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노무현 정부 진보라 할 수 있나"
     진보와 보수 무용론 제기하며 한나라당과 교류
      
    변희재, pyein2@hanmail.net   
     

  • 최근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박원순 후보의 정체성이 향후 이슈가 될 전망이다.
    좌파시민운동가 기준으로는 한나라당과의 교류가 너무 잦다는 것이다. 박원순 후보는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 김연식 한나라당 태백시장 후보를 지원한 바 있다. 그는 “지역사회가 발전해야 대한민국도 발전한다”며 “지역사회 발전은 특정정당 후보가 아닌 좋은 후보가 만들어 낸다”고 당시 태백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또 박 상임이사는 “김 후보와 길은 서로 달라도 지역사회를 위해, 국가를 위해 노력한 결과는 같을 것”이라며 “10년간 기자 경험과 도의원으로 도정을 운용한 젊은 김 후보가 정치만 늘 했던 사람보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많이 고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연식 후보가 “(나는) 합리적 진보주의자이며 진보는 앞서 나간다는 것이지 색깔이 아니”라고 밝히자 박원순 상임이사가 “김 후보와 비전이 같다”고 화답했다고 시티신문이 보도했다. 이어 박 상임이사는 “김 후보가 시장이 되면 외로울 것”이라며 “태백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지역사회를 만드는데 서로 협력하고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친노좌파 네티즌들 “차라리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하라”

    이에 친노좌파 성향 인터넷사이트에서는 박원순 상임이사에 대한 비난 글이 봇물을 이뤘다. 친노웹진 서프라이즈에서는 “하지만 암만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잖아요? 전쟁도 불사한다는 한날당과 그 추종자들........전쟁이 뭔지 아시잖아요? 동족끼리 또 다시 죽고 죽여야 한단 말입니까? 그 참혹한 전쟁을 일으키려는 종자들에게 붙어서 선거유세를 지원한다굽쇼?? 차라리 당당하게 커밍 아웃 하시고 다음 총선에서 한날당 소속으로 나오겠다고 하십쇼 그러면 그 용기에 박수라도 보내드립니다. 이번 건은 박변호사님의 패착이 분명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박원순 후보는 신속히 “오늘 벌어진 황당한 사건을 보면서 참으로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라며 “단 한건의 보도를 가지고 평생 쌓아올린 많은 노력과 가치와 신뢰가 의심을 받는 지경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방문하고 지지의 의사표시를 한 지역은 모두 40여 군데에 이르고 그 중에 한나라당 후보가 출마한 곳은 두 군데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 무소속, 풀뿌리 후보들이고 사실 한나라당 후보는 아주 소수이며 어찌 보면 너무 편파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후보는 “이명박 정권은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북풍을 일으키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라고 지적한 뒤 “언론은 통제당하고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는 억압당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반한나라당 정서나 반이명박정권 정서를 백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밝혔다.

    현 시국에 대해 자신이 가장 큰 분노를 느낀다고 밝힌 박원순 상임이사는 “(한 언론사의 보도가)과대포장 보도되었지만, 그리고 아무리 수십 명 중의 한 명이었지만 한나라당 출신의 태백시장 후보를 지지한 것이 오해를 살 여지가 있었음도 틀림이 없다”라며 “마음의 상처를 입은 분들께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회창 총재 시절 한나라당과 정책 협의 맺은 박원순

    그러나 박원순 상임이사의 과거 정치행보를 감안한다면 지자체 선거 당시의 한나라당 후보 지원은 그리 특이한 사건이 아니다. 박 상임이사는 자신의 정책이나 사업과 뜻이 맞는다면 정당을 가리지 않고 협력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8년 이회창 총재가 이끌던 한나라당과 특별검사제 도입을 위해 협력 관계를 맺은 사안이다. 박 상임이사는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절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특별검사제 도입에 원칙적인 합의를 하며 “중립적이고 독립된 위치에서 정치적 사건이나 고위공직자의 비리사건을 수사할 수 있도록 특별검사제가 포함된 부패방지법을 제정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고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대변인이 전한 바 있다.

