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된 '떼', 허공에 우왕좌왕는 표 덩어리...정치인들 목 터져라 울부짖다
  •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 이 글은 교회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베드로가 목숨을 구하기 위해 허겁지겁 로마로 도망쳤다. 로마 경계 산-세바스티아노(San Sebastiano)에서 예수와 마주쳤다.(부활한 예수)
    베드로가  예수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했다.
     
    Domine, Quo Vadis?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예수가 베드로에게 말했다.
    "응, 로마로 가는 중이야. 거기서 한 번 더 십자가에 매달리려구..."
     
    세속의 정치는 불행히도, 혹은 다행히도 신(God)을 신으로 섬기지 않는다.  대신, '떼'와 '표심'을 신으로 섬긴다. 특히 일정 블록의 거대한 표 덩어리가, 임자 없이 떠돌 때에는 신(God) 보다 더 신성한(divine) 존재가 된다. 허공에 둥둥 떠서 움직이는 신과 같이, 허공에 둥둥 떠서 움직이는 표 덩어리는 그야말로 성스러운 존재 그 자체가 된다. 이 표 덩어리에 대고 정치인들은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다.

    Domine, Quo Vadis?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아, 지금 드디어 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인들이 너무 간사하고 줏대없다고? 천만에.
    위대한 경제학자 케인즈(J. M.Keynes) 역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신이 도착하셨다. 나는 오늘 새벽 5시 15분에 도착한 기차에서 그 분을 뵈었다.
    God had arrived. I met Him on the 5:15 train.  
     
    1929년에 캠브리지 역에 도착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을 마중나갔던 케인즈가 자기 마누라에게 보낸 전보에 쓴 이야기이다. 
     

  • 비트겐슈타인. 케인즈에게 신(God)은 이 모습인 것으로 이해되었다. ⓒ
    ▲ 비트겐슈타인. 케인즈에게 신(God)은 이 모습인 것으로 이해되었다. ⓒ

    세계적 경제학자조차,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능력--명징한 철학적 사고--을 극한까지 발전시킨 '개인'을 신으로 떠받드는 판에....권력에 이르는 황금열쇠를 가지고 있는 특정 '유권자 층'을 신(God)로 떠받들지 못 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임자없이 떠도는, 매우 휘발성(volatility)이  강한 [거대 유권자층]은 신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치인이란 직업은, 떼를 떠받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 그리하여 이제 이곳 한반도에 드디어 신이 임하신 것인가?
    이 신은, 20 대에서 40 대에 이르는 비한나라 유권자 층이 된 것인가?
    9월 1일에서 9월 6일까지 100 시간 동안
    '안철수'라 불리는 무당에 빙의되시어 잠시 모습을 드러내셨던 것인가?
     
    이 신의 이름은 이제 '2040' 으로 불린다. 치약 브랜드인 '2080'과 좀 비슷한 이름이기도 하고 TV 프로그램이었던 '2580'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큰 문제될 것은 없다. 어차피 이 신은, '떼'의 화신이기 때문에... 천박한 이름을 가지는 것도 괜찮다. 그 자신이, 천박함(superficiality)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위대한 신은, 스스로 몸을 낮추다 못 해 차라리 스스로 [천박한 존재]가 되는 수가 종종 있다.
     
  • 떼가 모이면 천박함은 문제되지 않는다. 떼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진실'처럼 보이고, '진실'은 천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
    ▲ 떼가 모이면 천박함은 문제되지 않는다. 떼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권력은 '진실'처럼 보이고, '진실'은 천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
     이번 안철수 해프닝을 통해, '2040' 이 기지개를 켰다. 이제까지 '2040'을 지배해 왔던 가짜진보의 마법주문에서 슬슬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이들은 이제 사방에 대고 외친다. 역사학자 카알라일(Carlyle)이, 프랑스 혁명 때 등장한 폭도 상큘롯트 ('짧은바지를 입지 않은 사람들'--귀족들은 짧은 바지를 입고 스타킹을 신었지만, 평민은 긴바지를 입었다)에 대해 쓴 구절을 빌리면 다음과 같다.
     
    (아 참, 무시무시한 폭도를 가리켰던 '상큘롯트'는 요즘 프랑스 말에선 빤스까지 홀랑 벗고 춤을 추는 Bottomless 나체 쇼를 가리킨다. 폭도가 나체 쇼 걸이 되었다. 그 정도면 폭도로서는 엄청 출세한 셈이다)
     
    네놈들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What ye think of me?
     
    네? 어떻게 생각하고 있냐구요?
    맹수는 맹수인데 아직 잠에 취한 맹수이고,
    독수리는 독수리인데 아직 날개가 안 돋은 독수리라고 생각하는뎁쇼?
     
    많이 헤맬게다. 많이. 아주 많이. 그 와중에 한국 정치도 드라마틱 아슬아슬하게 굽이칠게다.
    아, 이 몸 못 가누는---일관된 정치적 사상 혹은 관점이 있어야 몸을 가눌 것 아닌가?---이 거인은 비칠거리며 무슨 일을 벌일까?
     
    Domine, Quo Vadis?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2040'이 '떼'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머리와 영혼을 가진 개인으로서, 움직이게 될까?
    '떼'의 신성(divinity)을 벗어 던지고 개인의 주체성(individuality)을 가지게 될까?
  • 베드로가 예수를 마주친 자리에세워진 교회. '도미네 쿼바디스'란 이름이다.  ⓒ
    ▲ 베드로가 예수를 마주친 자리에세워진 교회. '도미네 쿼바디스'란 이름이다. ⓒ

  • 박성현  저술가.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현재는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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