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 '판사와 변호사' “뚫느냐 막느냐”지지율 박빙...커튼 치워진 무대서 여론잡아야
  •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 나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공방이 치열하다. 지지율 격차가 가시권 내로 좁혀짐에 따라 양 측은 TV토론에서 우세를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 나선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공방이 치열하다. 지지율 격차가 가시권 내로 좁혀짐에 따라 양 측은 TV토론에서 우세를 선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치열하다. 한 사람은 어떻게든 뚫으려하고 다른 한 사람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한다.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모습이다.

    마치 이들의 지난 이력을 그대로 가져다 놓은 듯하다. 판사였던 나 후보는 불거져 나온 박 후보의 ‘치부’에 유죄를 적용하려 하고, 변호사였던 박 후보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라 주장하고 있다.

    선제공격을 시작한 나 후보 측은 드러난 의혹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 반면 수세적 입장인 박 후보 측은 나 후보의 공격을 ‘네거티브’로 몰아가겠다는 전략이다. 재판정에서의 싸움이야 증거에 입각한 ‘법의 잣대’를 갖다 대겠지만, 선거판에서는 여론이 곧 ‘법’이다.

    때문에 이 같은 양 측의 공방은 결국 앞으로 계속 이어질 TV토론에서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10일 오전 열린 관훈토론회를 시작으로 같은 날 저녁 8시 45분 SBS 특집토론이 이어진다. 또 11일 밤 10시에는 KBS에서, 13일에는 MBC 100분 토론에서 두 후보가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그동안은 조직과 조직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TV토론은 성격이 다르다. 후보 대 후보의 역량 싸움이다. 공격하는 쪽도 방어하는 쪽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양 측은 철저한 사실 관계 확인부터 상대방의 예상 공격·방어에 따른 몇 수를 내다보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나 후보와 박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지면서 양 측 모두 선거판 최대 분수령 TV토론을 앞두고 긴장된 모습이다.

    “창을 든 나경원 박원순의 방패 뚫을까?”

    TV토론의 예상 판세는 나 후보의 공세를 박 후보가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의 병역특혜 의혹과 마이너스 재산 의혹, 그리고 서울시정 정책 공약의 실현성 등이 주요 쟁점이다.

  •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나 후보와 박 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한 나 후보와 박 후보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 병역특혜 “(나의)부모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다”

    병역특혜 의혹은 박 후보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나 후보 측도 이 부분을 가장 끈질기게 파고들겠다는 생각이다.

    나 후보 측은 박 후보가 13세 때 얼굴도 모르는 작은 할아버지에게 양손 입적하고 이를 통해 형과 자신이 6개월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것을 두고 ‘고의적 병역 기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양손 입적이) 13세 때 일이었는데 당시엔 아무것도 몰랐다. 일제시대에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에 가신 작은할아버지의 제사를 대신 지내도록 입적된 게 아닌가 한다"고 해명하고 있다.

    문제는 박 후보의 부모가 당시 입영을 앞둔 형을 위해 박 후보의 호적을 옮긴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여기에 박 후보가 성인이 된 뒤 이를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고 그대로 보충역으로 병역을 이행했다는 것은 쉽게 빠져나가기 힘든 부분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시골에서 대가 끊기는 경우가 있으면 양자 가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만 설명할 뿐,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천안함 폭침·낙선운동’ 안보관 문제없나?

    박 후보가 좌파 시민운동을 하면서 벌인 ‘낙선 운동’의 정당성과 박 후보가 상임집행위원장을 지낸 참여연대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서신을 유엔에 보낸 것도 논란이 중심에 서있다.

  • 나 후보 측은 “공개적인 정부 발표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반정부적 인물이 서울시장 자격이 있느냐”고 공세를 취할 계획이다.

    특히 유엔에 서명을 보낸 참여연대 당시 지인들이 박 후보의 선거캠프에 있다는 점을 들어 안보에 관한 서울시정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관훈토론에서도 박 후보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정부를 신뢰 못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상당수다. 왜 정부가 신뢰를 잃었는지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나 후보는 "믿는다고 하면 다행"이라면서도 "참여연대 출신 중 박 후보의 캠프에 같이 다니는 분이 있지 않느냐"고 여전히 우려할 문제점이 있음을 따졌다.

    박 후보가 16대 총선 당시 ‘낙선 운동’을 벌인 것도 불편한 문제다. “악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박 후보의 논리는 판사 출신 나 후보와의 열띤 토론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나 후보는 박 후보가 2000년 `악법은 법이 아니다'는 책을 출판했고 "16대 총선 때 낙선운동을 벌일 때 선거법을 위반하면서도 이 논리로 재단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 본인 재산은 (-), 시장되면 임기 내 서울시 부채 7조원 감축?

    정책적인 부분이다. 나 후보의 경우 2014년까지 서울시 부채 3조5천억원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반면 박 후보는 같은 시기에 7조원의 부채를 줄일 것을 약속했다.

    나 후보 측은 이를 “현실성 없는 허위 공약”으로 보고 실현가능성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박 후보가 임대주택 8만호 건설, 중학교까지 무상급식 실시, 산학연관 창조적인재육성위원회 설치, 노동복지센터 설치, 빗물순환시스템 도입 등을 신규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채를 대폭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실제로 박 후보가 공약한 신규 사업들을 추진하는 데는 최소 10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서울시가 거두지 못하는 (세금) 탈루를 막아5000억원 △재산임대수입을 통해 6000억원 △전시성 토건사업 중단으로 1조원 △마곡·문정지구 용지 매각으로 3조원 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저만의 생각이 아닌 전문가들의 의견이기도 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 대기업 후원금·사외이사 역할…진실은?

    박 후보가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대기업에서 받은 기부금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 특정 기업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 해당 기업에 대해서는 비판을 줄이는 행태를 보여 왔다는 의혹이다.

    강용석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박 후보가 상임위원장으로 있던 ‘참여연대’가 비판한 50여개 기업 중 11개는 2001~2010년 ‘아름다운재단’에 총 150억 3746만원을 기부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가장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목적하는 바에 잘 쓴다는 신뢰가 기업들에게 돈을 내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나 후보 측은 또 박 후보가 포스코와 풀무원의 사외이사를 하면서 수억원의 돈을 받아낸 경위를 집중 공격할 생각이다.

    ◆ 야권 단일후보? “기호 10번 무소속일 뿐”

    박 후보의 정치적 정체성도 이야깃거리다. 경선을 거치긴 했지만, 당적이 없는 무소속 후보라는 점에서 박 후보가 야권을 대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다.

    나 후보 측은 "박 후보는 정치를 부정하는 `안철수 바람'과 함께 왔지만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과 함께하고 있다"며 "공동정부 하에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지, 단일화 과정이 자기부정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저는 처음부터 야권통합 단일후보를 원했고 경선과정을 통해 후보가 정해졌다"며 "서울시는 민주당 소속 의원이 80% 이상을 지배하는데 이 분들과 협력하고 시정을 잘 이끌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