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무산ㆍ전면급식안 채택시 현행대로 단계급식안 과반득표시 수혜범위 축소 불가피 33.3% 넘으면 오세훈 탄력…못넘으면 시정 공백
  •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치러지는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시장직을 연계하면서 투표결과가 무상급식과 서울시정에 큰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이번 투표는 '소득 하위 50%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 무상급식'(1안)와 '소득 구분없이 초등학교는 2011년부터, 중학교는 2012년부터 전면적 무상급식'(2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투표 결과에 따라 무상급식 수혜대상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각 자치구청 간에는 무상급식 강행 여부를 놓고 갈등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오 시장의 시장직 유지여부에 따라 시정은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에도 후폭풍이 일 수도 있다.

  • ◇ 무상급식 현행 유지-지원범위 축소

    투표결과로 크게 세 가지 경우의 수를 예측할 수 있다.

    투표율이 33.3%를 밑돌아 1,2안 모두 부결되는 경우를 비롯해 투표율이 33.3%를 넘고 1안이나 2안 중 하나가 채택되는 경우를 예상해볼 수 있다.

    먼저 투표율이 33.3%를 밑돌아 투표함을 열지 못하면 1,2안 모두 부결된 것으로 본다.

    행정안전부는 부결됐을 때 현행대로 급식문제를 처리하면 된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투표율이 33.3%를 넘고 2안(전면적 무상급식안)이 채택되는 경우는 민주당 등을 중심으로 투표거부운동을 벌이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이 경우에도 현행 시교육청 급식 프로그램이 유지된다.

    하지만 투표율이 33.3%를 웃돌고 1안(단계적 무상급식안)이 채택되는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시교육청과 자치구가 서울시 예산 지원 없이 자율적으로 무상급식을 하면 되지만 예산 문제로 지원범위 축소가 불가피하다.

    현재 초등학교 1~3학년 무상급식 예산은 서울시교육청에서 부담하고 있으며, 추가 부담 역시 서울시교육청에서 하면 된다.

    하지만 지자체의 원활한 협조와 재정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공약대로 내년에 중학교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하거나 초교 5∼6학년까지 혜택을 늘려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21개 구청의 4학년 무상급식 비용도 올해까지 예산이 반영돼 추가 부담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서울시가 행정ㆍ재정적으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면서 각 구청이 무상급식 지원을 유지하면 재정적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

    ◇ 어떤 경우든 무상급식 갈등 불씨 여전

    이번 투표결과와 상관없이 서울시, 서울시교육청, 자치구 간 무상급식 강행 여부를 놓고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시교육청은 최근 "내년 2월까지 무상급식 예산은 이미 편성돼 있기 때문에 2학기에도 무상급식에 변동이 없으며, 내년부터도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이들 학년에는 계속 무상급식 혜택을 줄 것"이라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출신 구청장이 무상급식 예산 배정을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 25개 자치구 중 민주당과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은 각각 19명과 5명이다. 지난 6월 이제학 양천구청장(민주당)이 구청장직을 잃었다.

    서울시가 대법원에 제기한 무상급식조례 무효확인소송과 서울시교육청이 헌법재판소에 서울시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청구, 야당과 시민단체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투표청구 수리처분 무효확인 소송 등의 최종 결과도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 오세훈 시정 장악력 강화-시장직 사퇴

    투표율이 33.3%를 넘기고 과반수 득표를 하면 오 시장의 시정 장악력은 이제까지보다 훨씬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 오 시장이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여소야대 형국인 시의회의 반대로 지난 1년여간 제대로 진척되지 않는 각종 정책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 시장의 각종 개발 정책을 반대하며 공세로 일관해왔던 서울시의회 민주당의 위세는 한풀 꺾일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하지만 투표율 미달로 개표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오 시장은 공언한 대로 사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어 보궐선거가 치러지기까지 서울시정은 권영규 행정1부시장의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 경우, 오 시장이 사퇴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시정 공백이 길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이 내달 안으로 사퇴할 경우 10월26일로 잡힌 하반기 보궐선거에서, 10월 이후로 사퇴를 미루면 내년 상반기 보궐선거에서 차기 시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승패와 상관없이 이번 주민투표가 오 시장의 2018년 대선 도전에 결정적인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보수의 가치'를 위해 `정치생명을 걸고 민주당과의 복지전쟁을 펼친 공로'를 발판 삼아 차차기 대선 경쟁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주자로 떠오를 수도 있음을 고려한 전망이다.