 여기에 가세한다.

    오전에 올라온 안 교수 등의 투표 인증샷과 함께 박원순 멘토단의 트윗 인증샷들은 점점 온라인 화제가 되면서 ‘퇴근길 투표 러쉬(직장인들이 퇴근하면서 투표장을 찾는 현상)’가 이뤄진다. [가상 시나리오]

  • TV 방송토론에서 만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악수를 나누는 모습. ⓒ 자료사진
    ▲ TV 방송토론에서 만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악수를 나누는 모습. ⓒ 자료사진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기대하는 26일 투표 당일 시나리오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박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초박빙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남은 최대 분수령은 결국 투표율로 귀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표율 45% 이상은 박 후보가, 이하는 나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투표하겠다고 답하는 응답자는 대략 60% 내외. 전문가들은 실제 투표율은 통상적으로 조사 때보다 약 20% 정도 낮게 형성되는 것을 제시하면 40% 중-후반대로 예측하고 있다.

    “3%면 이기고 7%면 진다.” 나 후보 측에서 조심스럽게 내놓는 전망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다가 실제 투표장에서 표를 던지는 ‘숨은 표’의 크기가 얼마나 되느냐가 당락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숨은 표는 결국 투표율에 따라 좌우된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나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에게 다소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4.27 재보선 '투표 인증샷'ⓒ연합뉴스
    ▲ 4.27 재보선 '투표 인증샷'ⓒ연합뉴스

    한나라당은 이미 숨은 표에 크게 혼쭐이 난 적이 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한명숙 후보에게 10~20%포인트 앞섰지만, 최종 결과는 0.6%포인트로 겨우 이겼다.

    반면 박 후보 측은 한나라당이라는 든든한 조직을 뚫기 위해서는 이 숨은 표가 폭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나 후보)지지율이 박빙으로 따라 붙을 것은 이미 예측하고 있었다. 박빙이라는 것은 결국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것. 선거 당일 투표 참여 바람만 불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이미 예상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 민주당과 민노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후보 경선에서도 선거 당일 투표 독려 운동으로 재미를 봤다.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경선에서 박 후보는 오전 민주당의 강세 중에서도 조국 교수와 공지영 작가 등 박 후보 지지자들은 투표를 한 뒤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렸다.

    결과는 오후 들어 젊은 층의 투표 참여가 급격하게 늘면서 결국 박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실제로 박 후보와 관련된 트윗은 평소 1만건 안팎을 유지하다가 경선 당일 2만642건으로 껑충 뛰었다.

    이종구 한나라당 서울시당위원장도 “최근 여러 선거 결과는 야당의 숨은 표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며 야당 성향 숨은 표의 막판 결집을 경계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선 나 후보 쪽도 숨은 표가 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결집된 보수의 표다. 선거 초반 안철수 열풍에 일부 여당 성향 지지자가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나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박 후보에 관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면서 여권 지지층도 결집하고 있고,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경험했던 숨은 표의 무서움을 한나라당 지지자들도 답습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침묵하고 있는 유권자들의 최종 선택이 승패를 결정 지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