    이렇게 한나라당과 처음 맺은 인연은 계속 이어져왔다. 최병렬 대표 시절 한나라당은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박원순 상임이사를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물론 박 상임이사는 이를 거절했으나, 어찌됐건 박 상임이사는 한나라당이 받아들이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심지어 탄핵 여파로 최병렬 대표가 사임했을 때도 박 상임이사가 외부영입형 대표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당시 박 상임이사 영입에 실무를 뛰었던 한나라당 인사들은 오세훈 현 서울시장 후보와 김문수 현 경기지사 후보였다. 한나라당 차세대 리더들 눈에 박 상임이사는 우파 정당 리더로서 큰 손색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실제로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직후 박 상임이사의 희망제작소에서 시장수업을 받기도 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도 2005년 12월1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됐다고 사람들은 진보진영이 정권을 잡았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정책적으로 노무현 정부를 진보라고 할 수 있나요? 지금은 한나라당이 잡으나, 열린우리당이 잡으나 공허하기는 마찬가지예요. 정책과 비전이 없는데 무슨 진보가 있고, 보수가 있습니까?”라며 비판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박원순 상임이사는 2003년 6월8일, 한나라당 원외위원장들의 모임의 연사로 초청받아 “우리나라에서 진보·보수 논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고민이 된다. 보수나 진보가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개혁과제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의 선거 공약이 노무현 후보의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는 대북정책이 서로 굉장히 달라 보였지만 선거 막바지에 가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금 노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보면 이회창 후보가 됐다고 해서 얼마나 달랐겠는가”라며 진보와 보수 무용론을 제기한 바도 있다.

    이러한 박원순 상임이사의 과거 행보로 보면 민주당이나 열린우리당보다 한나라당과 훨씬 더 가까운 인물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는 경기고등학교 출신이자 영남출신이기도 하며, 한나라당과의 잦은 소통에 대해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여러 차례 공개비판을 한 적도 있다.

    정치권과의 친소관계나 노조에 대한 관점, 진보·보수 무용론 등을 감안하면 박원순 상임이사는 우파에 훨씬 가까운 인물이다. 이런 박 상임이사가 갑작스럽게 친노좌파 진영 인물로 부각된 것은 그가 MB정권 하에서 국정원으로부터 탄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부터다.

    이에 국정원 측에서 박원순 상임이사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자 “‘국정원 사찰’이 이뤄지고 있다는 건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라며 “국정원이야말로 국민 세금으로 이런 불법 사찰을 벌여 한국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또 다시 국정원을 공격했다. 박 상임이사는 또 “언젠가부터 이런 이야기들이 돌았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첫 번째 타깃이고 박 변호사 당신이 두 번째’라고”라며 “과연 최열 대표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되고 마침내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면 그 다음에는 내가?”라고 밝혔다.

    진보보수 무용론과 상생론, 평소 소신 뒤집고, 야권연대 참여한 박원순

    이에 대해 우파 진영에서는 박원순 상임이사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구축한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행동본부 서정갑 본부장은 “박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 문제이지, 마치 자신이 MB정권에서 탄압을 받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고,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박씨는 국정원이 개입해서 후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와 사실을 확인해줘야 한다”며 “그러한 증거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마치 국정원이 자신의 단체에 후원금을 내지 못하게 한 것처럼 말한 것은 허위사실 아닌가”라고 박 상임이사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원칙적으로 박원순 상임이사의 정책 중심적 태도는 틀렸다고 보기 어렵다. 박 상임이사는 자신과 정책이 맞는다면 누구와도 일을 해왔고, 한나라당에서도 이런 박 상임이사를 포용해왔다. 문제는 박 상임이사가 느닷없이 국정원 탄압론을 제기하면서 갑작스럽게 평소 가까웠던 한나라당과 정부 측에 지나친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똘똘 뭉쳐 승리하자는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가 평소 주장해온 진보와 보수 무용론 혹은 상생론을 뒤집는 행보이다.

    선거가 진행될수록 박원순 후보에 대한 검증은 더욱더 거세질 전망이다. 처음 치르는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검증론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